저는 2014년 7월 1일 취임했는데, 이미 취임 전에 자사고 평가의 서류 심사 및 실사가 완료되어 있었고 교육감의 결재만 남겨놓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취임한 이후 교육정책국을 중심으로 자사고 TF가 만들어져서 기존에 진행된 평가와 새로운 평가의 기준 등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기존의 자사고 평가가 14개 전체 자사고가 통과되는 식으로 봐주기식 평가에 그쳤으며 국민들이 바라는 강력한 평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TF에서는 공교육에 대한 자사고의 영향 등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고 그에 의해 ‘봐주기식’ 1차 평가를 새롭게 정밀히 재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밀한 평가를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즉 평가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평가의 결과에 따라 자사고가 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서울시교육청에서는 평가의 적용시점을 2015년에서 2016년으로 연기하기로 했고, 나아가 공교육 영향 등을 담은 2차 평가지표를 일부 포함하면서 1차 평가의 핵심 지표까지 포함하는 종합지표를 만들어 평가(일종의 종합평가)하기로 했습니다.
7월 25일 저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를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서, 2014년 10월 31일 자사고 6개교(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를 지정 취소하고 2개교(숭문고, 신일고)를 지정 취소하는 대신에 ‘2년 유예’ 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중략)
그런데 교육청이 지정 취소한 6개 자사고에 대해 11월 18일 교육부에서 지정 취소를 다시 직권으로 취소했습니다. 이에 교육청에서는 이것이 교육부의 권한을 넘어서는 부당한 조치라고 판단해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현재도 계류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 pp.42~43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혁신학교라고 할 수 있는가. 저는 그런 점에서 혁신학교를 ‘민주적 교육공동체’ 운동 혹은 ‘학교 민주주의 프로젝트’라고 그 핵심을 요약하고 싶습니다. 앞서 열거한 다양한 새로운 교육적 노력들은 교사들의 주체성, 역동성, 열정, 능동성이 살아날 때 가능한 것입니다. 기존에는 교육감?교육장?교장?교사로 이어지는 수직위계적인 권위구조하에서 교사들은 위로부터의 지시에 따라 국가교육과정을 수행하는 수동적 존재가 되어왔고 그렇게 강요당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구조에서는 새롭고 능동적인 교육적 노력이 진행될 수 없습니다. 혁신학교는 바로 그렇게 학교교육을 죽게 만들고 수동화하는 과거의 학교 권위주의 구조를 과감하게 버리고,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새롭게 정립되고 그 자발성에 기초하여 학교를 아래로부터 재구성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민주적 학교문화가 혁신학교의 가장 근저에 있습니다. --- p.58
제가 서울교육 방향에서 ‘중점 과제’로 삼고 있는 △일반고 역량 강화와 고교 균형 발전, △공존과 상생의 열린 세계민주시민교육, △학교평등예산제, △강남북 교육격차 해소, △맞춤형 진로·직업교육 확대 및 강화 등이 바로 이러한 교육 기조에 따른 중요한 정책들입니다. 이것은 크게 보면 사립교육기관의 공공성을 어떻게 보다 보편적으로 확대해 나가느냐의 문제이며, 그런 차원에서 자사고뿐만 아니라 사립중학교·사립초등학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 그리고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립유치원과 공립유치원의 기능적 상생 구조를 위한 공공적 사립유치원 모델을 찾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물론 그에 걸맞은 지원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 pp.280~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