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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중] 현대중국, 영화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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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중] 현대중국, 영화로 가다

: 지난 백 년간의 중국인의 삶과 역사

후지이 쇼조 저 / 김양수 역 | 지호 | 2001년 05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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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452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6270518
ISBN10 89862705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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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후지이 쇼조
1952년 일본 도쿄 출생으로 현재 도쿄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중국 근현대 문학을 전공했다.

저서로는『에로셴코의 도시이야기』『루쉰-「고향」의 독서사』『중국현대문화 탐험』등이 있으며 역서로『신수』『남편 살인』『술의 나라』『현대중국 단편선』등이 있다.
역자 : 김양수
1962년 서울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 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난징대학에서 중국 현대문학 연구를 했다. 현대중국의 문학·사회 및 예술 일반을 전공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중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역서로는『100년간의 중국문학』『중국 신시기문학 입문』『중국문학 서설』『코카콜라 병에 빠진 중국』등이 있으며 논문으로「1940년대 중국문학의 민족형식론 연구」「중국 "5세대 감독"의 영화와 오리엔탈리즘」「1970년대 대만의 향토문학 논전」「루쉰과 1930년대 상하이의 대중문화-영화를 중심으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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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은실 bowls@hanmail.net
“희망이란 본래 있다 할 수도 없다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는 마치 땅 위의 길과도 같다. 원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는데 사람이 많아지면서 길이 되었다”. 첫 장을 열어 놓는 너무도 익숙한 루쉰의 인용문은 현대 중국 영화의 궤적을 적절하게 압축시킨다. `지난 백년간의 중국인의 삶과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현대중국, 영화로 가다』는 영화를 통해 중국의 현대사를 설명하며, 중국이라는 거대한 땅덩어리에서 영화의 길을 닦은 감독들의 익숙한 대표작을 중심으로 희망이라는 이름을 부여한다.

1840년 아편전쟁 후 수 차례의 불평등 조약에 의해 홍콩을 영국에 내 주었던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면서 거대하고도 기이한(샤킬 오닐적인?) 나라로 진화하게 된다. 그 후 중국은 20세기를 사회주의적 이념에 입각한 사회 건설에 매진하다가 개혁 노선을 채택한 이후로는 OECD 가입국에 들게 될 정도로 또 다른 의미로 강대국의 면모를 지니게 된다. 외국인들이 가장 기업하기 편한 나라로 손꼽는 도시 중 하나로 거듭나는 상하이, 책의 1장은 80여년을 거슬러 내려가 영화의 도시였던 상하이를 담담하게 스케치한다.

“날마다 집필에 쫓기던 루쉰에게 할리우드 영화를 보러 택시를 대절해 시내로 가는 것은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이었다. 앞에서도 썼듯이 당시의 상하이에는 40여 개의 중국 자본 영화회사가 있었고, 1928년부터 31년 사이에 4백 편의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 전문관만도 약 40개에 하루 관객수가 1백만이었다. 루쉰이 다니던 대광명 극장은 좌석 수 2천 개에 냉난방 시설이 구비된 초 호화판 극장이었다고 한다. 중국의 심장부 상하이에서 영화는 대동맥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리에서 뤼미에르 형제가 세계 최초로 영화 상영을 한 후 서구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영화의 황금기는 1930년대 상하이로 옮겨져 중국 영화 초창기의 부흥기를 만들어 낸다. 공산당의 영향 하에 있던 언론 매체에 대대적인 영화 비평을 기재하고, 소련의 영화 이론과 각본을 소개하면서 상하이 영화계는 중일전쟁기의 일본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1백년간의 중국영화사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계기로 크게 둘로 나뉘게 된다. 저자는 시기별 중국의 역사와 더불어 구분되는 중국 영화계의 세대 구분을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를 풀 듯 설명한다.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정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는 제5세대 감독들의 토속적 정서가 세계 문화계의 주목을 끌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장면은 약진하는 중국 영화의 중심에 있었던 그네들의 행보를 실감나게 형상화한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평론가 중 하나인 로저 애버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진행하는 영화제에서 중국 감독 오천명의 <변검> 상영 직후 중국의 검열 현실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마이크를 넘겨 받아 “할리우드에도 검열은 있다. 그것은 박스 오피스로 대표되는 흥행의 검열이다”고 했다나 뭐라나. 1989년 6월의 `피의 일요일' 사건 후 문예계의 작가들이 해외로 망명하여 망명 작가군을 형성했던 반면, 중국 영화계에는 검열의 칼날이 들어서게 된다. 베이징의 천씨 일가를 주인공으로 하여 문화 혁명기의 비극을 그린 톈좡좡의 <푸른 연>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문화 혁명 후의 덩샤오핑 체제하의 중국에 대한 제5세대 감독들의 시선 변화에 주목한다.

