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소한 결심에도 총력을 기울이며 겨우 살고 있듯이
어딘가에는 소심함을 감추고 대범한 척 사는 어른도 있을 것이고,
사는 게 지루해서 몸을 비비 꼬면서도
진지하고 점잖은 척하는 어른도 있을 것이다.
매 순간 애쓰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큰일 날까 봐
확신 없는 공무원 시험을 보고 대학원에 가고 결혼을 하며
등 떠밀려 사느라 속마음이 불안한 어른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인생을 능숙하게 돌파하고 싶었지만, 예상 밖이라 당황한 적 있는 사람,
낮에는 저임금, 밤에는 이게 사는 건가 싶은 ‘낮저밤이’ 사람,
훌륭한 어른이 되진 못했어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제법 살아가는 어른들이
이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
고단한 하루 끝에 가볍게 맥주 한 잔 마시며 짱구 만화를 보듯이 말이다.
--- p.5-6, 「프롤로그」 중에서
모두가 주목받는 꽃으로 자랄 수도 없고 세상이 기억할 만한 열매를 맺지도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거야말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다만 그 당연한 사실을 자연스레 깨닫는 순간이 일생에 반드시 한 번은 오는데, 그 자각의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남은 삶의 모습이 정해지는 것 같다.
짱구 : 잡초도 태어났을 땐 자기가 잡초인지도 몰랐을 텐데……. 다른 꽃을 위해 뽑혀 나갈 줄도 모르고 열심히 컸을 텐데……. 잡초가 안 됐다.
--- p.64-65, 「잡초야, 앞으로도 쑥쑥 커야 해」 중에서
우메 선생님 : 난…… 친구의 행복을 솔직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옹졸한 나한테 화가 난 거야.
짱구 : 그럼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면 되잖아요.
몰라도 괜찮은 소식을 굳이 알고 싶지 않기에 SNS를 끊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지만, 질투가 무조건 나쁜 감정이 아니라는 건 안다. 타인에 대한 관심과 흥미에서 시작된 질투는 존경이나 사랑으로 발전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도 하니까. 물론 질투가 나쁘게 발현되면 나의 일상을 망치게 되겠지. 하지만 솔직해지는 것으로 우리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
--- p.85, 「솔직해지는 연습을 하면 되잖아요」 중에서
짱구가 태어나기 일주일 전, 예정일보다 일찍 진통이 시작된 엄마 미사에의 연락을 받은 아빠 히로시는 의연한 척 애쓰지만, 대책 없이 허둥댄다. 그런 그에게 당신은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병원에 가보라는 동료들의 따뜻한(?) 배려만큼 안심을 주는 건 없지. 물론 나의 대체 가능한 존재감을 확인하는 일은 조금 뼈아프긴 하지만, 잠깐 아프고 나면 오래 안심할 수 있다.
내가 없어도
이 회사는, 이 세상은, 이 우주는
아주 잘 굴러갈 뿐만 아니라 전혀 영향이 없다는 사실에!
--- p.120-121, 「네가 없어도 회사는 잘 굴러가, 걱정 마」 중에서
짱구 : 뭘 그렇게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해? 나는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건데?
즐거운 글쓰기로 돌아가기 위해 짱구의 가르침을 적용해 보면, 글쓰기 자체를 둘러싼 복잡한 생각들과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 답답한 고민은 좀 내려두고 일단 그냥 뭐든 쓰는 거다. 재밌는 순간과 감정에만 집중하라는 단순한 진리 말이다. 성공한 이들 모두 이렇게 별거 아닌 태도로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
--- p.141,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건데」 중에서
삶은 길고, 살아 있는 한 이어질 성공과 실패의 요철을
매번 온몸으로 받아내다가는 뼈마디가 남아나질 않을 테니까.
자학 개그 에피소드처럼 별스럽지 않게 실패를 넘기는 기술이 필요한 때가 오거나 하루치 기력을 반나절 만에 모두 소진하고 방전될 것 같은 순간이 닥치면 떠올려보자. 치즈케이크를 입에 넣고 남 일 보듯이 실패를 떠나보내며 기운을 비축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 p.156-157, 「회피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