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넓고 깔끔하게 살고 싶다면.
도서2팀 강현정 (jude55@yes24.com)
2013-03-20
사무실 내 자리를 처음 본 사람들 중에 놀라는 분들이 적지 않다. 이유는, 너무 깨끗해서. 먼지가 하나도 없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고 심플하다는 뜻이다. '어쩌면 책상 위가 이렇냐'부터 '당신 혹시 강박 있냐'까지 반응은 다양하다. 나는 왜 이럴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너저분하게 했다가 크게 혼났거나 엄한 교육을 받아서 트라우마가 생긴 기억은 전혀 없고, 그냥 이렇게 태어난 것 같다. 무언가를 정리하고 버리는 일이 나에겐 즐겁다.
회사 자리를 보고 놀란 사람들은 아마도 내 방을 보면 더 깜짝 놀랄 거다. 지금 방 안을 둘러 보고 있는데, 화장대 위도 책장도 그 어디도 모두 규칙적이고 가지런하다. 아마 흰색부터 핑크, 노랑, 그린, 네이비, 블랙까지 색깔별 그라데이션으로 접힌 티셔츠가 차곡차곡 들어있는 내 옷장 세 번째 서랍이 가장 압권일 거다. 언니가 결혼을 하기 전에 자주 다퉜던 이유도 내 물건이 제 자리에 없었을 때였다. 가령 빗이 화장대 위에 없을 때, 같은 때 말이다.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지저분한 곳을 정리하는 법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내 얘기잖아~'하고 보다가 빠져들었다. 각 장은 텍스트보다는 일러스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큰데, 그림이 너무 귀엽고 매력있어서 책 내용을 설사 다 안다고 해도 끝까지 보게 될 정도다. 청구서나 카탈로그 같은 우편물은 방에 가지고 가기 전에 현관에 바구니를 두고 입구에서 차단하기, 물건을 늘어놓기 쉬운 식탁이나 소파에는 꽃병 같은 장식이나 쿠션으로 선수치기, 아깝지만 안 입는 옷들을 제대로 처분하는 방법 등 집 안이 깔끔해지고 기분도 개운해지는 정리의 기술을 아주 쉽고 해 볼만 하게 알려준다. 그 외에도 소품 활용법, 가구 배치법 등 집이 예뻐지는 인테리어 팁들을 소개한다.
펜, 가위, 피부 연고, 핸드폰 충전기가 정신 없이 테이블에 널려있는 분, 어울리지 않지만 비싸게 주고 산 옷이 마음 아파서 입지도 버리지도 못 하고 보면서 슬퍼하고 있는 분, 작년 봄에 산 머플러가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못 찾으신 분, 진짜 열심히 정리한 건데 전혀 티가 나지 않아 우울한 분, 그런대로 깔끔하고 사는 데 불편하진 않지만 뭔가 부족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치우지 않아도 좋으니 정말로 의욕이 생길 때 하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