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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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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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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
파일/용량 EPUB(DRM) | 17.21MB ?
ISBN13 978898437472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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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용과 호랑이는 내 태몽에 등장한 녀석들이다. 어느 어두운 산을 혼자 헤매던 엄마가 커다란 호랑이에게 마구 쫓기기 시작했다. 엄마는 마침내 어딘가 툭 튀어나와 있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졌고 그 위를 호랑이가 덮쳤다고 했다. 잡아먹히려나 보다, 하고 엄마가 관세음보살을 외치며 눈을 질끈 감았는데 호랑이는 엄마를 물어뜯는 대신 커다란 고추를 엄마의 아랫도리로 집어넣었다. 이 얘길 나는 열 살 때 엄마에게 직접 들었고 처음으로 남자의 고추가 여자의 어디에 들어가는지 알게 되었다. 참 대단하신 성교육이 아닐 수 없다.

호랑이의 고추는 크기가 팔뚝만 했고 뜨겁게 절절 끓었다.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지개 같은 게 선명히 보여서 오르가슴을 제대로 느끼면 저런 것도 보이는구나, 내가 지금껏 남자들이랑 했던 건 다 애들 장난이었어, 하고 할렐루야 감탄했단다. 그러더니 이번엔 그 무지개가 꿀렁꿀렁 움직이더란다. 자세히 보니 무지개가 아니라 총천연색으로 빛나는 비늘로 온몸을 감싼 용이었다. 그 용이 수염을 휘날리며 내려와 엄마와 호랑이의 주위를 뱅뱅 돌았다. 그랬더니 합체한 엄마와 호랑이가 둥실둥실 떠올랐다. 용이 그 아래위를 호위하듯 긴 몸으로 감쌌다나 어쨌다나. 그래서 환장하게도 내 이름은 곽용호가 되었다.
--- p.8~9

나는 엄마와 딸이 서로를 사랑해 안달하는 서사들만 보면 그렇게 환멸이 났다. 일단 친구처럼 지내는 모녀는 쳐다보기도 싫었다. 엄마 이야기만 나오면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눈물을 줄줄 흘리는 사람들도 이해 가지 않았고, 서로 죽이니 마니 하면서 싸우다가도 제 아이 낳고서는 우리 엄마에게도 나처럼 예쁠 나이가 있었다며 갑자기 착해지는 이야기는 가장 최악이었다. 싸우려면 일관성 있게 가지 왜 이랬다저랬다 하는가. 어리고 약했던 내 인생을 그토록 힘들게 만든 힘 센 원수를 어찌 그리 쉽게 용서할 수 있는가. 내가 겪어온 어린 시절을 떠들어대며 공감을 요구하려고 시도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편을 들어주는 척하다가도 슬쩍 방향을 틀었다.
“그래도 어머니가 일하면서 혼자 키우셨잖아. 얼마나 힘이 드셨겠어. 게다가….”
그들에게는 ‘게다가’의 다음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
“게다가 얼마나 좋아, 돈도 잘 버시는데. 너는 어머니 덕에 먹고살 걱정 없잖아?”
--- p.10~11

나는 평생을 엄마와 비교당하며 살아야 했다. 곽용호. 이름 세 글자 말고는 아무런 색채가 없는 아이. 무기력한 존재. 회백색 먼지가 가득 내려앉은 캔버스 위의 엉성한 습작 스케치 같은 사람. 성격이 밝지도 않고 외모에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며 공부는 그냥저냥이고 그 어느 것에도 뾰족한 재능이 없는.
“너희 어머니가 곽문영 작가님이라면서? 선생님이 그 왜, 그 작품 진짜 좋아했는데! 있잖아, 그….”
학년 초 첫 상담 때마다 담임들이 하는 멘트는 하나같이 똑같았다. ‘그럼 용호도 학교생활 기대할게. 어머니 닮아서 잘하겠지!’라는 마무리도. 실망 역시 반복했다. 쟤 엄마는 그렇게 대단한데 쟤는 애가 영 야무지지도 못하고 능력도… 어떻게 저렇게 평범하지? 하고 교무실에 앉아 수군대면서. 그런 말을 나는 엄마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엄마가 하루 종일 생각하는 것은 자기 작업뿐이니까. 하루 열다섯 시간 일하는 엄마를 방해해선 안 되는 게 내가 모녀 관계에서 배운 첫 번째 생존 방법이니까. 나는 지긋지긋했다. 나중엔 내 존재, 내 이름 석 자조차 그저 엄마의 특별한 존재와 서사를 쌓아 올리는 도구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의아해질 정도였다.
--- p.13~14

엄마는 진짜로 사라졌다. 한여름 아스팔트 도로에 내린 가랑비처럼 깨끗하게 증발해버렸다. 나는 오혜진의 전화를 받고 집에 돌아왔다. 벌레 새끼 하나 없었다. 혹시 몰라 엄마의 옷장을 뒤져보았다. 글 쓸 때마다 입는 엄마의 작업복 일곱 세트가 몽땅 사라져 있었다.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건 가출이구나. 무슨 꿍꿍이가 있구나. 오혜진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요, 엄마 작업복 아세요? 왜, 스님 옷 같고 회색에 펑퍼짐한. 집에서 작업할 땐 우리 엄마, 그 옷밖엔 안 입거든요. 근데 일곱 세트 다 없어졌어요. 그러니까 자의로 사라진 거예요. 납치, 실종 아닙니다요. 걱정하지 마세요. 언젠가는 알아서 돌아올 거니까. 건너편에서는 잠시 말이 없었다. 통화가 끊겼나? 핸드폰을 귀에서 떼곤 화면을 쳐다봐도 통화 시간은 멀쩡히 계속 흐르는 중이었다. 여보세요, 라고 예의상 세 번쯤 더 외친 다음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수화기에서 불쑥 오혜진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돌아오시지 않으면요?”
“예?”
“왜 저한테 아무 말씀도 안 하신 걸까요? 돌아오시지 않으면… 그러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아세요?”
나는 깜짝 놀랐다. 그 목소리의 질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기 때문이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간신히 들어간 대학을 마칠 즈음 캠퍼스에서 자주 굴러다니던 까끌까끌한 대화들. 그 질감과 딱 일치했다. 믿고 따른 미래의 꿈이 속절없이 와르르 무너지는 꼴을 지켜봐야 했던, 그 파편들에 이리 까이고 저리 까여 울퉁불퉁해진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절망의 질감.
--- p.36~38

