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경제학
주택과 같은 자산의 가치가 줄어도 그다지 상실감이 크지 않은 이유는 많다. 첫째, 자기 집이 얼마만큼의 가치를 갖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실재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둘째, 다른 사람들이 소유한 집값도 같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처를 덜 받는다. 셋째, 떨어진 집값은 자기 탓으로 돌릴 수 없지만 현금 1만 8천 달러를 지니고 다녔던 결정에 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넷째, 소매치기가 당신의 돈을 가졌다는 사실이 집값 하락처럼 허공으로 돈이 사라지는 것보다 더 기분이 나쁘다. 이 밖에 다른 이유도 많이 있을 것이다.---「집값이 떨어져도 생각보다 잘 사는 이유」중에서
정치인들에게 고정 임금을 줌으로써 공공 이익이 아닌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도록 장려하는 대신, 공공 이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정치인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어떨까? 이것을 이룰 수 있는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정치인들이 행하는 입법행위마다 그에 상응하는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선출되거나 임명된 관료가 공공 보건이나 교육, 교통 분야의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수년간 일했고, 그 성과가 입증되었다면 그 사람에게 향후 5년에서 10년 동안 어마어마한 금액의 수표를 써주는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가치 있는 일을 하든 말든 교육부 장관에게 매년 20만 달러의 연봉을 지불하는 쪽을 선택하겠는가, 아니면 학교 시험 성적이 10퍼센트 향상되도록 실제로 노력을 기울인 경우 10년 동안 5백만 달러를 지불하는 쪽을 택하겠는가? (75p, ‘정치인들의 연봉을 올리면, 좀 나은 사람들이 참여할까?’ 중에서)
모든 학교들이 동시에 종신제를 폐지하기로 한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어쩌면 학과에서 쓸모없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입증할 수 있도록, 해고하기 전에 일이 년 정도 시간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성과가 없는 사람들 중에 일부는 스스로 그만둘 것이고 일부는 해고될 것이다. 나머지 종신 재직권 시대 경제학자들은 더욱 열심히 연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내 생각에는 연봉과 이직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
만일 시카고 대학교가 나의 종신 재직권을 폐지하는 대신 연봉을 1만 5천 달러 인상해주겠다고 하면 나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다른 교수들 중에도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종신 재직권을 가지고 있던 비생산적인 교수 한 명을 해고함으로써, 대학교는 그로 인해 절감한 비용만큼 열 명의 다른 교수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종신제 폐지의 비용 절감 효과」중에서
FBI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간 5천 건의 은행 강도 사건이 발생한다고 한다. 일주일 중 금요일이 가장 분주한 날이라(주말에는 비교적 은행 강도 사건이 적다) 연간 1,042건의 강도가 금요일에 발생하고 그다음으로는 화요일(922건), 목요일(885건), 월요일(858건), 수요일(842건) 순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어느 특정한 요일이 다른 요일보다 더 성공적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한 은행 강도들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그리 유능하지 않은 것 같다. 오전에 강도 행각을 벌인 사람들이 오후에 은행을 턴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훔쳤는데도 그들은 오후에 은행을 터는 경향이 훨씬 더 두드러졌다. ---「괴짜 경제학자가 은행 터는 법」중에서
도먼은 축구장 가장자리에 육상 트랙이 있는 경기장에서는 홈구장 어드밴티지가 적은 반면 트랙이 놓여 있지 않은 스타디움에서는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왜 그럴까? 관중이 가까이에 있을수록 심판들이 홈 관중의 감정에 휘말릴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도먼은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공정한 심판을 해야 다시 심판으로 뽑힐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스타디움에서의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심판들은 편파 판정을 하게 된다.
따라서 관중의 응원이 실제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이 생각했던 그런 식은 아니다. 다음에 축구 경기장에서 머리가 터져라 소리를 지를 때, 누구를 향해서 소리를 질러야 하는지만 명심하도록 하라. ---「선수가 아니라 심판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중에서
최근 들어 만화영화에 목소리를 빌려준 스타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에디 머피, 더스틴 호프만, 카메론 디아즈, 존 굿맨 등 끝도 없다. 이렇게 유명한 스타들이 만화영화 더빙을 독차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이것은 유명한 배우들이 더빙을 잘한다거나 영화 관객들이 스타들의 목소리를 좋아하거나 스타들의 목소리 출연료가 싸기 때문일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출연료가 비싸기 때문에 그들에게 더빙을 맡긴다고 가정한다.
무명의 성우에게 5만 달러만 주면 맡길 수 있는 일을 수백만 달러의 출연료를 지급해가며 스타들에게 맡기려면 그 영화가 크게 히트를 칠 것이라는 프로듀서의 확신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대스타와 계약을 맺는 이유는 영화가 블록버스터가 될 것이라고 프로듀서가 확신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내비치기 위함이다. ---「만화영화 더빙을 인기 스타가 하는 이유」중에서
최근 들어 경제학자에 관한 글을 써왔다. 그리고 경제학자 스티브 레빗과 함께 글을 쓴 것이 가장 생산적이었다. (…)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쓰이는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게 보이거나 고귀하게 보이거나 이타적인 사람으로 보일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 점에서 경제학자들은 다르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일화를 사용하는 대신, 그들은 사실을 주장하기 위해 데이터를 사용한다. 최소한 그런 목적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 작가인 나에게는 일반적인 저널리즘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넓은 시야로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이런 식의 사고가 뜻밖의 선물처럼 느껴진다.
레빗은,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 ‘도덕성’이라면 경제학자들은 ‘실제로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라고 즐겨 말한다. 나는 레빗과 프라이어 같은 경제학자가 될 수는 없지만, 그나마 나의 호기심을 그들의 뇌에 편승시킬 방법을 찾게 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진 기술과 레빗이 가진 기술은 경제학자들이 쓰는 말로 상보적이라 할 수 있다.
---「경제학은 실제로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려준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