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인간에게 있어 언어와 새로운 단어들을 배우는 행위는 꾸준하고, 현재진행형인 과정이다. 비록 그 언어들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기는 삶의 초반 20년 동안이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생후 18개월이 되면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두 살이 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50개 단어 정도를 사용한다. 세 살이 되면 그 수치는 1천 개 정도로 껑충 뛴다. 여섯 살이 되면 보통 아이의 경우 1만3천 단어 정도, 열여덟 살이 되면 1만8천 단어가량을 알게 된다. 이는 우리 대부분이 출생 후 줄곧 하루에 평균 10개의 단어를 새로 배운다는 뜻이다. 깨어 있는 시간만으로 따지면 두 시간마다 새로운 단어를 하나씩 익힌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 익히는 단어 중에 상표 이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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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네이밍은 브랜드 네이밍 중에서도 가장 풍요로운 분야 중 하나이다. 자동차는 대부분의 사람이 살면서 꼭 한 번은 구입하게 되는,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브랜드 네임의 제품이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보면서 특별한 라이프스타일을 연상하게 되는데, 그 정도가 그 어떤 제품보다도 심하다. 경제속도로 느긋하게 달리는 이미지는 셰비Chevy(시보레의 약칭) 스타일의 튼튼한 자동차와 어울리고, 미니밴은 사커맘soccer mom(고등교육을 받은 중상류층 백인 아이의 엄마, 아이를 과잉보호하는 엄마를 일컫는다)을 떠올리게 한다. 2톤짜리 픽업은 모자를 두른 운전자를, BMW는 여피족을 연상시킨다. 자동차의 이름 중에는 발음하기 힘든 이름(현대Hyundai)과 상표의 소유권을 강화하기 위해 철자를 잘못 쓴 이름(Chevrolet Prizm, Pontiac Aztek), 서툴게 번역된 이름(멕시코에서 시보레 노바Chevrolet Nova는 ‘가지 않는다’는 뜻의 ‘no va’로 읽힌다)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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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콘의 네이밍 팀이 그 장비를 보고 대뜸 떠올린 생각은 딸기였다. 서른 두 개의 키가 달린 글자판이 그들로 하여금 딸기의 표면에 붙은 씨앗의 모양과 감촉을 떠올리게 했던 것이다. “스트로베리Strawberry는 발음상 너무 느리고 블랙베리Blackberry가 훨씬 더 빨랐다”고 플라책이 나에게 말했다. 스탠포드 대학의 언어학 교수인 윌 르벤Wil Leben이다. 르벤은 “black이라는 단어는 발음할 때 먼저 바삭바삭한 느낌으로 튀어나온다. ‘b’는 폭발하고, ‘k’도 폭발한다. 이 자음들은 ‘폐쇄음’이라고 불린다”고 말한다. 반면에 Strawberry는 바삭바삭하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다. “‘Straw’는 마치 새는 소리가 오래 이어지는 것 같고, ‘s’는 ‘b’보다 발음시간이 2배 정도 길다. ‘w’ 또한 길게 이어지는 모음이다. ‘s’는 더 가볍고 날카롭게 들리고, ‘aw’는 보다 느리고 무겁게 들린다. 그것은 ‘ack’과 ‘au’의 차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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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그라는 임상적으로도 큰 발전을 보인 약이었기 때문에 그보다 덜 강력한 이름이었어도 무방했을 것이다. 위대한 제품은 범용한 이름으로도 잘 팔리는 법이다. 어느 순간에 방어자세를 풀어버린 듯, 피델리노는 사실 비아그라가 다른 약품을 위해 개발되었던 이름이었다고 무심코 털어놓았다. 신장병을 위한 치료제였다고 한다. 블랙베리처럼, 멋진 이름은 제품이 나오기 전부터 존재하는 법이다. 두 가지 이름은 모두 역사를 만들었다. 비아그라는 새롭게 만든 이름을 대중의 의식 속에 재빨리 끼워넣는 요령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통적인 약품 브랜드라는 느낌과 모양을 피할 수 있는 이름인데다가 건강에 대한 의식을 일깨우고 효능을 암시하는 마케팅 노력까지 합세하면서, 비아그라는 표적을 명중시켰다. 곧 전세계는 비아그라의 세력 아래에 놓였다. 그 약품은 베이비부터 세대들 사이에서는 대화를 여는 물꼬가 되었고, 결혼생활의 구세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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