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걸린 거울 앞에서, 그는 냉혹한 표정으로 잠시 동안 자신을 바라보다가 손을 윗옷 주머니에 넣었다.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거울로 향하게 하더니 욕설과 명령의 말을 읊조렸다.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총을 겨냥했다. 금세 평소의 초췌하고 난감해하는 얼굴로 돌아와, 이 태연한 갱스터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사내에게 말이다.
--- p.38
이상하게도, 미친 듯이, 그는 이 침울하고 가혹한 여주인의 발아래 무릎 꿇고 싶었다. 그는 그녀에게 피든 목숨이든 보석이든, 무엇이든 바치고 싶었다. 그녀의 시선을 다시 얻을 수만 있다면, 한 번만 더, 존경과 욕망이 뒤섞인 그 기묘한 표정을…….
--- p.48
마리아는 차갑고 조금은 적대적인 얼굴로 자신을 대면했다. 스푼을 내려둔 손이 턱으로, 머리카락으로 올라갔다. 간단한 동작으로 풍성하게 볼륨을 만들어보았지만, 거기엔 눈에 띄는 흥미도 열의도 없었다. 꼼짝하지 않고 아득히 머물러 있는, 권태와 무관심 그 자체인 얼굴이었다. 그러므로 오만한 눈꺼풀 아래 맑고 단단한 눈에서 너무나 둥글고 응축된 눈물이 아무런 전조 없이 연달아 솟아올랐을 때, 그녀가 느낀 감정은 괴로움이 아닌 놀라움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귓가에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흐르는 눈물을 바라보았다.
--- p.131~132
그가 당황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떤 안도감과도 같은 기분을 느끼며 당황하는 그를 바라보았다. 게레의 수상쩍고 위험스러운 면모, 그녀가 존경하고 거의 사랑하기까지 한 살인자나 싸움꾼으로서의 모습은 사라져버렸고, 선량한 시민이자 근면한 4년차 회계원의 면모가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초라한 야망은 그녀가 스스로에게 증명할 필요가 있었던 얼핏 본 이 사랑의 어리석음과 부질없음의 증거이기도 했다.
--- p.14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