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의 엄마였다는 것은 내가 타고난 영광이었다.내 기억으로는 엄마는 나에게나 남에게나 거짓말한 일이 없고, 거만하거나 비겁하거나 몰인정한 적이 없었다. 내게 좋은 점이 있다면 엄마한테서 받은 것이요, 내가 많은 결점을 지닌 것은 엄마를 일찍 잃어버려 그 사랑 속에서 자라나지 못한 때문이다. -피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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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용서하세요. 철이 없었던 탓에 어머니가 저보다 먼저 가신다는 걸 두 눈뻔히 뜨고도 몰랐습니다. 제가 생심을 낼때까지 그저 기다려 주실줄로만 알았습니다. 오늘의 내 삷이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모두 '남을 도와 덕을 쌓으라'고 일러주셨던 어머니의 가르침 덕입니다. 제 몸을 당신 몸이라고 생각하시고 펴보지 못했던 큰 뜻을 펴보세요. 그리고 이젠 등에 진 그 무거운 짐을 내려 놓으세요. 어머니 떠나셨을 때에 그리 슬피 울었던 여섯 살 어린 손자가 벌써 열한 살이나 되었어요. 제가 할머니 이야기를 쓴다니까 '제 마음도 전해 주세요' 하는 군요. 이제 그만 놓아도 되겠지요?' (변호사 배금자)
--- p.82-83
그날로 산을 내려가셨는데, 마침 비가 내린 뒤라 개울물이 불어 노인이 징검다리를 건너기가 위태로웠다. 나는 바지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어머니를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넜다. 등에 업힌 어머니가 바짝 마른 솔잎단처럼 너무나 가벼워 마음이 몹시 아팠다. 그 가벼움이 어머니의 실체를 두고두고 생각케 했다.
---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