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시인이자 당대 최고의 비구니스님으로 칭송받고 있는 일엽 스님을 어머니로, 일본의 최고 명문가 오다도켄의 후손인 오다 세이조를 아버지로 두었던 일당 스님은 부모들의 비극적 만남 이상으로 고독한 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스님의 타는 듯한 모정에 대한 갈증을 그림으로 승화시켜 석채화의 대가, 일본 화단의 거목으로 자리잡기까지, 이당 김은호 화백과 일본 최고의 인물화가 이토신스이에게 사사받은 스님의 그림은 자연애와 강렬한 채색을 통한 감정표현에 성공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데, 그 화폭에 그려진 자연은 다름아닌 어머니인 것이다.

일당 스님은 그림으로는 표현할 길 없는 그리움을 본작에서 풀어놓았다. 출생의 비밀과 모정에 목말랐던 어린 시절, 사랑과 애증, 휘몰아치는 역사의 소용돌이는 마치 대하소설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놓칠 수 없는 것은 인생과 역사의 질곡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스님의 굳은 의지와 인생에 대한 담론들이라 할 것이다. 고희의 나이에 어머니의 길을 따라 불가에 귀의하셔서 지금은 스님으로서 또다른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