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기준, 청년 실업자는 7000만 명을 돌파했다. 노동시장에서 퇴출되었거나 진입조차 하지 못해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들까지 감안하면, 그 숫자는 훨씬 커진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가 목격했듯이, 청년 실업은 비단 빈국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선진국에도 똑같이 그 암울한 그늘을 드리운, 진실로 글로벌한 문제이다. 유럽의 청년 실업률은 2008년 이후로 60퍼센트나 증가해서, 고용 자격을 갖춘 청년의 4분의 1이 실직 상태에 놓여 있다. --- p.23
미래일자리포럼은 2010년 실시한 조사에서 청년들이 구직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지, 만약 그랬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조사 결과, 모든 원인들 가운데 실무 경험 부족이 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었다. 많은 청년들이 머지않아 뛰어들 직업 세계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또 자신이 어떤 커리어를 쌓아가기를 원하는지 감조차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 p.54
2008년에서 2010년까지, 청년 인구 중에서 학업이나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미취업 청년층인 니트족 비율은 OECD 회원국 평균 기준으로 2.1퍼센트포인트 증가한 15.8퍼센트를 기록했다. 이처럼 청년층 6명 중 1명이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받지 않고 실업 상태에 놓여 있다. 장기화된 구직 기간과 질 낮은 일자리를 봐도 선진국에서의 청년 실업 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주요 OECD 회원국 내에서 청년 구직자의 3분의 1 이상이 적어도 6개월 이상 미취업 상태에 놓여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청년 취업자 중에서 임시직과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비정규직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청년 고용 증가분의 상당수가 자신의 선택이 아닌 비자발적 취업이다. 2011년 유럽에서 전체 청년 고용의 25퍼센트를 시간제 고용이 차지했다. 또한 40.5퍼센트는 임시 계약직이었다. --- p.61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에 실업을 경험하게 되면 그런 이력은 개인의 소득에 평생 악영향을 미친다. 즉,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득에 미치는 악영향이 점점 커진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업무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 전문적인 인맥을 쌓기가 어렵다. 따라서 이때 생긴 공백은 또래들에 비해 계속 뒤처지게 만든다. 추산에 따르면 사회 진입 초년에 실업을 겪은 개인의 소득 격차는 20퍼센트로, 궁극적으로 이를 다시 ‘만회하려면’ 최장 20년까지 걸린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빈부 격차는 심화될 것이다. 예컨대 스페인은 과거 수년 사이에 소득 불평등이 18퍼센트나 늘었다. --- p.79
유럽의 기업들은 전문적인 직무를 맡아줄 숙련된 근로자가 부족하다면서 대학 교육이 고용시장과 유리되어 있고, 젊은 구직자들이 단기 지향적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기업들이 불만을 터트린 당사자인 청년 구직자들은 (자신들이 꿈꾸는 일자리든 그저 현실의 일자리든 양쪽 모두에서) 자신들이 꽤 준비되어 있다고 인식했다. 청년들은 오히려 신입 사원으로 일할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사실, 구직 과정에서 빼놓지 않고 요구하는 ‘과거 경력’, 장기적 비전이 없는 기업들을 두고 한탄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입장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 p.95~96
유럽의 청년 노동자들은 일자리의 개념을 주로 3가지 영역에서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1) 권위의 붕괴(적어도 전통적인 가부장제적 의미에서는) (2) 직업에 뒤따르는 직업적 의미 추구 (3) 상명하복식 리더십에서 멘토링과 기업가 정신으로의 리더십 변화. (…) 결론적으로 유럽의 청년들은 결코 ‘실업 세대’가 아니다. 청년층의 삶의 목표에 부합하는 고용 기회를 확대하려면 그들의 핵심 역량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 p.96~97
유럽 기업들의 채용 의사가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을 거라면 이곳 청년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런 의문은 청년 실업 논쟁에서 근본적인 이슈 중 하나이며, 정책 입안자들은 더 나은 취업 기회를 찾아 자국의 인재들이 나라를 떠나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청년들의 해외 이주가 지속되면 모국의 사회와 경제에 장기적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 향후 채용 전망이 밝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은 전 세계 노동 이주 행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해외로의 이주가 많았던 국가들도 이제는 자국으로의 역이주가 늘어나는 추세다. --- p.113
《패스트 퓨처》는 이처럼 길고 서로 다른 잠재적 미래 일자리 목록에서 대표적인 일자리 20가지를 뽑았다.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하여 직업의 인기도, 일자리의 파급력, 환경적 영향, 교육적 혜택, 개발도상국 혜택, 재정적 보상, 각각의 일자리가 지닌 매력도 등을 평가하여 그 결과를 취합했다. 그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위 5개 일자리는 (1) 노년 건강 매니저/컨설턴트 (2) 아파트형 농장주 (3) 건강 전문가(비의료, non-medic) (4) 기후 변화 대응 전문가 (5) 새로운 과학 윤리 전문가이다. --- p.125
G20 청년기업가연합 혹은 ILO 청년기업가 프로그램과 같이 다수의 국제적 노력뿐 아니라 창업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창업이 청년들에게 실행 가능한 직업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는 있지만, 대다수 창업 지원 프로그램들은 미래의 청년 기업가들이 지닌 구체적인 특징과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그들을 단지 성인 인구의 일부로 취급한다. --- p.136
학생들의 창업 의지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흥미로운 현상이다. 창업 의지의 변동은 국가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경제 위기와 같은 외부 요인들이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자기 회사 창업이라는 직업적 대안이 실제로 실업에 대한 적절한 ‘반작용’임을 보여주는지도 모른다. --- p.144
