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라는 말은 최근 몇년 사이에 함부로 꺼내기 어려운 말이 되고 말았다. 세계화를 위해 현재 진행중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쟁취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화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신화와 현실은 저마다 어떤 식으로 이런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일까?
가난한 나라들과의 무역량은 기껏해야 해마다 가장 부유하다는 나라들이 생산해내는 부의 3퍼센트에도 못 미치는데 그것이 곧 서구세계가 가난해지는 원인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다. 그 주장을 잘 살펴보면, 오늘날 부유한 나라들이 겪고 있는 위기를 ‘세계화’의 탓으로 돌리려드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두려움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중상주의자들이 제안하는 보호무역주의 역시, 설사 채택이 된다고 해도 있으나마나한 정책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서구인들의 두려움도 이해는 간다. 가난한 나라들과의 무역을 설명하는 데 쓰이는, ‘탈지역화’, ‘불공정 경쟁’ 같은 용어들은, 애초에 설명하고자 했던 사실보다는 그저 자본주의 내부의 새로운 현실을 설명하는 데 어울리는 말들일 뿐이다. 자본주의가 돌연 스스로를 열어 젖힌 것은 사실상 자본주의 자체의 변화에 따르는 부담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단위들이 더 작아지고 더욱 동질화되어가는 경향, 하청에 더 의존하는 경향, 숙련도가 떨어지는 근로자들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업무의 전문화’라는 새로운 추세, 이 모든 경향들은 결코 세계화의 여파가 아니다. 실제로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세계 경제와 관련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어떤 직업, 어떤 산업분야, 어떤 직무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 변화들은 정보혁명과 교육의 대중화라는 두 가지 중대한 발전의 결과이지, 대개는 여전히 보잘것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빈곤 국가들과의 무역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p 12~13
‘세계화’라는 말은 최근 몇년 사이에 함부로 꺼내기 어려운 말이 되고 말았다. 세계화를 위해 현재 진행중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비싼 대가를 치르고 쟁취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세계화에 맞서 투쟁해야 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신화와 현실은 저마다 어떤 식으로 이런 두려움을 조장하는 것일까?
가난한 나라들과의 무역량은 기껏해야 해마다 가장 부유하다는 나라들이 생산해내는 부의 3퍼센트에도 못 미치는데 그것이 곧 서구세계가 가난해지는 원인이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야 할까?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다. 그 주장을 잘 살펴보면, 오늘날 부유한 나라들이 겪고 있는 위기를 ‘세계화’의 탓으로 돌리려드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두려움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의 중상주의자들이 제안하는 보호무역주의 역시, 설사 채택이 된다고 해도 있으나마나한 정책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나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서구인들의 두려움도 이해는 간다. 가난한 나라들과의 무역을 설명하는 데 쓰이는, ‘탈지역화’, ‘불공정 경쟁’ 같은 용어들은, 애초에 설명하고자 했던 사실보다는 그저 자본주의 내부의 새로운 현실을 설명하는 데 어울리는 말들일 뿐이다. 자본주의가 돌연 스스로를 열어 젖힌 것은 사실상 자본주의 자체의 변화에 따르는 부담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산단위들이 더 작아지고 더욱 동질화되어가는 경향, 하청에 더 의존하는 경향, 숙련도가 떨어지는 근로자들을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업무의 전문화’라는 새로운 추세, 이 모든 경향들은 결코 세계화의 여파가 아니다. 실제로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은 세계 경제와 관련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어떤 직업, 어떤 산업분야, 어떤 직무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 변화들은 정보혁명과 교육의 대중화라는 두 가지 중대한 발전의 결과이지, 대개는 여전히 보잘것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빈곤 국가들과의 무역과는 아무 상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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