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에 냉전이 종식된 뒤로 시작된 세계화(Globalization) 속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와 ‘시장원리주의’ 경제 시스템은 전 세계로 퍼졌고, 그와 함께 세계는 지금까지 발전해 왔다. 2002년 1월, 미국의 역사 학자인 폴 케네디(Paul M. Kennedy)는 초강대국 미국의 승리를 의기양양하게 선언했다. “미국은 군사,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를 압도해 고대 로마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초강대국 자리에 올랐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돈이 돈을 낳는 금융자본주의이며, 시장은 카지노와 같은 양상을 띠었다. 그 가운데 닷컴과 IT 거품 같은 수많은 거품이 생겼고, 결국 주택 거품에 편승했던 금융자본주의는 붕괴했다. 불과 6년 천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p.6
서브프라임 문제로 시작된 채권의 부채 총액은 약 10조 달러로 추정되며, 이를 해결하려면 “2조 달러가 필요하다.”, “아니, 5조 달러는 있어야 한다.”라는 비명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는 진정으로 죽음의 거리가 되어 버렸다. ---p.18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BIS)의 추계에 따르면 2002년에 100조 달러였던 금융 파생 상품의 규모는 2008년에는 750조 달러까지 팽창했다. 미국의 국가 예산은 3조 달러이며 GDP는 15조 달러다. 전 세계의 주식과 국채 발행 잔고는 100조 달러 정도이며, 전 세계의 부동산 평가액이 75조 달러라고 한다. 이런 실물 경제와 비교해 가상 머니의 세계인 금융 파생 상품의 규모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비정상적이다. ---pp.23~24
베어 스턴스가 이런 운명에 처한 것은 자업자득이다. 왜냐하면, 자기 자본이 800억 달러에 불과하면서 13조 4,000억 달러나 되는 거액을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욕심냈기 때문이다. 이 금액은 미국의 국가 수입보다 많으며 전 세계 GDP의 약 4분에 1에 필적한다. 이것이 ‘슈퍼 자본주의’라고도, ‘금융자본주의’ 혹은 ‘카지노 경제’, ‘머니 게임’이라고도 불린 미국형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한 신자유주의 경제의 실태였다. 사실 베어 스턴스뿐만 아니라 칼라일 캐피털(Carlyle Capital Corporation Limited) 등 파산 상태에 빠진 머니 게임 플레이어들은 각종 금융 기법을 구사하며 무려 516조 달러까지 금융파생상품 운용을 확대했다. 세계의 GDP 총액이 약 50조 달러라고 하니 이보다 무려 10배도 넘는 액수다. ---p.28
사실 2007년 11월에 미국의 회계 감사원인 GAO(General Accounting Office)는 사실상의 재정 파탄 선언을 했다. ‘누계 적자가 53조 달러를 돌파. 회생 가능성 제로’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것은 말 그대로 미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사망 선고였다. 미국의 적자 국채와 국제기축통화인 달러가 ‘휴짓조각’이 되는 날이 가까워졌다고 국회 감사원이 최대급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부시 정권은 이 경고를 간단히 무시해 버렸다. ---p.29
월스트리트가 붕괴하기 직전인 2008년 7월 28일, 미국 정부는 2009회계연도의 재정 적자가 ‘사상 최대인 4,820억 달러’라고 행정관리예산국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의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거액인데, 여기에 금융 기관을 구제하는 비용이 추가되면 재정 적자가 얼마가 될지는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이 보고서에는 경기 침체와 함께 경기 자극 대책으로 도입한 긴급 감세가 영향을 끼쳤다고 적혀 있다. 실제로 미국의 2008년도 일사분기 성장률은 불과 1.0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부시 대통령은 “미국 경제는 확대 기조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원유 가격 상승과 기나긴 주택 시장 불황, 그리고 이에 따른 신용 불안 같은 문제를 안고는 있지만 경제의 근간은 여전히 ‘건강’하다고 거듭 주장했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사기꾼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p.43
2002년 4월에는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으며 ‘유로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먼델(Robert Alexander Mundell) 교수를 베이징으로 초빙해 “인민 위안은 아시아의 공통 통화가 될 조건을 갖췄다.”라고 말하게 했을 정도다.
또 모험 투자가라는 별명이 붙은 짐 로저스(Jim Rogers)는 거처를 뉴욕에서 싱가포르로 옮기고 중국 투자에 힘을 쏟아 왔다. 그는 상하이에도 집을 가지고 있다. 그의 주장은 직설적이다.
“달러의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는 중국과 자원에 투자할 때다.”
전 세계를 여행해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며 투자처를 물색해 온 짐 로저스인 만큼, 이 주장에는 그의 확신이 담겨 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자신의 딸에게 중국인 내니(유모 겸 유아 교육 전문가)를 붙여 어렸을 때부터 중국어를 듣게 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중국어를 할 수 있도록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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