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유산 답삿길에서도 유홍준은 우리 시대의 르네쌍스인답게 미술사가로서 지식 정보의 전달에 머물지 않고, 시적 상상력과 소설적 서사력 그리고 건축적 지혜를 발휘하여 판단하고 해석한다. 법륭사 서원가람 회랑의 오묘한 공간감이 다름 아닌 ‘창살의 디테일’에 비롯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신은 디테일에 깃든다’라는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아포리즘에 그는 ‘명작은 디테일이 아름답다’로 화답하며, 우리에게 그곳의 시각적 리듬을 듣게 하고 인간적 체취를 맡게 한다. 이렇듯 유홍준 사유의 종착은 항상 ‘인간’이다. 더욱이 그 인간은 추상화된 이상형이라기보다 따뜻함이 넘치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는 천년 전의 문화유산들이 ‘지금, 우리’ 앞에 생명을 가지고 다가서게 한다.
민현식(건축가)
교수님의 답사기를 읽을 때마다 나는 답사현장에 있는 것 같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그곳을 거닐면, 어느새 책 속의 활자들이 살아나 교수님 목소리로 들리고 나의 두 눈은 카메라 렌즈처럼 사진 속 문화유산을 바라본다. 때론 그곳의 냄새와 공기도 느끼며! 책 읽기의 재미를 넘는 감동에서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에 남는 깨달음까지. 그곳이 국내든 일본이든 우리 문화유산이 있는 곳이면 함께 존재하는 답사기가 나는 참 고맙다.
임수정(배우)
대중서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화려한 지식도, 쉽고 유려한 문장도 아니다. 바로 ‘핵심을 파고드는 통찰력’이다. 이 책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인문서의 전범이다. 이 책이 지난 20년간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그리고 이번 책도 여전히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비법이기도 하다. 특히나 그의 글은 미술, 역사, 풍토, 일본인의 문화적 습성 등을 깊이있으면서도 포괄적으로 고찰한, 이른바 학문간 융복합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유행에 따라 뜨고 지는 일회적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수십년의 세월을 이겨내며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유홍준 ‘답사기’의 존재는 한국 인문학의 축복이자 기행문학의 우뚝한 성과다. 그 저자가 이번에는 일본의 역사와 인문, 예술적 지식에 그의 남다른 눈썰미를 돌렸다. 우리 문화유산을 다룰 때보다 한결 힘들었을 이런 작업을 해낸 데는 문화의 힘으로 한일관계의 어둠을 밝히려는 충정이 담기기도 했기에 더욱 고맙고 감동스럽다.
백낙청(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한일 역사인식의 최대 장애는 고대사’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고대 이래 한반도와 얽히고설킨 뿌리는 일본 열도 도처에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편견과 왜곡에 지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한일 고대사의 현장이라고 할 일본 규슈 지역을 답사하면서, 한반도가 일본에 미친 문화적 영향의 자취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 시선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문화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중히 여기며, 독자적인 토양에서 풍요한 문화로 키워나간 일본 사회의 미적 감각과 노력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국경과 민족의 관념이 지금과는 달랐을 고대의 발자취를 음미하면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쌍방적’이고 수평적인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 고개 드는 편협한 민족주의의 악순환을 끊는 길이기도 하다. 거꾸로 가는 지금의 한일관계 속에서 고대사를 둘러싼 선입관에 과감히 도전하는 이 책이 일본의 독자에게도 읽히는 기회가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이종원(일본 와세다대 교수, 국제정치학)
중국 고대문헌이나 유적이 우리 고대사를 재구하는 자료가 된다면, 일본 고대사 또한 우리 역사의 한 장으로서 인지되어야 마땅하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일본의 역사와 문화가 우리 민중의 기초적 상식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고대사가 구한말부터 일본 학자들의 주관에 의하여 마음껏 그려진 산물이라고 한다면 우리도 이제 우리의 관점에서 마음껏 일본 역사를 그려볼 수 있다. 치밀한 연구, 과감한 발상, 자유로운 상상력의 시작으로서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한다. ‘도래인’이 어찌 ‘도래인’인가? 그들이 곧 일본문명의 주축이요 지배자가 아닐까? 그리고 음성학적으로 더 정밀한 일본어 표기법이 새롭게 국책으로 마련되었으면 한다.
도올 김용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