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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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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사랑을 하면 우리는 복수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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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408g | 128*200*30mm
ISBN13 9791193024188
ISBN10 119302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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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년아. 빨리 들어와서 밥 줘!” 남편은 목청이 좋았다. 평생 남을 호령하고 산 사람이라 그런지 어디서든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 장례식장에서도 수화기 너머로 터져 나온 남편의 욕지거리가 어찌나 컸던지 사람들이 빨리 가 보라며 김꽃님의 등을 떠밀었다. 김꽃님이 오늘 빈소에 간다 하지 않았냐고, 몇 끼만 있는 반찬 꺼내어 먹으라고 말해도 소용없었다. 삼시 세끼, 집에 편히 앉아 차려진 밥상을 받는 것이 성공의 증표라 믿는 남편이었다.
---「남편에게 복수하고 싶어요」중에서

……뭐, 그런 예스러운 대사를 빌려 표현하자면 죽일까, 죽이지 않을까, 그것이 문제로다. 이 정도일까요. 유전론과 환경론 중에 어느 쪽이 이길까, 그런 과학적인 실험은 아니에요. 오히려 철학적 실험에 가깝죠. 사르트르는 말했어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회장님은 나를 자신의 마음을 투영한 복사본으로 보고 있어요. 나는 실존하는 가상 이미지인 거죠. 회장님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 나를 둠으로써, 자신의 가상 이미지가 어떠한 선택을 할지 지켜보고 싶어 해요.
---「Dancing With Me」중에서

“……마더 포이즈너 사건의 범인을 보호한다고?” 절벽 끝 나무와 목이 졸린 염소. 사건마다 남아 있던 카 드와 푸딩. 마더 포이즈너 사건의 범인은, 눈이 푸른 여자아이는 푸딩에 독을 탔다고 했다. 어머니를 죽이기 위해. 현장에서 맡았던 달콤한 냄새가 코 안쪽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희태 수사 기록, 첫 번째」중에서

사람들 사이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하이하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여자는 우아한 손놀림으로 하이하에게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했다. 하이하가 서 있는 도보와 법원 정문은 횡단보도 두 개가 걸쳐진 만큼의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하이하는 여자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선글라스 아래 감추어진 푸른 눈도, 얇은 곡선을 그리며 휘어 올라가는 입가도 당장 허공에 그려 낼 수 있게 생생했다.
---「동생을 병원에 데려가는 엄마가 미워요」중에서

진선미의 눈에, 한쪽 신발만 신은 자신의 발이 보였다. 강한 사람만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을 잡아먹는 건 당연한 일이다. ‘……제일 약한 건 나잖아.’
---「Take My Hand」중에서

고양이는 플루토처럼 검은색이었다. 전영민은 고양이를 안아 올렸다. 형은 동물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러니 그건,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고양이는 전영민의 손바닥에 찰싹 얼굴을 가져다 대며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의지한 것은.
---「제 머릿속을 함부로 읽는 형에게 복수하고 싶습니다」중에서

사람들은 모른다. 그것이 얼마나 큰 각오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슐라의 머리카락을 움켜 쥐고 잠든 수많은 밤이 어땠는지, 종을 닮은 꽃을 피워 내며 삼킨 소원의 절실함은 누군가의 이해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그림에 남은 냄새는, 소원을 삼키던 손바닥에서 나던 눈물 냄새와 똑같다. ‘세 번째 봄이 지나도 하이하로 있고 싶어.’
---「Today」중에서

“내가 나로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이하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뭐야.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평소에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웬일이래?” “오빠가 나보다 어른이라면서요.” “그런 선문답 질색이야. 뭘 하든 내가 나지, 그럼 뭐니?” “그런 적 없어요? 지금의 나는 뭐든 할 수 있는데, 누군가의 앞에만 서면 아무것도 못 하던 때로 돌아가는 거예요.” 손수건을 매던 김해찬의 손이 일순 멈췄다. 혼자 웅크리고 지새웠던 밤의 기억이 하이하의 말 틈에서 흘러나왔다. 김해찬은 아직도 수영을 하지 못한다. “그럴 때는…… 그런 나로 돌아가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지.”
---「The First Pancake Is Always Spoiled」중에서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네가 너 아닌 다른 무언가로 바뀔 필요는 없어.”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다시 지직거렸다. “……내가 나로 있으면, 내 의뢰는 완성되지 않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나를 이곳에서 꺼내 주세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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