첫 번째 핵심은, 누구나 창업가가 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사 창업가의 길로 들어설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창업의 다양한 형태와 각각의 특성을 알려주는 일이 급선무다. 이런 과정에서 청년들은 자신의 성격과 인생 목표에 부합하는 창업 형태가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모든 유형의 창업은 나름대로의 특별하고 중요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기여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발견한 바에 따르면 (벤처기업들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고성장 영역 이외 분야의 창업가들을 치하하는 행사를 확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 p.149
청년 창업이 서로 다른 지원 구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각자 창업을 하는 이유도 다르고, 개개인이 지닌 역량도 다르며, 노출된 기회의 유형과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다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어떤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든 이처럼 청년들의 구체적인 특징과 요구를 감안할 필요가 있고, 훈련과 멘토링을 통해서 부족한 기술들을 확실히 보완해줘야 한다. (…) 기업가 정신의 증진은 어렵고도 다면적인 문제이므로, 공동으로 협력하는 체계, 즉 창업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학부모에서부터 교육자, 정책 입안자, 기업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 p.175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통적인 교수법이나 온라인 교육은 따로 실시할 때보다 두 가지를 혼합한 방식이 더 효과적이었다. 따라서 교실 수업에서 과학기술 활용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교수 내용 면에서, 기술 주도 학습법은 학습의 역동성과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2012년에 애플은 교수법과 학습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아이패드에 탑재할 교육용 앱을 2만 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예를 들어, 비디오와 프레젠테이션 소프트웨어 덕분에 온라인 강의와 ‘거꾸로 학습’을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확보한 시간을 학생 역량 개발에 투입할 수 있다.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와 러니아(Learnia) 같은 사이트는 무료 온라인 개인 교습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 p.191
과학기술은 교실 수업을 보조하는 것에서 나아가 정규 교육 과정이 되고 있다. 학생들은 컴퓨터 능력을 키우고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청년층이 현대사회에 필수적인 능력을 키움으로써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층 노동자에 비해 비교 우위를 점하듯이, 특정한 테크놀로지를 배우는 일은 그 자체로 하나의 능력일 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한 체험을 통해 다른 능력도 다양하게 키울 수 있다. --- p.191
크레디트스위스는 견습 기간을 마친 전체 인원 중 적어도 80퍼센트 이상의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견습생 대다수는 나중에 틈틈이 시간을 내 직업학교나 전문대학에서 추가 교육을 받는다. 온전히 대학만 다니기로 선택한 일부는 나중에 학교를 마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 직업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노동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직업교육과 더불어 3차교육까지 받을 경우, 크레디트스위스 사금융 부분 최고경영자의 예처럼 주요 은행의 임원 자리까지 승진할 수도 있다. (…) 견습제도는 비단 은행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업계 전체를 위한 미래 전문가 양성의 토대이다. 스위스는 다양한 업계에서 견습제도를 운영한다. 2013년 기준으로, 청년 7,223명이 비즈니스 총 21개 부문에서 견습 과정을 마쳤다. 스위스 은행 업계는 1,255개의 성공적인 견습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견습제도 전체에서 3번째로 큰 분야이다. --- p.231
“트리하우스를 비롯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에는 실패를 경험했지만 지금은 그로 인해 단단해진 세대가 주도하고 관리하고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운동이 시작된 지는 채 5년이 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미 3,000개가 넘는 유사 공간이 생겨났다. 이런 유례없이 빠른 확산은 일과 작업 환경에 대한 기대가 변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이는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 대항해 밑에서부터 시작된 자생적인 움직임이자 경제 불황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이들이 마련한 자구책이다. --- p.275~276
“세계경제의 복잡성과 끊임없이 발생하는 경제 위기를 생각해볼 때, 기업은 인재를 찾고, 불러들이고, 훈련시키고, 업무를 맡기는 일뿐 아니라 전 세계 노동인구의 역량 수준을 향상시키는 일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인재의 부재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기업들은 그런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글로벌 인력 공급망을 구축해볼 수 있다. 새로운 지역에서 인력 풀을 개척하거나, 더 다양한 능력을 지닌 이들이 합류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일의 방식을 개발하거나, (신입 사원부터 가장 오래 일한 사원에 이르는) 기존 인력의 역량을 개발함으로써 그런 공급망을 키워나갈 수 있다.” --- p.280
최근 몇 년간 청년이 주도하는 청년 실업 해소 방안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청년층의 깊어만 가는 절망과 ‘당신들이 만든 이 수렁에서 구해주지 않겠다면 우리가 직접 빠져나와 주겠어.’라는 의지의 표출이라 할 수 있다. 수많은 청년이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 또한 청년 문제를 해결할 최적임자는 청년들이라고 주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 청년 실업 문제로 가장 타격을 입은 것도 청년층이고 10년, 20년 후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를 가장 잘 아는 이도 청년층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세상은 지금 시대 청년들의 지식, 재능, 관심사, 생활방식의 지배를 받을 것이다.
--- p.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