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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9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50g | 153*224*20mm
ISBN13 9788932024424
ISBN10 893202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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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레일라 아부렐라
아일랜드에서 유학한 사업가인 수단인 아버지와 대학교수인 이집트인 어머니 밑에서 서구의 문명과 가치관을 다양하게 접하며 자랐다. 수단 하르툼 아메리칸 스쿨과 하르툼 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 정경대학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결혼한 뒤에는 스코틀랜드 애버딘에 살면서 저술 활동을 시작하여 대부분의 작품을 그곳에서 집필했다.서구 문물에 익숙했지만 이슬람교도 여성으로서 신앙적 정체성 역시 확고하게 키워나갔던 어린 시절은 아부렐라의 문학작업의 튼튼한 기초이자 동력이 되었다. 아부렐라는 1999년 영국에서 거주하는 수단 출신 이슬람교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번역사』를 발표했는데, 아부렐라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이 작품은 미국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주목할 만한 100권의 책’(2006년)에 선정되고, BBC라디오 드라마로도 방송되었다.
현재는 카타르의 도하에 거주하며 작품을 쓰고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첨탑』『서정의 오솔길』과 소설집 『채색된 등불』 등이 있다. 단편 「박물관」으로 2000년 케인 상을 수상했으며, 『서정의 오솔길』로 2011년 스코틀랜드 서적상 픽션부문을 수상했다.
번역 : 이윤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여 경제부처 공무원으로 27년간 일했으며, 기업전략 연구/자문회사를 10년간 경영했다. 현실 세계의 닫힌 영역을 허물고 타인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문학의 힘을 믿으며 뒤늦게 영어권 문학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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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늦은 밤에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를 뜻합니다. 사막의 유목민들이 즐겨 나누는 대화, 하루의 일과를 마친 다음 더 이상 뜨겁지 않은 밤 시간에 달빛을 맞으며 한가로이 나누는 대화 말입니다.”
--- p.12

“당신은 날 안심하게 해줘요. 당신에게 말할 때면 난 안전함을 느껴요.” […] 그녀는 층계참에 앉은 채로 이것은 하나의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계단, 겨울잠을 자던 입원실 같은 자기 방으로 연결되는, 한때 그렇게도 올라가기 힘들었던 그 똑같은 계단의 끝자락인 여기 층계참에 행복의 느낌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적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 p.76

“……(그것이) 서방 세계가 당면한 최대의 위협은 아닙니다. 테러로 인한 실질적 피해를 들여다보면 무슬림 극단주의자가 야기한 피해는 IRA, 붉은 여단, 바더 마인호프 집단, 바스크 분리주의자 ETA 등에 의한 피해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 pp.52-53

그가 방송에 나온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면 학과사무실의 전화 응답기는 분노한 목소리의 메시지들로 꽉 차 있었다고 사마르에게 말했다. ……넌 우리 대학의 치욕이다, 우리는 세금을 낸다. 넌 네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모르는구나, 이 전쟁은 전투기들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는 단호하게 원자폭탄을 투하해야 한다…… 또 ‘이것이 성전(聖戰)인가?’라는 주제를 다루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에는 이런 말들을 들어야 했다. 이 검은 새끼야, 잉글랜드가 기독교 국가라는 걸 꼭 말해야 알겠니, 너와 나머지 모든 검은 새끼들이 알라의 땅으로 모조리 꺼져버리면 좋겠다. 네 녀석들이 잉글랜드에 온 이후 이 나라가 서양의 똥구멍이 되고 말았다……
--- p.143

“하나의 이론은 자본주의가 성장하려면 오랜 기간 생존하는 왕조나 가문에서 유래하는 부(富)의 상속을 통한 축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샤리아의 상속에 관한 법률과 자선행위는 부를 아주 잘게 쪼개므로 (자본주의 성장에) 필요한 축적 과정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죠. 내부에 설치된 자동 온도 조절 장치나 스위치처럼 과도한 현상을 중단시키는 하나의 제어장치가 있는 거지요. 나는 이것이 사물들을 분별 있게, 안정되게 잡아주는 하나의 균형추라고 생각합니다.”
--- p.156

“난 중동의 정치를 이해하려고 이슬람을 공부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나를 알고 싶어서 그걸 공부한 건 아니지요. 나는 영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았습니다. […]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내게 깊은 의미를 준 장소와 사람에게 보답하는 길은, 내가 객관적이고 공평무사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나는 무수한 편견과 위선 가운데서 무엇이 합리적이고 옳은 것인가를 말하는, 얼마 안 되는 사람들 중의 하나가 되고 싶었습니다.”
--- p.178

그녀는 전혀, 단 한 번도, 그가 그 자신을 위해 그 자신의 행복을 위해 무슬림이 되었으면 하고 기도한 적이 없었다. 기도는 언제나 자기를 위한 것이었다. 자기가 다시 결혼하기 위한 필요, 혼자가 아니기 위한 필요에서 나온 기도였다. 그것 이상으로 더 올라갈 수 있도록, 자기의 의도를 깨끗이 비우도록 기도하자. 그는 그녀에게 친절했는데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보답하지 못했다. 이제 그녀는 그가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 멀리에서 그 일을 할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비밀이 될 것이다. 열 달이 걸리고, 10년이 걸리고, 20년이 걸리고, 또는 그 이상이 걸리더라도.
--- p.243

하룻밤이 얼마나 길 수 있을까, 잠 못 이루는 하룻밤이 얼마나 가혹할 수 있을까? 들어오지 않으려는, 몸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려는 공기를 빨아댔다. 이 무력한 상태에서, 이 치욕 속에서, 기도가 절박하게 필요했다. 이것이 어떻게 그가 그것을 느끼게 되었는가 하는 간증이었다. 고상한 것도 차분한 것도 아니었다. 인류의 행복을 위한 기도도 성공을 위한 기도도 아니었고, 다만 숨을 쉬기 위한 기도였다.
--- p.271

이제 그가 내게서 무엇을 받았는가를 보았다. 표면이 아주 매끄러운 사발인데, 그 속에 머스크 향을 풍기는 우유 같은 액체가 담겨 있었다. “향수입니까?” […]
“아닙니다.” 그가 주저하다가 천천히 말했다. “그것은 당신에게서 나온 것인데 나를 강하게 말들어줄 겁니다.”
그것의 이름을 밝힐 때 그는 부끄러운 듯 시선을 멀리 돌렸다. “존경입니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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