셋 이상이 알게 된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일 수 없단 말은 도망칠 구석이 있는 인간들이나 할 수 있는 얘기다. 비밀을 어디 슬쩍 누설한다고 하더라도 아사할 걱정 없는 사람들이나. 그래서 우리 셋은 똘똘 뭉칠 수 있었다. 이 업계에서 곽문영 작가가 없으면 존재가치를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는 오혜진. 어머니는 투병 중이고 아버지는 경비원이며 취직은 가장 안 된다는 국문과 전공 휴학생 함장현. 그리고 그 번듯한 집인 하리팰의 관리비를 내는 것마저 버거운 나, 곽용호까지. 한 달 몇백만 원의 관리비는 대건빌라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곽용호에게는 조용히 현실이 된 괴담과도 같았다. 학교 쉬는 시간에 애들에게 듣고선 꺅꺅댄 후 잊었는데 혼자 집에 가는 길에 다시 만나게 된 긴 머리의 얼굴 없는 여자 같은 그런 느낌.

반신반의하던 오혜진은 나와 장현이 함께 작업한 샘플 원고 몇 개를 받더니 점점 마음을 열었다. 셋이 처음으로 모인 자리에서 장현과 오혜진은 거의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칼로 각자의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쓰는 이들처럼 굴었다. 오혜진은 일일드라마 덕분에 죽지 않은 장현의 이야기를 듣곤 코까지 흘리며 울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거든요. 먹먹한 목소리로 오혜진은 외쳤다. 나에게도 드라마가 나를 죽이는 게 아니라 살리던 시절이 분명히 존재했걸랑요. 꿈이 내 전부이던 시절이. 지금은요? 지금은 유통기한 지난 꿈이 나를 목 조르고 있지. 막차 장소는 서울 한복판에서 메추리구이와 말고기 육회를 판다는 요상한 포장마차로 오혜진이 혼자 자취하는 오피스텔의 지척에 있었다. 완전히 취한 오혜진을 먼저 들여보내고 우리는 거기 앉아서 옛날 이야기를 했다.

좋은 이야기만 했다. 우리가 동시에 보란 듯 사랑하고 기꺼이 나 자신이라는 인간을 만드는 유의미한 요소로서 받아들였던 타인의 창작물 이야기. 책은 책이고 영화는 영화고, 연극은 그저 연극이었던 시절. 돈이나 사업적 싸바싸바에 대한 이야기가 금기시되던 시절을 어린 채로 함께 통과했던 우리가 훌쩍 커버린 후의 당혹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네 이름이 크레딧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야, 진짜? 진짜 그것마저도 괜찮다 이거야?”내가 고개를 꾸벅이며 거듭 물을 때마다 장현은 똑같이 취해서는 되받아쳤다. 이게 처음일 것 같아? 나는 이미 많이 당해서 돈 낭낭하게 준다면 아무 이의 없어. 돈이 최고잖아. 그런 말로. 또박또박 깔끔하게 말하지는 못했다. 발음은 사정없이 꼬였고 각각의 단어를 두세 번씩 뱉었다.

나는 슬펐다. 그 애가 그렇게 말하는 게 자조적이어서. 말로는 ‘돈이 최고’라고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은 절대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으니까. ‘돈이 최고’인 것처럼은 절대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 ‘돈이 최고’라고 입을 뻥긋대는 것은 이백 퍼센트의 자학일 뿐이었다. 우리는 그날 포차가 영업을 끝낼 때까지 먹고 마셨다. 나는 장현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계산을 끝냈다. 장현은 못내 미안해했다.
--- p.55~57

“좀 이상해. 기분이 이상해.”
장현이 지망생 카페에서 보고 들은 대로 우리는 끝없는 질책과 수정의 늪에 빠질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기에 오혜진의 느닷없는 극찬이 불안했다. 나는 벤치에 앉아 두 다리를 허공으로 번갈아 차올리며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불안해야만 하게끔 키워진 것은 아닐까. 나는 호기로운 척을 했다.
“우리 둘 다 성공의 경험이 너무 없어서 이러는 걸지도 몰라.”
“아, 그런 걸까 용호야?”
“어. 맨날 성공하는 인생이었으면 그냥 아, 내가 또 하나 성취했구나, 하고 별것 아니게 넘어갔을지도 몰라. 뭐, 야, 우리가 잘하나봐!”
그러니까 너무 가엽고 불쌍하게 굴진 말자. 낯선 성공의 경험을 온전히 누려 보자, 우리. 나는 그 벤치에서 핸드폰이 뜨거워질 때까지 앉아 있었다. 전화를 끊고 보니 한 시간 사십 분이 지나 있었다. 집에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제야 그날 종일 오혜진에게 엄마의 실마리를 찾았는지 묻지 않았단 걸 자각했다.
--- p.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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