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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외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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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외계인

이재문 글 / 김나연 그림 | 허블 | 2022년 12월 2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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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94g | 145*215*14mm
ISBN13 9791190090803
ISBN10 1190090805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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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삐딱하게 굴면 용돈을 끊어버린다고 한 건 엄마다. 일방적으로 가족여행을 계획한 것도 엄마다. 내가 가자고 할 때는 바쁘다고 핑계만 대더니, 얀이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하니까 가는 걸 누가 모를까 봐?
“엄마 아까부터 많이 참고 있어.”
누가 할 소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참고 있는 거라면 엄마보다 내가 백배는 더할 거다.
--- p.21

나도 인정한다. 얀에게 모질게 굴고 있다는 걸. 내가 생각해도 너무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내게도 이유는 있다. 엄마 아빠는 얀이 오고부터는 내게 작은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저 얀이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만 신경 썼다. 얀이 엄마 아빠 사랑을 전부 가져가 버린 건 아닐까?
--- p.26

어릴 때부터 언니가 있었으면 했다. 그러나 얀을 직접 만나자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언니도 언니 나름이지, 얀은 내가 바랐던 언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편견을 가져선 안 되지만, 쉽지 않았다. 외모부터가 그랬다. 특히 프로텍트스킨 때문에 듣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어딘가 어리숙해 보였다.
--- p.27

동갑내기를 언니로 받아들여야 하는 열두 살이 몇 명이나 있을까? 적어도 우리 학교에는 없다. 인생 최대의 불청객 얀. 작년만 해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얀의 출현은 내 일상을 위태롭게 흔들었다.
--- p.29~30

크래시홀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크래시홀은 생성 가능성이 극히 낮아 우주여행 중 맞닥뜨릴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낮은 가능성이라도 내게 일어났다면 그건 100퍼센트 가능성이 되는 법. 사고란 원래 그렇게 일어난다.
--- p.39

은빛이 도는 흙이며, 보라색 이파리, 물고기 같은 곤충과 끊임없이 내리는 비, 심지어 눅눅하고 숨 쉬기 힘든 공기까지. 지구와는 모든 게 다른 것 같았다. 사이즈가 작은 신발을 신은 것처럼 몸에 맞지 않는 감각들이 나를 옥죄어 왔다. 모든 게 낯설고 불편했다. 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에 비해 얀은 오랜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사람처럼 편해 보였다.
“나도 확실하지가 않아서. 내가 생각하는 그곳이 맞는지.”
얀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 p.51~52

물웅덩이 근처에는 마우라나무를 비롯하여 다양한 생물이 가득했다. 물 아래 초록으로 반짝이는 꽃나무에서는 꽃봉오리가 빛을 발하며 오므렸다 폈다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였다. 손바닥만 한 물고기는 가시 같은 지느러미를 사방으로 뻗고 있었다. 은색 비늘을 반짝이며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시선을 빼앗았다.
--- p.71

먹는 거, 자는 거, 걷는 거, 뭐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뭘 해도 사고를 일으키기 일쑤였다. 그러나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따로 있었다. 나는 여기서 철저히 외계인이라는 점이다. 잘못 끼워진 퍼즐처럼 어떤 것도 딱 들어맞지 않고 어색했다. 나만 다르다는 소외감. 사람들이 아무리 친절히 대해줘도 무능한 스스로에게 느끼는 실망감. 이제껏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이겨낼 수 있다고 믿었는데!
--- p.92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타오의 표정에 가슴 한구석이 쿡쿡 쑤셨다. 이들이 내게 보여준 다정함의 반의 반만이라도 얀에게 베풀었던가? 지난날의 내가 조금은 너무한 게 아니었나?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얀이 너한테 잘못한 것도 많다고 하더라.”
“잘못이요? 그런 거 없는데…”
“없기는. 내가 보니까 얀이 좀 까칠하게 굴 때가 있던데. 지구에서도 그랬지? 그런 건 좀 고쳐야 해.”
사실과 전혀 다른 말이었다. 오히려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 부끄러웠다.
--- p.114~115

얀에게 했던 모진 말과 행동들이 스쳐 지나간다. 왜 그랬을까. 따뜻하게 대해줘도 됐을 텐데. 얀 혼자 외로웠을 텐데. 나는 뭐가 그리 질투가 나서는…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면 최선을 다해 친해져 보는 건데. 생각해 보면 안키노스에 오기 전에도 얀은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잘 지내고 싶다고, 가까워지고 싶다고. 그런데도 나는 얀을 멀리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유라면, 얀이 엄마 아빠 사랑을 빼앗는 것 같아서. 하지만 알고 있다. 핑계라는 걸.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 같은 얀이 싫었을 뿐이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정말 사이 좋은 자매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 p.178

사실, 나는 얀의 진심을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 다른 아이들 눈이 무서워서. 얀이 엄마 아빠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가져갈까 봐.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걸 예전엔 왜 몰랐을까. 얀 덕분에 우리 가족의 사랑은 더 풍성해졌는데.
“얀, 내 언니가 되어줘서 고마워.”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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