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마이클 포터와 마크 크레이머가 CSV(공유가치창출)라는 개념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선보였을 때 미국 기업 경영자들은 상당히 당황했던 듯하다. 미국 경제에서는 기업의 주인은 주주라는 생각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2011년 12월에 마이클 포터를 만났을 때 그가 해준 얘기가 흥미로웠다.
“미국 기업에서는 내게 전략을 강의해달라며 수십만 달러를 제안하지만, CSV를 강의하겠다고 하면 CEO가 강의 자체를 취소한다. 내가 무료로 강의하겠다고 해도 오지 말라고 한다. CSV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미국기업을 찾아 다니면서 그 기업의 젊은이들에게 CSV를 전파한다. 그 이유는 젊은이들이야말로 미국 기업의 희망이고 그들이 CSV에 대한 긍정적 자세를 갖는 한 미국 경제는 앞으로 건전하게 운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업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포터의 주장은, 아직까지도 미국 경영자들로부터 거부감을 사고 있다.
---「Chapter 2. 자본주의의 목적」중에서

SWOT은 1980년대에 전략컨설팅회사 맥킨지(McKinsey & Company)가 개발한 모델로, 경영을 공부하고 경영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석 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모델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SWOT의 오리지널 모델은 1971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앤드류즈(Kenneth Andrews) 교수에 의해 만들어졌다. 앤드류즈는 이언 앤소프(Ian Ansoff)와 함께 전략의 대부(father of strategy)로 불리며 기업 전략의 개념을 확립하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1971년에 출판한 “기업 전략의 본질(The concept of corporate strategy)” 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4가지 요소를 살펴야 한다. 첫째, 외부의 기회와 위협(external opportunities and threats), 둘째, 내부의 강약점(internal strengths and weaknesses), 셋째, 가치관과 철학(personal values and philosophy), 마지막으로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맥킨지는 앤드류즈의 오리지널 모델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를 잘라내고 SWOT를 만든 것이다. 때문에 가치관과 철학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의도적으로 결여시킨 SWOT은, 사용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사회는 안중에도 없이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탐욕스러운 전략들을 생성해내게 했다.
---「Chapter 2. 자본주의의 목적」중에서

자본주의는 14세기부터 몰락의 길을 걸은 봉건체제 하에서 존재하던 장원제도를 대체하여 나타난 중상주의에서 씨가 뿌려졌다. 칼레츠키가 분류한 방식에 의하면 18세기 애덤 스미스에 의해 체계화된 자유방임주의는 자본주의 1.0시대를 열었고, 이후 존 메이너드 케인즈에 의한 수정 자본주의(자본주의 2.0), 밀턴 프리드먼의 신 자유주의(자본주의 3.0), 월가 점령에 의한 친사회적 자본주의(자본주의 4.0)까지 발전되었다. 자본주의 5.0이 이론적 근거를 찾지 못하고 급속히 쇠퇴한 자본주의 이론에 관한 무정부 상태에서 피터 드러커와 마이클 포터가 주장한 공유가치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클러스터중심 자본주의 5.0의 가능성을 찾아본다.

<b>탐욕으로 고장난 자본주의가 나아갈 새로운 길, 자본주의 5.0<br/>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 동료들과 4년 연구 끝에 〈자본주의 5.0〉 펴내<br/><br/>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b><br/><br/>2011년 9월 세계 경제의 심장부 뉴욕 맨하탄에서 일어난, 탐욕으로 고장난 자본주의를 고발하는 분노한 99%들의 외침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나톨 칼레츠키가 아담 스미스 고전 자본주의(1.0), 존 케인즈 수정 자본주의(2.0), 앤소니 기든즈 신 자본주의(3.0)에 이어 주장한 대중 자본주의 즉 자본주의 4.0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br/> <br/>하지만 기세 좋게 시작한 행진은 73일만에 그 막을 내리고 말았다. 탄탄한 이론적 바탕 위에 성립된 자본주의 1.0, 2.0, 3.0에 비해 자본주의 4.0은 이론 없이 구호만 있었기에 지속성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시도가 가치 없었던 것은 아니기에, 이제 그 정신을 이어 받아 탄탄하고 정교한 이론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건강하고 창조적이고 유의미한 자본주의 5.0을 탄생시켜야 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br/><br/>이에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명예교수는 2013년 제자들과 함께 자본주의 5.0 연구회를 조직하고, 4년 동안 새로운 자본주의의 원형을 찾기 위해 연구를 해왔다. <br/><br/>조동성 교수와 연구회 멤버들이 치열한 격론 끝에 찾아낸 자본주의 5.0의 핵심 키워드는 클러스터(Cluster)였다. 클러스터란 '관련성 있는 기업들의 지역적 밀집'(마이클 포터의 정의)을 뜻하는 단어로, 신당동 떡볶이촌, 동대문 의류상가촌 등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자기 혼자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별기업들과 달리 클러스터에 속한 기업들은 꼭 자기자신이 아니더라도 옆에 있는 동료기업 즉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즉, 개인 이익과 공동 이익/사회 이익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자본주의 5.0의 핵심 전제와 정확히 일치하는 존재인 것이다. 또한 이 개념은 마이클 포터가 주창해 산업의 핵심 화두가 되고 있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정리해보자면, 결국 자본주의 5.0은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하는 공유가치창출 자본주의가 되는 것이다.<br/><br/>책은 1.0부터 4.0까지 자본주의의 역사를 살핀 후, 공유가치창출을 위한 클러스터 중심 자본주의의 목적, 기반, 수단을 정교하게 분석하고, 그 한계와 새로운 지향점까지 짚어낸다. 창조시대에 맞는 새로운 경영, 새로운 행정, 새로운 정치를 고민하는 리더들에게 시사점을 준다.<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