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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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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의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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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 예정일 미정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472g | 127*195*23mm
ISBN13 9791189571702
ISBN10 118957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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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토요일, 오랫동안 내리던 비가 그쳤다. --- p.7

현재로서 내게도 아무 문제는 없다. 주변도 마찬가지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무엇보다 나나 나와 비슷한 존재가 이곳에 없었다면 이 공원은 한층 평화로워 보였을지도 모른다. 나처럼 잔디에 누워 있는 노숙자 몇 명이 보인다. 그들도 내가 그렇듯 신주쿠역 서쪽 출구의 인공 불빛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어서 여기 왔을 것이다. --- p.8

“이 여자아이도 살았다고. 네게 맡긴다. 신에게 빌지만 말고 구급차가 오면 이 아이를 가장 먼저 맡겨.”
“왜 내가…….”
남자를 다시 한번 때렸다.
“알겠냐고.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넌 죽어. 잊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거짓말 아니야.” --- p.18

‘술 따위 상관없는걸.’
아니, 상관있다. 나는 중얼거렸다. 저런 놈들에게 지고 말았단 말이다.
곧장 세계가 온통 새까매졌다. --- p.46

“60년대 말, 대학투쟁의 시대가 있었어. 그건 너도 알겠지.”
“대강은요. 엄마한테 들은 적이 있어요. 그렇다고 많이 아 는 건 아니고. 옛날이야기. 이제 전설이 된 시대의 이야기잖아요. 아저씨 세대 사람들이 마치 자신들만의 특권인 것처럼 케케묵은 후일담을 말하는 것 정도는 알아요.” --- p.97

“결국 게임 끝이라는 건가.”
“맞아. 게임 끝이야. 기쿠치, 넌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난 너와 함께할 거야.”
그 후 우리는 볶음국수를 추가로 주문해 말없이 먹었다. 투쟁에 관해 나눈 우리의 대화는 그게 마지막이었다. 양념 이 타는 냄새와 침묵만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게임 끝. --- p.113

“최근 일은 아니고 자네 시합 때 봤어. 죽여 버리라고 엄 청나게 고함을 치는 사람이 근처에 있었어. 너무 이상해서 아직도 기억나.”
“이상하다니?”
“얌전해 보이는 남자였는데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리면 사람이 돌변했어. 뭔가 자네를 응원한다기보다는 어느 쪽이든 죽었으면 좋겠다는 듯이 외치는 느낌이랄까. 피를 보고 싶어!, 라고 외치는 것 같았어.” --- p.191

“나도 여러 가지 궁금한 게 생겼어. 조금 움직여야 할 것 같아.”
“위험한 수단을 쓰려는 건 아니겠지?”
그러자 아사이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떠올랐다.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게 야쿠자의 숙명이야. 어떤 일에든 숙명이라는 건 있으니.” --- p.218

“신문은 다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모든 신문을 다 읽는 게 좋아. 신문에 나와 있는 건 직소 퍼즐처럼 거의 단편적인 것들이라.”
“무슨 일이에요? 뭘 알아채신 거예요?”
“네 엄마가 그 공원에 있던 이유.” --- p.277

‘기름을 끼얹은 날에 불기둥처럼 솟은 고층 빌딩, 하늘 어디에도 의지할 데 없구나.’
‘황혼이 드리우는 거리의 살덩이를 멈추게 한, 붉은 과일 껍질 벗겨 놓은 듯한 신호등.’ --- p.305

“자네에겐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위험한 이야기는 숨겼던 거야. 그런데 역시 자네는 그걸로 만족할 만한 남자가 아니었어. 다만 이것만은 말해 둘게. 상대가 누구든 죽이진 마. 그리고 자네도 절대 죽지 말고.” --- p.340

“사람을 살해할 때도 이렇게 하는 건가, 테러리스트. 푸른 파라솔을 빙글빙글 돌리네.” --- p.378

“넌 날 쏠 수 없어.”
그 말이 처음으로 나를 움직이게 했다. 왼손으로 오른 손목을 잡고 떨리는 권총을 고정했다. 손가락에 힘을 넣는다. 방아쇠를 당기듯이 천천히 힘을 주었다.
총의 발사음이 울려 퍼지며 여운이 드리워졌다. --- p.389

“오늘, 친구를 한 명 잃었어.”
창밖에서 갑자기 하얀 코스모스 꽃잎이 흩날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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