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반도체 소자는 발전에 큰 전환기를 맞고 있다. 소자 미세화라는 관성적으로 해오던 성능의 발전 방법이 정말로 힘들어졌기 때문이다(물론 소자 미세화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30년도 넘게 나왔지만 계속 극복하면서 발전되어 왔다). 소자 미세화가 중요한 것은 이러한 미세화를 통해서 소자의 작동 속도를 높여왔고 이렇게 높여진 작동 속도를 이용하여 컴퓨팅의 성능 향상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컴퓨팅의 속도는 정보 사회화된 인류의 발전 정도를 말해주는 척도이다. 빠른 컴퓨팅 속도는 컴퓨팅 시간의 여유를 만들어주고 그 여유 시간을 이용하여 다양한 다른 일(예컨대 복잡한 양자 시뮬레이션에서부터 현란한 게임의 그래픽 등까지)들이 가능하다. 소자 미세화에 큰 부분을 의지하고 있던 이 컴퓨팅 성능의 향상을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와같이 반도체 소자는 단순한 공업 제품이 아니고 현재 인류의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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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용하는 칩 중에는 반도체 물질이 아예 쓰이지 않았는 데도 반도체라고 불리는 경우도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반도체 산업에는 많은 수의 단위 소자를 작은 칩 안에 넣는 집적 회로를 만들다보니 발전하게 된 기술이 많다. 이러한 제작 기술을 ‘반도체 집적 공정’이라고 부른다. 작은 사이즈의 모양을 똑같이 매우 많은 수로 만드는 데 특화된 기술이다. 한 면이 1cm도 안되는 매우 작은 면적에 100억 개도 넘는 수의 단위 소자를 만들어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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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칩의 숫자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이렇게 필요한 기능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반도체 칩은 작게는 수백 개에서 많게는 수백억 개의 단위 소자가 결합되어 만들어진다. 반도체를 이용한 집적 회로는 이렇게 많은 수의 소자를 결합하는 데 큰 강점을 갖고 있다. 그 이유로 반도체 소자가 진공관 소자를 대체하면서 전자 소자의 대명사로 모든 전자제품에 쓰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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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 컴퓨터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존폰노이만(John von Neu\-mann, 1903~1957)이다. 폰노이만은 1903년 헝가리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수학자로 인류 최고의 천재를 논할 때 꼭 등장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게임 이론의 정리 맨해튼 프로젝트의 참가 등 많은 업적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폰노이만 아키텍처’라고 하는 ‘범용 컴퓨터’의 구조를 제안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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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입사 첫 해 텍사스의 뜨거운 여름이 왔다. 대부분의 사원은 여름 휴가를 떠났으나 킬비는 그럴 수 없었다. 신입사원이어서 연차 휴가가 없었던 것이다. 킬비는 더운 여름 혼자 사무실에 나와서 이 배선 문제를 해결할 쉬운 해결책을 생각하게 된다. 평면 Germanium 위에 트랜지스터, capacitor, resistor, elements 등 여러 가지 단위 소자를 배치해서 만들고 이 소자들을 금으로 만든 선으로 연결하여 한덩어리로 된 제조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킬비는 이 기술을 발전시켜서 같은 해 9월 실제로 시연하였다. 증폭기 등 여러 가지 응용 제품을 한덩어리로 칩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집적 회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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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와 소모 전력이 획기적으로 작아지면서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제품들의 출현도 가능해졌다. 과거에 컴퓨터는 회사나 연구소 등에서만 쓸 수 있는 기업용 제품이었다. 그러나 집적 회로가 나오면서 일반 가정에서도 갖고 있을 수 있는 크기로 되었고 전력 소모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이다. 그래서 컴퓨터가 기업용 장비가 아닌 개인들이 사용하는 가전제품이 된 것이다. 이렇게 집적 회로의 탄생은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를 여는 초석이 되었다. 반대로 개인용 컴퓨터의 탄생은 집적 반도체 소자의 수요를 엄청나게 크게 만드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며 전자 산업을 더욱 크게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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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무어는 1년이 아닌 2년마다 집적 회로 칩 한 개당 트랜지스터의 숫자가 두 배가 되는 것으로 ‘무어의 법칙’을 수정한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무어의 법칙’이다. 이후 반도체 산업에서 ‘무어의 법칙’은 미래를 예측하는 용도가 아니고 오히려 반도체 소자를 발전시킬 공동 목표를 상징하게 되었다. 2년 후에도 이 추세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모든 반도체 연구자가 함께 생각하도록 하는 나침반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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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룸은 단순히 먼지뿐만 아니고 온도, 습도, 공기압 및 조도 등이 정밀하게 제어되는 공간이다. 일반적으로 압력은 외부에 비해 높은 양압으로 유지되어 외부에서 공기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클린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방진복이라고 불리는 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특수한 옷을 입고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활동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반도체 제조는 오염과의 싸움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오염은 눈에 보이는 수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먼지 한 개, 사람의 입김, 땀, 화장품 등 아주 미세한 수준이다. 사람의 입김, 땀 또는 화장품 등에도 반도체 소자를 죽일 수 있는 이온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것들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클린룸, 방진복, 장갑 등 특수한 시설과 복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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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소자 기술이 발전하며 배터리 전력으로도 할 수 있는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기기로 구현할 수 있었다. 이렇게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제품의 출현은 전자산업의 시장을 더욱 더 크게 만든다. 스마트폰이나 게임기와 같은 기기의 시장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기술의 발전이 새로운 제품의 출현과 시장의 확대로 선순환하여 다시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게 하는 것이 반도체 소자 산업의 특징이다.
그래서 반도체 산업에 있는 사람들은 한 가지 믿음이 있다. 우리가 빠른 소자를 만들어내면 그것을 이용하여 새로운 제품군이 나오고 그렇게 시장이 확대되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도체 산업에서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계속 소자를 빠르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시장은 알아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며 성장하고 돈을 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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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 미세화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1μm 기술 노드부터 나오던 이야기이다. 고든 무어조차 1μm 기술 노드에 도달하면 ‘무어의 법칙’은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물질은 분자라는 물질의 성격을 나타내는 최소 단위 이하가 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소자의 크기가 분자의 크기 이하로는 절대로 내려갈 수 없고 분자의 크기에 가까워질수록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소자 미세화가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그 시점을 계속 지연시켜왔고 정말로 소자의 크기가 분자 크기의 10배, 100배가 되는 시점까지 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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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사회가 누리고 있는 빠른 속도의 많은 부분은 반도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일기예보, 실제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실감나는 영화와 게임의 컴퓨터그래픽, 자율 주행 자동차가 사람을 인식하고 회피하는 것 등 빠른 연산을 요구하는 것들은 그 속도를 많은 부분 반도체 소자의 성능에 의존하고 있다. 인터넷 스마트폰, AR(Augmented Reality, 증강 현실), VR(Virtual reality, 가상 현실) 등을 포함해서 지난 50년 간 우리가 갖게 된 새롭고 신기한 제품들의 90%이상은 반도체 소자가 빨라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또 메모리의 용량이 커졌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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