“이 책이 대만과 홍콩을 포함하는 중국어 권 영화들을 대상으로 삼아 중국인들의 정서와 논리를 유추해 보고자 하는 생각으로 썼기 때문에 영화책이라기보다는 중국을 제대로 보고자 하는 교양서에 가깝다”는 저자 서문에서의 완곡한 발언은 중국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국 현대사에 대한 접근의 필요성을 제대로 역설한다. 파란만장하면서도 스펙터클한 모습의 현대사를 겪은 중국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 꿋꿋하면서도 아름답게, 때로는 슬프고 우울하게 그려진다. <비정성시>는 소설이 먼저였디만 중국 내에서도 책은 영화에 밀려 대중화되지 못했다. 우회로가 가능하다면 현대사를 영화에 실어 묵직하게 나를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그런 우회로를 제대로 짚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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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색의 변주...... 일부에서는 <붉은 수수밭>에 대해 비평이 일기도 했다. 그 가운데 이 영화의 색채에 대해 날카롭게 분석한 것이 요모다 이누히코 四方田大彦의 감독론 '장이머우'이다. 영화 자체만을 보았을 때 주목해야 할 것은 제목부터 '홍紅'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이 작품이 붉은 색채를 이용하여 실로 풍요로운 변주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입부에서부터 지우얼할머니의 머리를 뒤집어 씌운 신부 의상의 붉은 천으로 시작해 석양에 반사되는 거친 탕의 붉은 빛과... 마지막 장면에는 영화 전체가 붉은 연기로 뒤덮이고 대지도 붉게 물든다. 겨우 목숨을 부지한 위(할아버지)와 더우관(아버지)의 얼굴은 거의 윤곽조차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석양에 붉게 물든다. 본래 투명한 술인 고량주를 새빨갛게 솟아나는 액체로 그리는데, 이는 피를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걸작 소설이 영화화될 때 풍부한 원작의 세계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 결과는 대개의 경우 따분한 영화가 되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장이머우는 투명한 증류주인 고량주를 붉게 물들인 것을 시작으로, 스크린에서 색채의 향연을 전개하여 붉은 색의 '풍요로운 변주를 펼침'으로써 원작의 정신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변주에 의해 영상은 가슴 속의 염원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가시화했다는 측면에서 원작소설과는 다른 독자성을 가질 수 있게 됐고 그렇게 함으로써 국경을 초월한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다.
--- p.99-102
1965년 천수쥐엔은 티에터우를 데리고 언니의 옌안 시절 전우이자 지금은 정부 고관(야마도 장관급)이 되어 있는 우吳 선생의 후처로 들어간다. 우 선생은 근면성실한 고관이었지만 그 생활 방식은 사합원의 서민들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었다. 운전수가 딸린 차를 타고 다니며(어린 티에터우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동차를 타 보았다) 멋진 이층 양옥에 산다. 아마도 건국 후에 외국인 주택을 접수하여 고관 숙소로 할당해 준 집이었을 것이다.

사합원에는 집 안에 복도라는 것이 없어 처마 밑이 통로를 겸한다. 이에 반해 양옥에는 긴 복도에 계단이 이어져 있어 천수쥐엔은 걸레질에 정성을 들이게 된다. 식사도 반찬이 네다섯 접시나 되는 호화로운 것이다. 우 선생은 최고급 담배인 "대중화大中華"를 피우고, 저녁 반주로 멋진 용기에 담긴 고급 배갈을 마신다.

이것은 중국이 아직 1인당 연간 곡물 ㅅ비량이 2백 킬로그램대였을 시절의 이야기이다. 250킬로그램 이하가 되면 항상 허기가 지며, 3백 킬로그램을 넘어야 비로소 주식으로 배를 채울 수 있다고 한다. 술과 고기의 소비가 급증하는 것이 4백 킬로그램을 넘고난 후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 선생의 생활은 상당히 사치스러운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후처가 된 어머니를 티에터우는 "가정부"라 부르고 우 선생에게 반항한다.
--- pp. 8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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