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관련된 책은 한국인이 쓴 일본 문화론이나 일본인이 써서 번역 출간된 책을 주로 읽었습니다. 일본 여행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다녀서 17번을 다녀왔습니다.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가끔 맛보는 일본 여행은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문화 접하면 아이디어도 많이 샘솟는데, 이 에너지는 제가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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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1인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좋은 작가님들과 함께 일본 관련 에세이를 여러 권 출간했습니다. 다년간의 일본에 대한 관심과 독서, 여행이 바탕이 되어 가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세나북스에서 나온 일본 에세이, 일본 여행 에세이를 많은 독자분이 읽어주시고 좋은 평도 해주셨습니다. 어찌 보면 일본에 대한 관심과 일본 여행이라는 취미를 제 직업과 연결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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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일본 무크지를 가끔 사보곤 하는데 ‘이 정도 수준에 이렇게 저렴한 가격이라니’ 하고 놀라곤 합니다. 일종의 보급형이며 독자를 위한 서비스인 셈입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큰 출판사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지만 만화가 많이 팔리는 덕에 자금에 여력이 생겨 소수를 위한 교양서적 출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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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매장은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인데 쉽게 말해서 대형 서점처럼 신간 위주의 배치가 아니라 작은 매장이지만 최대의 효율이 나도록 책을 엄선하여 진열하는 방식의 매장을 말합니다. 책을 진열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아직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매장이 있을 정도로 독창적이고 서점 나름의 특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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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식스 츠타야의 테마는 예술이라고 합니다. 직접 가보니 잡지 종류도 많고 매력적인 내용의 무크지가 많아서 서점에 오래 머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라이카로 찍는 이유], [진짜 교토를 만나는 여행], [궁극의 힐링을 디자인에 담아낸 일본 온천 150] 같은 매력적이고 멋진 제목의 무크지와 잡지가 가득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점을 몇 번이고 돌아봤습니다. 츠타야 매장에는 스타벅스가 항상 같이 입점해 있는데 책과 커피는 환상의 궁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터넷으로는 살 수 없는 경험을 주기에 많은 사람이 직접 매장을 방문하게 만든 츠타야는 매력적인 서점임이 틀림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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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일본 온천 여행을 계획하신다면, 온천 특유의 몽환적이고 므흣한 분위기를 즐기시려면 꼭 온천의 용출량을 확인하세요. 참고로 용출량 1위는 벳부 온천이라고 하네요. 유후인도 바로 근처니 용출량이 많습니다. 유후인이 최근 들어 인기 있는 이유도 이 용출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아기자기하고 예쁜 거리만이 유후인의 경쟁력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유휴인에 다녀온 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레시노 온천에 다녀오고서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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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일본에 대해 이어령 선생이 문제로 지적하는 일들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형이고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되었다는 것은 충격을 넘어 절망적이라고까지 할 만합니다. 일본이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다른 나라와 공생하는 동아시아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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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도 너무 솔직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결혼을 망설이는 여성이 읽는다면 결혼을 엎을 수도 있으니 상당한 주의를 요구합니다. 아, 남자란 생물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면에서 작가와 유대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사람, 혹시 밥 때문에 나랑 결혼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그녀도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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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오센은 창업하실 분들이 보면 좋은 드라마로 많은 분이 추천합니다. 드라마는 좋은 가게, 좋은 음식점, 좋은 서비스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줍니다. 우리가 오센 같은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쩌면 잇쇼우안 같은 가게가 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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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나 교토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는 관점에서) 너무 일본적이어서 이상하지만 교토는 일본적이지 않기에 도리어 세계에서 통하는 도시라도 주장합니다. 일반적으로 교토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이미지는 ‘일본적이다’인데 도리어 교토가 일본적이지 않다니 참 재미있습니다. 실제로 교토가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도시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꽤 그럴듯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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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에서 손님을 가려 받는다는 것은 어찌 생각하면 오만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정상적인 고객에게만 우리는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상한 손님에게 시간과 노력을 빼앗길 위험을 사전에 차단해야 료칸에 온 ‘진짜 손님’을 최선을 다해 잘 모실 수 있을 겁니다. 