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런데... 아빠 구름은 어디 있어?” 난 항상 궁금했었어. 엄마는 구름만 쳐다보면서 눈만 깜빡깜빡했어. 고장 난 손전등 장난감 같았지. “아빠 구름은 바빠서 여기 올 시간이 없대. 엄마도 어디에 있는지 잘 몰라.” 엄마는 나를 꼬옥 안고 이야기해 줬어. 난 엄마 말은 다 알지 못했지만, 엄마 마음에 쿵쾅쿵쾅 고릴라 숨소리가 나는 건 알 것 같았어. “저기 구름처럼 멀리 있어? 그래서 안 오는 거야?” 엄마는 고개만 끄덕였어. 그리고 난 멀리 구름을 한참 쳐다봤지. “엄마, 나 저기 새가 되고 싶어. 새는 구름이랑 놀잖아.” 난 까치발을 딛고 하늘로 두 손 쭉 펴고 날아올랐어.
---「정나라_4살, 고운 마음 사전」중에서

“실례가 안 된다면 엄마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15살이에요!” 아기엄마는 씩씩하게 자신의 나이를 밝히며 감싸 안은 생명을 온몸으로 기뻐해 보였다.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었다. 이후 미혼모가 되면 꼭 듣는 그 질문을 나는 나도 모르게 하고 말았다. “우리 아기는 키우기로 선택하신 거예요?” “그럼요! 제가 키울 거예요. 우리는 함께 살거예요!”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한 근심보다는 뿌듯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 더 많이 보였다. 나는 만감이 교차한 채 아기 엄마를 향해 이렇게 대답을 해주었다. “아기가 엄마를 닮은 것 같아요. 정말 정말 예뻐요!”

『결혼은 모르겠고, 아무튼 아이는 있어요』를 만든 14인의 엄마 작가들은 모두 양육미혼모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책 쓰기 심야글방에서 아이와의 소중한 일상, 그 안에 들어있는 기쁨과 행복, 그리고 때로는 버거운 삶의 무게를 포토 에세이와 시 형식을 빌려 제법 읽는 재미가 쏠쏠하게 엄마와 아이의 사계절 이야기로 이 책에 담아냈다.<br/><br/>결혼 여부가 미혼이면 자녀가 당연히 선택되지 않는 설문지처럼 대한민국에서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의 생각보다 꽤 잘 지내고 있다며 미혼모들의 인생 선택이 가치판단이나 옳고 그름의 문제 이전에 한 개인의 일반적인 삶이기에 엄마의 용기로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작가들은 힘주어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