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사물과 인간을 유달리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시인들은 꽃과 나무와 짐승들과 어린이와 별과 바람을 사랑한다. 그러한 사랑은 우리들 마음속에도 있다. 다만 잠시 잊어버리고 지내기 때문에 깊은 느낌을 받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마치 사랑하는 마음과 노래하는 마음이 남들의 것인 양 지낸다. 사랑과 노래를 내 안에서 불러낼 때가 되었다.
사랑하는 마음과 노래하는 마음을 오래 잊지 말고 지내야 한다. 새로운 것을 열심히 찾아보아야 한다. 아름다운 것도 찾 보아야 한다. 뜻 깊은 일들을 찾아 그 뜻을 새겨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마음에 풀잎처럼 싱싱한 바람을 일으키고, 물결처럼 일렁이는 울림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또 시를 읽는다. 시는 우리들의 감각을 싱싱하게 살려준다.
시를 읽을 때, 비슷한 것들을 묶어서 읽는 게 느낌과 울림이 더 짙다. 숲에 들어가 나무들을 보면 나무들이 서로 다르면서도 같은 숲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어울리는지를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소재가 같은 시들, 생각이 비슷한 시들을 모아서 읽으면 각 시들의 독특함과 공통점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이들 무리를 다른 무리의 시들과 비교해 보면 더 깊은 뜻을 알 수 있다.
아름다움과 감동을 읊은 시들이지만 알기 어려운 말도 나오게 마련이다. 그런 말들은 찾아보아야 한다. 어려운 말들을 일일이 찾으려면 시를 읽는 과정이 산만해질 수 있다. 그래서 편히 찾아볼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
시를 읽고 금방 깨달음이 오지 않는다고 조바심할 필요는 없다. 우선 읽어보고 거듭 읽어보아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노래를 부를 때, 노래의 배경, 작가, 주제 그런 것들을 생각하기 전에 노래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노래 구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 때 그 노래가 왜 좋았는지 알게도 된다. 마찬가지로 시도 우선 읽고 느끼고 그런 다음, 시의 의미를 따지는 것은 뒤로 돌려놓아도 된다.
시는 우리 언어를 예술적으로 다듬은 결과물이다. 좋은 시를 많이 읽는 것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터득하는 과정이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마음이 가득한 사람은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좋은 시를 자주, 그리고 많이 읽고 마음속에 시가 살아있게 할 일이다. --- 1권 머리말 中시를 읽을 때, 처음에는 소리를 내어 읽기를 권한다. 그렇게 몇 차례 읽은 다음에 눈으로 읽어 보길 바란다. 그리고 전체의 분위기, 배경과 인물, 인물의 행동, 마음의 움직임 그런 것에 주목하기 바란다. 그런 다음에 세부적인 것들에 주목하라. 리듬은 어떤지, 상징적 표현은 쓰였는지, 어느 시대에 쓰인 것인지, 시인은 어떤 사람인지 등등. 끝으로 한 번 다시 읽고 전체적으로 분위기와 주제가 어떻게 어울려 있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하나 주의를 환기해 두고자 한다. 시인이 어떤 의도로 시를 썼는가 하고 묻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시인은 자신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흥에서 시를 시작한다. 남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감흥을 표현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 시에서 교훈을 얻는다든지, 행동 지침을 발견하려고 하는 것은 독자의 의욕이지 시인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다. 설령 시인이 어떤 의도를 지니고 시를 썼다고 해도 독자는 그 의도와 달리 시를 읽고 해석할 권리가 있다.
시를 잘 읽기 위해서는 시작품을 여러 차례 거듭해서 읽어야 한다. 필자의 주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러한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따지는 것은 논설문을 읽는 방식이다. 비유컨대 시를 읽는 좋은 방법은 밥을 먹는 것처럼 읽는 것이다. 반복해서, 메뉴를 조금 달리해서, 늘 같은 양으로 시를 읽는 것이 시를 잘 읽는 방법이다. 그래야 ‘시에 체하지’ 않는다. 시 읽기를 습관화하면 상상력이 길러지고 시의 정제된 언어가 몸에 밴다. 몸에 밴 언어는 자신이 시를 쓸 때 소중한 자산이 된다.
시와 친해지면 장난삼아 시를 써 보기 바란다. 일기를 시로 써 보라. 1년에 300편의 시를 쓴다면 뒷날 틀림없이 시인이 될 것이다. 시인이 될 생각이 없다면 과학자 시인, 화가 시인, 기술자 시인, 건축가 시인, 정치가 시인 등, 그런 시인을 그려보기 바란다.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시와 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 --- 2권 머리말 中
시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시를 떠올리게 하는 이러한 순환 가운데 우리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가락에 익숙해져야 한다. 시를 자주 읽으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사람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박에 없는 존재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사람만큼 마음에 일어나는 감격과 슬픔과 비애세 시달리고 들뜨고 하는 존재가 달리 없는 듯하다. 그러한 마음의 움직임은 삶을 돌아볼 때 시적인 정서로 변용된다. 이 책에서는 ‘삶에 대한 성찰’을 한 장으로 하여 앞에 놓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이어지는 장으로 설정하였다. 이후는 인간의 마음속에 나타나는 크고 작은 움직임을 몇 갈래로 나누어서 장을 설정하여 정리했다.
‘그리움이 따뜻함으로’ 변화하는 마음을 읽어 보려 했고, ‘푸근함이 느껴지는’ 시를 한데 모으기도 했다. 사람이 겪는 마음의 아픔은 대개 ‘이별’에서 온다. 이별은 수많은 떠남과 헤어짐을 대신하는 말이다. 이별 뒤에는 ‘기다림’이 이어진다. 기다림 없는 이별은 ‘아픔을 넘어서서’ 자신을 세워나갈 수 없게 한다. ‘사랑’과 ‘아름다움’, ‘멋과 재미’를 각각 한 장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존재와 생명력’을 탐구한 작품들을 모아 한 장으로 하여 책을 마무리했다.
아무쪼록 이 책을 자주 읽고 음미하여 시의 가락에 익숙해지기를 바란다. 익숙해진 가락이 여러분의 마음을 흔들어 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마음의 흔들림을 그대로 묻어두지 말고 시로 써 봄으로써 시를 짓는 능력으로 향상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하여 익숙한 가락이 마침내 시를 낳는다고 선언할 수 있기를 바란다.
--- 3권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