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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의 엄마 여행 1
중고도서

20년의 엄마 여행 1

: 김푸른샘 키우기

정미영 저 / 서민정 그림 | 즐겨찾기 | 2009년 08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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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8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622g | 153*224*30mm
ISBN13 9788964110003
ISBN10 896411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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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정미영
김푸른샘과 온빛누리의 20년 엄마 여행자인 저자는 현재 중학교 국어 교사로, 오늘도 학교에서, 솔로몬 공부방에서 아이들에게 희망의 싹을 키워 주고 있다. 20년 엄마 여행길에서 아이를 다감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키워 내는 노하우, 잔소리 하나 하지 않고 스스로의 길을 헤쳐 가게 하는 노하우, 감성과 이성으로 균형 잡힌 영혼으로 키워 내는 노하우, 상상력과 호기심의 나라로 이끄는 노하우를 터득하여, 그 노하우를 젊은 엄마아빠들에게 오롯이 부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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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난장 같고 아무데나 물건을 늘어놓아 정신없는 재래시장 같은 ‘20년의 엄마 여행기’를 함께 따라나서면, 그대가 이 엄마의 서러움과 기쁨을 맛보고서 조금은 코가 찡해질 것이고, 푼수 같고 놀기 좋아하고 눈물 많은 이 엄마의 좌충우돌하는 모습과 부족함에서 외려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얻을 것이며, 그래도 하나 남은 이 엄마의 아집이나 고집 속에서 이 땅의 엄마들의 고뇌와 사랑과 지혜도 함께 만지작거릴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pp.7-8

그 후로는 그 아이에게 더 이상의 쓸쓸한 먹빛 기다림을 주지 않았답니다. --- p.23

훗날 큰아이나 작은아이가 많은 시간 하지 않아도 공부를 잘했던 이유, 그러니까 집중력이 뛰어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퍼즐놀이’라고 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퍼즐 덕분에 직장을 가졌던 이 피곤한 엄마도 참 많이 쉴 수 있었고요. --- p.45

이 스티커놀이의 좋은 점은 무궁무진했어요. 모양과 빛깔을 달리해서 줄 때마다 푸른샘은 빛깔과 모양이 다름을 미세하게 알아내고 새로운 스티커에 감격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새로운 인형 모양의 스티커를 주었을 때는 색깔과 모양에 관한 모든 글자까지도 학습할 수 있어서 좋았고,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티커와 한참을 뭐라뭐라 중얼거리며 놀아서 좋았으니, 이 스티커들은 문자놀이의 일등 공신이요, 보물 중의 보물이었던 셈이지요. --- pp.64-65

전 큰아이에게는 동생에게 책을 읽어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서 자신이 번 돈으로 큰아이가 좋아하는 것들, ‘레고, 퍼즐, 책’ 들을 살 수 있게 했어요. 그리고 여섯 살인 푸른샘에게는 자신이 혼자 읽기에는 버거운, 그렇지만 탐내 하는 오빠의 두꺼운 책을 오빠가 읽어 주게 했고요. 둘은 평상시엔 아옹다옹하다가도 오빠가 책 읽어 주는 남자가 되면 작은아이는 오빠가 필요하니까 깐에 고마워하면서 귀를 쫑긋 세우곤 했죠. 그리고 책 읽어 주는 남자가 된 오빠는 제법 의젓했고, 학교 선생님 흉내를 내며 자신만의 ‘책 읽어 주는 남자’의 그윽한 향취를 만들어 내곤 했어요. --- pp.68-69

참 과학적이고 정교한 머리 동작, 손 동작 놀이에요. 큰아이 온빛누리가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레고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네요. 레고 테크닉을 조립하고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고 하는 일을 밥 먹듯이 하면서 말이죠. --- p.90

