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징조와 연인들」
'이수'는 신인 큐레이터들을 소개하는 릴레이 전시에서 '석'을 만났다. 연인이 된 후 석은 그들의 만남을 두고 매번 “전혀 상관없는 궤적을 그리다가 우리가 이렇게 만나다니.”하고 경이로워한다. 우리는 왜 서로를 알아본 걸까? 그런 우리는 왜 헤어지게 된 걸까? 우리는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청춘의 시간을 함께 보낸 연인의 평범하고 특별한 연애 관찰기.
「노크」
외국계 잡지사에서 일하는 ‘나’는 ‘슈즈파파’라고 불리는 슈즈 디자이너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호텔로 가는 길에 어떤 여자의 전화를 받는다. 여자는 ‘내’가 오래전 잠깐 사귀었던 남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그 때문에 자신이 ‘나’를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자의 도착 시간은 점점 늦어지고, ‘나’는 결국 슈즈 디자이너의 방에서 여자를 기다리게 되는데…….
「조커」
오래전 소개팅에 나간 날, 나오기로 한 여자는 독감에 걸려 나오지 못한다. 남자가 알고 있는 여자의 정보는 어릴 적 개에 물린 적이 있다는 것뿐이다. 혼자 앉아 있는 남자에게 한 여자가 다가와 가벼운 부탁을 하고, 그 사이 이야기를 나눈다.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어릴 적 개에게 물린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인 양 말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어릴 적 개에게 물린 오빠 이야기를 들려준다. 잊은 줄 알았던 이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 결혼한 남자가 아내의 친구를 만나며 반복되는데…….
「얼굴 없는 딸들」
‘나’는 ‘오로’라는 동네에서 중학교에 입학하며 다섯 명의 친구를 사귀게 된다. 승은이, 주란이, 세희, 봄이, 경진이. 그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며 ‘나’는 소속감과 든든함을 느낀다. 다섯 친구들과 그해 봄 전학 온 영건 언니까지, ‘나’가 이들 무리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은 사실 폭력이고 비행이며,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상실이다. 여름을 지나 다시 오로에 겨울이 오기까지, 친구를 얻고 친구를 잃었던 시간. 위태롭고 따스했던 중학생 시절, 우리의 여자 친구들.
「미래와 밤」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의 여자 주인공 ‘계나’가 한국을 떠나온 지 30년이 지났다. 『미래와 밤』은 행복을 찾아 한국을 떠난 계나의 미래, 그리고 계나가 떠나온 한국의 미래를 들려준다. 세월은 벌써 흐르고 흘러 노인이 된 계나와 그의 아들, 그리고 그의 딸이 살아가는 2045년이다. 내가 떠나온 후, 한국은 어떻게 되었니? 그 질문에 계나의 어린 손녀는 말한다. “한국은 이제 없잖아요.”
「기분에 이르는 유령들」
‘현철’은 백화점 엘리베이터에서 괴한으로부터 염산 테러를 당해 하얀 뼈를 드러낸 얼굴에 붕대를 감은 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딸의 과거를 추적한다. 딸의 친구를 통해 딸이 나이 많은 남자와 만나고 있었다는 걸 확인한 날, 공교롭게도 유부남인 범인이 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묻지 마 범죄인 줄 알았던 딸의 사고는 교묘하게 계획된 치정극인 걸까?
「셋」
P시에는 속담이 있다. ‘셋이 모이면 문제가 풀린다.’, ‘셋이 모이면 문제가 생긴다.’, ‘셋이 모이면 비밀이 생긴다.’ 결혼을 앞둔 ‘나’는 얼마 전 이혼한 ‘해리’, 그리고 또 한 명의 친구 ‘연희’와 함께 P시로 여행을 떠난다. 세 친구가 앉고 남은 한 자리에 한 명의 남자가 앉게 되고, 이들이 P시에 도착하기 전 기차는 고장으로 Y시에서 멈춘다. 계획이 틀어진 세 친구에게 남자는 함께 여행할 것을 제안하는데……. 변주되어 전해 오는 속담 중 세 친구에게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크림」
아버지가 재혼을 앞두고 있던 겨울, 집에는 ‘황’이 함께 살았다. 잘나가는 사진 작가였던 아버지는 형편이 좋지 않았던 황에게 흔쾌히 방을 내주었고, 황은 대신 집안일을 돕는다. 아버지의 재혼 상대자인 어린 배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황과 은밀히 공모의 감정을 공유한다. 아버지가 새엄마가 될 배우와 저녁 식사를 제안한 날, ‘나’는 열이 난다고 거짓말을 하고 황과 단둘이 집에 남는다. 그날 밤, 황은 아이스크림을 사 달라고 조르는 ‘나’를 데리고 밤거리로 나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