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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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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 어린 시절이 그리울 때 찾아 읽는 추억 이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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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40*210*15mm
ISBN13 9791193540015
ISBN10 119354001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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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노는 게 제일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국민학교 시절이다. 그때는 매일매일 뭘 하면서 놀까 하는 기대와 설렘이 있었다. 매일 놀아도 질리지 않았다. 계절에 따라 놀이는 자연스럽게 변해 있었다. 봄 무렵에 노는 놀이가 있었고 여름에 하는 놀이가 있었고 추워지면 하는 놀이들이 기막히게 바뀌었다. 그것도 돈이 거의 필요 없는 놀이였으니 얼마나 건전했던지. 그런데 40살이 넘고 50대가 되어도 노는 건 여전히 즐겁다. 20대에는 40대, 50대가 되면 별로 재밌지 않을 거 같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아마도 70, 80대에도 노는 건 여전히 재미 있을 것 같다. 노인이 되어도 어릴 적 친구들과 만나면 동심의 세계로 가지 않을까. 한두 살 후배들과 만나면 어깨에 힘이 팍 들어가고, 한두 살 선배들을 만나면 약간의 어리광을 부리게 되는 걸 보면 모든 건 상대적인 듯하다. AI가 절대로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게 바로 ‘노는 거’ 아니겠냐는 지인의 말에 공감이 된다. 노는 것과 먹는 것의 즐거움을 잃어버리지만 않는다면, 삶은 그만큼 재미있지 않을까?
---「노는 게 제일 좋아」중에서

나도 미친 듯이 모았던 카드가 있다. 그 시절 인기 절정이었던 프로 야구 선수 카드 모음집이었다. 당시 여섯 개 구단이 있었다. 한 구단의 선수가 못해도 20여 명은 되었을 것이다. 한 구단에 20명만 잡아도 총 120명의 선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이 카드가 어떤 상품에 부록처럼 들어가 있었다. 그 상품이 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빵은 아니었고, 과자였는지도 모르겠다. 인기가 있었던 이만수, 김용희, 김용철 같은 선수들의 카드는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별로 유명하지 않고 실력도 고만고만한 선수들 가운데 유독 귀한 카드 몇 장이 있었다. 그 카드를 구하려고 애를 썼다. 그리고 동네의 후배와 카드를 교환하기도 했고, 웃돈을 받고 팔기도 했다. 거의 다 모았지만, 한두 선수의 카드를 끝내 채우지 못했다.
---「포켓몬 빵 스티커와 야구선수 카드」중에서

그 당시 이렇다 할 장난감이 없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는 큰마음을 먹고 비행기 장난감을 사주셨다. 바퀴가 달려 움직일 수 있는 꽤 괜찮은 장난감이었다. 그걸 자랑한답시고 들고 나가 흙바닥에서 놀았다. 그런데 한 시간도 채 되지 못해 장난감이 고장나 버렸다. 그냥 방 안에서 가지고 놀았다면 그렇게 빨리 고장 나지 않았을 텐데. 없는 생활비에서 겨우 사주신 장난감이었기에 얼마나 속상했던지. 어머니는 더 그랬겠지만. 4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아련해진다. 모든 게 부족했고 결핍되었기에 이런 추억도 생겼을 것이다. 만약 그때 내 삶이 풍족했다면 그래서 아쉬울 게 없었다면 지금 내 삶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비행기 장난감」중에서

난 어머니표 비빔국수를 좋아했다. 팔도나 농심이 제아무리 맛있는 비빔라면을 만들어도 어머니표 비빔국수에는 비길 바가 못 된다. 국수를 배불리 먹고 마당 가운데 평상에 누웠다. 여느 시골 구멍가게의 평상에는 노란 장판을 깔았지만 우리 집 평상은 그냥 나무 그 자체였고 나는 그것이 좋았다. 그렇게 누우면 눈에 들어오는 건 무수히 많은 별이었다. 별이 많아도 참 많았다. 가끔 남미나 몽골 등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별과 은하수도 볼 수 있었다. 별을 볼 때는 무조건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두 개를 찾았다. 다른 별 또는 별자리를 잘 몰랐다. 있다손 해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 많던 별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다 동네에 가로등이 생기고 각 집마다 형광등이 설치되었다. 그리고 어느 때부터인지 별을 보지 않게 되었다. 한가로이 별 구경을 할 짬이 없었던 듯하다. 그리고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별을 보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10여 년 전 장흥에 있는 송암천문대를 갔다. 아마도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천문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대만큼 별이 보이지 않았다.
---「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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