더구나 푸른샘이 3년 반을 외국에 나가 씩씩하게 견딜 수 있었던 것도 이때의 놀이에 힘입은 바가 컸던 것 같아요. 놀이할 때의 끈기와 집중력, 게다가 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승부욕, 이런 것들이 강한 열정과 생활력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요? 놀이할 때 푸른샘이 보여 준, 늘 푸르러 그칠 줄 모르는 샘, 그래서 엄마랑 아빠는 푸른샘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다고 뿌듯해하곤 했답니다. --- p.94

일기를 쓰고 있는 그 녀석에게 “내일은 어떻게 할 거니?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렇게 물으면 아이는 이미 일기를 쓰면서 자신이 직면한 문제의 해법까지도 대부분은 정리가 되어 있곤 했어요. “엄마, 내일은 이렇게 할래요.”라고 말하고 해맑게 웃곤 했으니까요. --- p.215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동화쓰기의 소중한 점은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일 거예요. 언어라는 것, 문자라는 것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만들어 간다는 것, 말이 되든 안 되든 소꿉놀이처럼 이야기를 지어 본다는 것, 아무 구속도 받지 않고 내가 주인공을 만들고 옷도 입히고 색깔도 입히고 향기롭게 만들어 간다는 것은 얼마나 달콤한 일일까요? 어린아이지만 자신의 관심사, 경험, 욕망, 욕구를 버무려 하나의 세상, 또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이 동화쓰기는 참으로 신기하고 신비한 체험이겠지요. 그래서 동화쓰기는 정말 저와 딸아이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추억의 선물로 남아 있어요. 아이가 쓴 동화를 보는 동안 전 아이의 세계에 머물면서 아이의 세상을 만날 수 있었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 꿈꾸는 것, 아이가 걱정하는 것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 p.238

사실 예전에 해리병아리 김푸른샘을 영어마당으로 데리고 갈 미묘한 시기를 엄마닭은 무지무지 고민했었어요. ‘한번 가면 정말 오랜 시간 그 나라에서 모이를 먹고 물을 마시고 살아야 할 텐데, 그 시작은 언제쯤이고 언제까지여야 할까?’ 하고 말이에요. 그러다 한글마당에서 오랫동안 맛난 친환경 먹이들을 실컷 먹고 놀았고, 독서와 일기와 동화쓰기의 몸집이 도독하게 살이 올라 있는지라 엄마닭은 해리병아리를 영어마당에 안심하고 보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때맞춰 보낸 것이 정말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 pp.272-273

그래서 전 그해 여름이 두고두고 잊히지 않네요. 두고두고 잊히지 않을 귀한 깨달음을 얻어 냈기에.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해 갈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낼 시간들을 많이 줘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자신이 할 일을 해 낼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아이가 자주적이고 자립적이고 창의적인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는 것을. --- pp.290-291

다행입니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그래서 맘 놓고 울었습니다. 그 옛날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던 아팠던 시간들이 종소리처럼 소리 없이 떼로 몰려와 그냥 까닭 없이 울어 버렸습니다. --- pp.340-341

그리고 또 남편이, 아내가 집에서 쿡 하며 방바닥에, 침대에 배 깔고 엎드려 뒹굴뒹굴하고 있어고 참지 마세요. J. 부라키가 그랬다죠. “좋은 경험은 잘 갈아 놓은 토지와 같은 것이다. 이 경험이라는 토지는 필요에 응하여 부쩍부쩍 무한의 힘을 낳고, 그로 인하여 소유자에게 많은 수확을 얻게 한다.”라고 말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고, 아무리 세상이 달라져 간다 해도 아이들의 새로운 세상은 집에서 쿡 해 가지고선 맞이할 수가 없답니다. 적어도 저희 아이들은 그랬어요. 엄마랑 아빠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들로 산으로, 박물관으로 미술관으로, 극장으로 영화관으로, 서점으로 다리가 아플 때까지 발이 부르틀 때까지 돌아다녔고, 그러는 가운데서 아이가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이 아이가 성장하는 데, 카이스트나 하버드에 도착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앞으로 아이들이 튼실한 어른으로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데에도 그때의 경험들이 아이들의 비옥한 토양이 되어 줄 거라고 믿습니다.
---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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