료칸에 문화재와 귀중한 물건이 많은 것도 아무나 손님으로 받기가 쉽지 않은 이유일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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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콘셉트가 중요하다는 사실뿐 아니라 일본 장수 기업의 특징과 이 콘셉트가 상당히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입니다. 책에서 예로든 창업 500년을 자랑하는 일본전통과자 회사 ‘도라야’의 경영이념은 ‘맛있는 일본과자를 즐겁게 드실 수 있게 하는 일’입니다. 도라야의 일본전통과자 완성도를 보면 어떠한 타협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런 타협 없음과 함께 상품에 진심을 담을 때 콘셉트의 힘은 극대화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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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여기에 조금이라도 미치지 못하면 가게 문을 닫고 물건을 팔지 않습니다. 타협 없음과 함께 상품에 진심을 담습니다. 이런 과자는 도대체 어떤 맛이 날까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일본의 최고 스시 장인 오노 지로도 가업을 잇는 아들에게 충고합니다. ‘평생 이 일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 반복은 그냥 반복이 아닙니다. 소설가 김탁환의 말대로 “정성을 다하는 반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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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시마에서 호텔로 돌아가는 택시에서 기사 아저씨께 이와미에서 우동을 먹었다고 말했더니 그 가게는 ‘미야자키 택시 기사들이 추천하는 3대 우동 집’ 중 하나라며 어떻게 알고 갔느냐고 놀라십니다. 우동 맛도 맛이지만 저는 주문 받던 분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매번 주문을 받을 때마다 면을 삶는다는 고집이 있는 식당. 오래 걸리니 안 시키려면 안 시켜도 된다는 배짱이 있는 우동집.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아저씨의 무뚝뚝한 되물음에는 한 그릇의 우동도 고객과 약속한 방식으로 반드시 만든다는 의지가 들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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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스갯소리 중에 말 없고 무뚝뚝한 한국 남자가 저녁에 집에 와서 하는 말 세 마디는 ‘아는(아이는), 밥도(밥 줘), 자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에도 비슷한 것이 있는데 무뚝뚝한 일본 남자가 집에 와서 하는 말 세 마디는 바로 ‘목욕물은, 밥 줘, 자자’라고 합니다.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목욕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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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장소는 정말 기사님의 비장의 무기라는 유후다케 분화구로 향했습니다. 분화구 주변은 유후인에서 허가된 두 개의 택시 회사 기사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산 중턱쯤 올라가자 온천장이 나타났습니다. ‘스기하라’라는 온천이었는데 현지 사람들만 아는 꽤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가이드 북이나 인터넷 검색에도 안 나오는 것을 보니 숨겨진 명소가 맞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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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기숙사에서 사귀었던 일본인 친구들이 이제 모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처럼 나타난 저를 일본인 친구들은 당시에 어떻게 생각했을지 가끔 궁금해집니다. 저에게 그 친구들요? 처음 만났을 때는 그냥 1억 3천 명 일본인 중 한 명, 지금은 전 우주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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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우동 같지만 아버지는 온갖 정성을 다합니다. 기계를 쓰고 냉장고를 쓰면 일은 편해집니다. 하지만 매일 같은 맛의 우동을 만들기 위해, 조금이라도 신선한 면을 급식 받는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먹기 바로 전에 면을 삶아 배달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정말 울컥 눈물이 났습니다. 금방 반죽해서 만든 우동 면을 삶아 먹는다는 것이 어떤 맛인지, 그리고 미리 삶아 놓은 면과 어떻게 다른지 실제로 체험했기에 더 그 감동의 깊이가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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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를 송이째 말린 특이한 건포도를 샀다. 천재 시인 이상이 좋아하는 멜론을 팔았다는, 긴자의 백오십 년 된 과일가게 센비키아에도 송이째 말린 건포도를 판다지? 맛은 상상 이상. 포도도 곶감 말리듯 말리면 이렇게 되는 건가? 언젠가는 일본의 유명한 데파치카를 다 돌아보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무계획적으로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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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있기에 도쿄는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가보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완전한 미지의 세계, 한 번쯤 경험한 사람에게는 아련한 추억의 공간 도쿄. 도쿄 여행이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뭔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만남, 놀라운 장소,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도시의 바람을 맞으며 한 뼘 더 성장하는 내 마음속 그 무엇, 그런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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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놀라운 것은 젊은이들이 행복한 이유이다. 바로 ‘희망적인 미래’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이루어지지 않을 미래의 목표는 접어두고 현재를 즐기자는 생각이 현재 일본 젊은이들의 속마음이다.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됐을 때 “지금 행복하다” 혹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일본을 보며 한국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은 아직 일본보다 젊지만 일본의 전철을 이미 밟아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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