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종종 우리 앞에 일종의 ‘신호’가 나타날 때가 있다. ‘천천히 가’, ‘방향을 틀어’, ‘더 이상 뒤돌아보지 말고 앞을 향해 걸어’. 신호를 알아채고 탄력적으로 삶을 재설정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대부분은 아예 알아채지 못하거나, 무시하거나, 알아도 어쩔 도리가 없어 변화를 도모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 일들이 쌓이고 쌓인 끝에 결국 못 본 채 넘어가기엔 너무나 큰 사건이 인생을 강타했고, 꽤 힘겹게 그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했다.
--- p.8, 「프롤로그」 중에서
넘치는 행복감을 만끽할 줄 알았던 그 순간, 털끝만큼도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다.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 사람들이 간혹 유체이탈을 경험했다는 증언을 하지 않던가. 바로 그렇게 마치 남의 방 안을 들여다보듯, 제삼자의 눈으로 내 무의식의 세계를 목격한 것이다. 적막함으로 가득한 그곳에는 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행복하지 않다.’
그 문장의 뜻을 인식하는 찰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는 기분이 들었다. 거의 반사적으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심호흡도 해보고 차도 마시고 눈앞의 풍경에 집중하려 애써보았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문장은 점점 또렷하게 커지며 내게로 다가왔다.
--- p.24~25, 「1부 ‘나는 행복하지 않다’」 중에서
결국 어디서 살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인생을 결정하는 건 자기 인생을 대하는 태도다. 행복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무엇인지, 자기 삶의 어느 부분에서 욕심과 집착을 덜어내야 할지 아는 것.
--- p.132, 「2부 ‘음미하는 삶’」 중에서
“내가 나 자신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있나요? 내 몸 대신 저 앞에 있는 사람의 단단하고 날렵한 몸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요? 그건 너무나 큰 배신행위나 마찬가지예요. 평생 함께할,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든든한 지원군을 못마땅해하고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명심하세요.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지 않으면 자신이 만들어놓은 한계의 노예가 되는 겁니다.”
--- p.143, 「3부 ‘내가 나 자신이 아니기를 바란 적이 있나요’」 중에서
나는 여전히 두렵다. 상처받거나 상처 줄까 무섭고, 누군가와 너무 멀어지는 것도, 너무 가까워지는 것도, 마음을 전부 털어놓는 일도, 누군가가 나를 너무 좋아해주는 것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을,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천천히 가면 괜찮다는 것을 이 작은 동네 사람들로부터 배웠다.
--- p.171, 「3부 ‘낯선 사람을 내 삶에 들이는 일’」 중에서
누군가의 시선 때문이 아니었다. 남들의 평가 때문도, 직업적인 특성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한 것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가 온전히 인정했다면, 남들이 뭐라고 평가한들 전혀 문제가 안 되었을 것이다. 살이 오른 몸, 햇볕에 그을린 얼굴, 초라해 보이는 헤어스타일을 감추고 싶어 한 건 나 자신이었다. 내가 자꾸만 나에게 더 완벽해지라고, 더 예뻐지라고, 너 말고 더 아름답고 날씬한 누군가를 원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 p.178, 「3부 ‘요가 매트 위에서 젤라또 먹기’」 중에서
“감정의 중요한 특성은 바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여덟 살 아이에게도 여든 살 노인에게도 똑 같은 감정들이 존재해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감정은 늙지 않아요. 아이도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어른도 사랑과 공포를 느껴요. 단지 표현하는 법을 잊었거나 억지로 조절하고 있을 뿐, 우리 안에는 그 모든 감정이 똑같이 존재해요.”
--- p.197, 「4부 ‘다시 시작된 감정 수업’」 중에서
“마음챙김은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자기의식, 생각, 정신, 마음 상태를 다루는 걸 말해요. 예를 들어 ‘어떤 문제가 있어’, ‘어떤 걱정이 있어’라고 했을 때 ‘걱정하지 마’라고 문을 닫아버리는 게 아니라, 무슨 걱정인지에 관심을 갖는 거죠. 단, 그것이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그 어떤 판단도 해선 안 돼요.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도 말아야 해요. 그냥 있는 그대로 품고 바라보고 흘러가길 기다리는 거죠.”
--- p.242~243, 「4부 ‘품고, 바라보고, 기다리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