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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의 언어
중고도서

이낙연의 언어

: 형용사는 명사의 적이다

유종민 | 타래 | 2020년 03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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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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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683g | 152*224*30mm
ISBN13 9788982501258
ISBN10 898250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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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은 알기 쉬워야 하며, 그러려면 평범하고 명료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새겼다. 김중배 편집국장은 논어의 술이부작(述而不作)을 가르쳐 주셨다. 꾸미지 말고 있는 대로 쓰라는 뜻으로 들었다. 이것을 나는 지금도 훈련한다. 넷째,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터득했다. 인생과 자연의 비밀은 너무 많고, 세상의 변화는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지금도 나는 일주일에 하루는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 p. 21 [동아일보] 인터뷰 중에서

김훈 작가의 글은 이 전 총리의 글과 유사하다. 김 작가 역시 이 전 총리와 같이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한 사람이다. 한 명은 소설가로 전향했고 다른 한 명은 정치가의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의 글에서 비슷한 인상을 받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두 사람 모두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면서 글을 갈고 닦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아직도 글을 쓸 때 컴퓨터 자판 대신 연필로 쓴다고 한다. 김 작가는 “연필로 글을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고 있다는 삶의 근거를 느끼게 해준다. ”며, “연필은 나의 삽이다.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글은 이순신의 글과 맞닿아있다.
--- p. 31

그가 인턴기자 교육 당시 했다던 말은 “신문의 ‘문’자는 ‘들을 문’자입니다. 그러나 많은 기자들은 ‘물을 문’자로 잘못 아십니다. 근사하게 묻는 것을 먼저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잘 듣는 일이 먼저입니다. 동사로서의 ‘신문’은 새롭게 듣는 일입니다.”였다.
--- p. 40

그의 팩트와 균형감각을 중시하는 태도는 한국신문협회 창립 60주년 기념 축하 자리에서 한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신문은 저의 정신의 집이입니다. 모든 판단을 정확한 사실에서 출발하려는 버릇, 어떤 사안이든 균형 있게 보려하는 습성, 정확하되 야비하지 않게 표현하려는 노력, 바지 뒷주머니에 지금도 취재수첩을 넣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메모하는 생활. 이 모든 것이 신문기자 경험이 제게 남긴 귀중한 선물입니다. 저는 그것이 자랑스럽습니다.”였다.
--- p. 42

이 전 총리의 문체를 보면 간결체이다. 간결체(簡潔體)는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내용을 명쾌하게 표현하는 문체이다. 외형적으로 만연체보다 말이 적고 문장이 짧으며 구조도 단순하다.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체적으로 서술하여 세부를 상상하게 하거나, 내용의 일부만을 서술하여 전체를 상상하게 하기도 하는데, 반복이나 세부 설명은 하지 않는다.
--- p. 45

이 전 총리는 “(회의에) 배석하는 국장이나 차관이 (수첩에) 메모도 하지 않고 멀뚱멀뚱 있거나, 회의 자료 뒤쪽에 끄적이는 걸 보면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저러지’ 싶어 갑갑하기도 했다.”며 “내가 배석자들에게 일일이 답변을 요구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수첩에 메모하는 고위공무원들이 늘더라.”고 말했다.
--- p. 59

100분 토론이 800회 특집을 맞아 국무총리를 초청한 자리에서 말 잘하는 비법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제가) 말을 할 때 더듬거리지 않습니까?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국회에 가면 질문하는 국회의원을 이기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습니다. 대신 무심하게 TV를 통해 대정부 질의 현장을 보는 국민의 입장에서 의원님의 질문과 제 답변 중 어느 쪽을 더 알기 쉽게 이해할까를 좀 더 골똘히 생각합니다." 였다.
--- p. 91

이 전 총리의 글도 보면 명사와 동사만으로 문장이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형용사는 극도로 배제하며, 부사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단문으로 끝나다보니 글에 대한 결벽증이 느껴질 정도이다. 또 말하는데 있어서도 화려한 언변이나 구수한 말발하고는 거리가 멀다. 몇마디 안되는 말로 상대 논리의 허점을 꼬집지만 상대의 기분을 다치게 하지도 않는다. 점잖으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그런 모습은 총리 시절 대정부질문에서 빛을 발한다.
--- p. 117

그는 연설비서관에게 연설문을 쓰기 전 세 가지 주문을 한다고 한다. 우선 행사의 헤드테이블에 앉는 귀빈들과 충실히 교감할 수 있는 콘텐트가 담겨 있어야 한다. 둘째, 현안 중심이다. 신문기자 출신답게 뉴스성이 담기는 게 연설문의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일 행사장 분위기와 동떨어지지 않도록 글에 생동감을 가미시켜야 한다.
--- p. 118

그가 대정부 질문에서 보인 모습은 완벽한 정석 플레이였다. 답변은 간결했고 상대에게 잡힐 말꼬리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그를 두고 “말을 글처럼 하는 사람이다”라고 하고, 은수미 전 의원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말을 받아 적으면 글이 되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였다.
--- p. 126

그가 보좌진에게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누구한테 왼손을 맞으면 그 왼손만 이리저리 들여다보는데, 그럴 게 아니라 오른손으로 맞받아 쳐라.” 껄끄러운 질문의 답을 찾으려 한다면 질문자의 의도에 말려들기 십상이다. 유도 심문에 걸려들 수도 있으니 역공이 최선의 대응이라는 것이다.
--- p. 140

한번은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는 자리에서 “모두 발언은 모두 하는 발언이 아니라 혼자 하는 발언입니다.”라는 말로 좌중에 웃음을 줬다. 제1차 규제혁파를 위한 현장대화에서는 “규제는 중년 남자의 허리 같은 것, 내버려두면 반드시 늘어나게 돼 있다. 그리고 비상한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줄어들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 p.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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