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2007.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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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을 보고 똑바로 걷는 내가 좋다.
오랜 시간 내 버릇은 고개 숙이고 가장자리로 걷기였다.
맨해튼의 미드타운에서 난 가슴을 활짝 펴고, 아이팟을 들으며, 목도리를 칭칭 감고..
똑바로.. 똑바로 걷고 있다.
2007.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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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만난 사람들, 특히 한국 사람들은 외로워보인다.
웃고 있어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
정이 많은 사람들.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
뉴욕에서 지내면서 누군가 마음 깊이 안아주고 싶고, 안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든다.
바쁘고 외로운 사람들, 나 역시 같은 기분.
우린 서로 꼭 안아준다.
Be Happy!
2007.02.10
이글거리는 듯
깜빡이는 듯
불빛으로 뉴욕이 가득 차 있다.
아름답다.. 너무나 아름답다..
네로 황제도 이런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
그가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좋아했을 텐데..
이렇게 많은 불빛 속,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
그 속에 내가 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난 지금 행복한가..
무엇을 기준으로 살고 있는 걸까.
내 속에 갇혀 있는 걸까.
내 속에 갇혀 있는 걸까?
건강하고.. 긍정적일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떠돌고.
난.. 정말 선택받은, 행복한 사람임을 깨닫는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고,
무엇보다 뭐든 할 수 있는 건강함이 있다.
그리고 난.. 내 꿈속에서 살고 있다..
어릴 적 간절한 나의 꿈. 그거면 됐다..
성공이든 실패든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성공이란 없을 것이고,
영원한 젊음도 없을 것이며,
계속되는 실패도 없을 것이다.
두려워한다거나, 나이에 묶여 도전할 수 없다거나, 눈치를 본다거나, 실망하거나,
끝이라고 생각하는 건 버려야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세상이 이렇게 존재하니까.
수많은 사람들 속에 내 모습이 밝고 행복하길 바란다.
긍정적이길 바란다.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털털함도 좋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램프의 요정 지니가 있다는 말처럼..
행복한 희망과 주문을 걸자.
난 잘할 수 있다.
난 행복한 사람이다.
이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 내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파이팅!! 아자~!!
200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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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 잠 못 드는 내 방으로 엄마가 들어오셨다.
우린 말없이 그냥 바라보고 있었다. 왈칵 울음이 터졌다.
엄마에게 안겨 한없이 울었다.
끝없이 눈물이 나와 서럽게, 서럽게 울었다.
<엄마, 난 빨리 돈 많이 벌어서 엄마 집 사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나. 다른 아이들보다 시기가 지난 것 같아. 아무도 엄정화를 기억 못하고.. 그냥 이렇게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
엄마는 말없이 나를 안아주셨다. 한참을 그렇게.
그리고 내게 말씀하셨다.
<정화야. 엄마는 네가 이 일을 택했을 때 너무 걱정했어. 네가 혹시 상처받고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항상 걱정스러웠지. 하지만 엄마는 놀랐어. 네게 기회가 주어지고, 네가 그리던 꿈속으로 한 발 들어간 것만으로도 기적이니까.>
<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단다. 한순간에 원하는 곳에 도착하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산을 오르듯 올라가는 사람도 있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편하고 빠르겠지만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의 행복은 모를 거야. 올라가다 힘들면 주저앉아 울어도 보고, 목마르면 시원하고 깨끗한 샘물에 앉아 물도 마셔보고, 힘든 땀방울 바람에 식히며 올라가다 만난 사람들과 서로 의지해서 그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도 듣고, 또 네 얘기도 하고, 그렇게 천천히 올라가보는 거야. 그 모든 행복감과 성취감, 노력과 고단함, 두려움.. 모두 느끼면서 말이야. 결과와 과정 중에 엄마는 과정이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엄마는 스물여덟에 아빠 없이 너희 넷을 책임져야 했어. 내 꿈은 너희를 착하고 올바르고 멋진 사람들로 키우는 거였고, 엄만 그 꿈을 이뤘다고 생각해. 그때의 엄마보다 넌 아직 젊으니까, 앞으로 네게 많은 기회들이 올 거야. 절대로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 그리고 천천히 내력오는 길을 생각하는 것도 잊지 마.>
그 후부터 난 새롭게 시작했다. 산을 오르듯이.. 엄마가 그랬듯이..
내가 해내지 못할 거라 장담하던 사람들에게 감사했다.
난 분명히 해낼 거고, 그들 앞에 다시 설 거니까.. 그리고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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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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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을 느껴보려고..
혼자 생활해보려고..
다른 공간에 있어보려고..
그래서 택한 여행.
무작정 오고 싶었던 뉴욕!!
여행을 끝나며..
난 너무 그리워질 것 같다.
추운 아침, 혼자 눈뜬 뉴욕의 아침에
주섬주섬 껴입던 회색 캐시미어 카디건
하얀 슬리퍼
한 번 마실 만큼의 모닝커피..
창밖의 낯선 소음들..
모자를 눌러쓴 내 얼굴
굽이 닳은 부츠의 쇠굽 소리
창가의 비둘기
늦은 밤 걸어 들어오던 복도
내 열쇠..
히터 소리
술 마신 밤의 슬픔
공연을 본 후의 가슴 벅참
코가 빨개지도록 걸어 다니던 뉴욕의 거리
웃음
외로움
늦은 점심
'르팽'의 브런치..
쉴 새 없이 눌러대던 내 사진기 속 사랑하는 연인들의 키스..
클럽의 음악들..
눈물이 난다.
서울로 돌아가면 난 촬영 준비에 바쁘겠지.
하지만 어디서든, 무슨 일을 하고 있든
문득문득 뉴욕이 떠오를 때면 찌릿하고 가슴이 간지러울 듯하다.
그리고 그리울 것 같다.
2007년의 시작을 열어준 뉴욕을 소중하게 내 기억에 담으며 이젠 인정해야 한다.
누구를 만나든 내가 '나'임을 인정하고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역사가 있듯이
나도 나의 역사를 인정하고, 자랑스러워하고, 누려야 하니까..
누군가 그 때문에 날 사랑한다고 해도 그 이유 역시 '나'이니까..
마음을 닫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
왜..라는 물음 대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다.
그래야 한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