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자신이 밝히고 있듯, 아담 폴로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아무렇게나 붙여진 것이 아니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태양의 신 아폴론을 연상시키는 그 이름은 문명 이전의 사회, 신화적 세계로 회귀하고자 하는 갈망을 드러내고 있으며, 주인공이 보이는 광기 어린 행동은 바로 그 회귀로의 몸부림이다. 금단의 열매를 먹고 이성을 지니게 되기 이전, 빛과 어둠, 선과 악이 분간되기 이전의 인간인 아담으로서, 그리고 기독교가 전래되어 인간이 영혼과 육체로 이분되기 이전 자연과 인간과 신이 혼융되어 완전한 하나를 이루고 있던 신화적 세계 속의 아폴론으로서, 아담 폴로는 자신이 보고 느끼고 말하는 것을 통해 세계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의문을 던진다.
--- 「작품 해설」 중에서
무더운 여름의 어느 한때 한 사내가 열어젖힌 창문 앞에 앉아 있었다. 키가 무척 크고 등이 구부정한 그 사내의 이름은 아담, 아담 폴로였다. 거지 행색의 그는 방 귀퉁이에서 거의 꼼짝도 않고 몇 시간이고 앉아 사방에서 햇빛의 반점들을 찾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팔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보통은 되도록 몸에 닿지 않도록 늘어뜨려 덜렁거리고 있었다. 그는 마치 병든 짐승들, 교활해서 은신처에 몸을 숨기고선, 위험을, 땅바닥에 바싹 붙어 다가오는 위험을 조심스럽게 경계하며, 그 위험과 맞닥뜨리면 바싹 움츠려 자신의 몸을 감추는 짐승들 같았다. 활짝 열린 창문 앞 긴 의자 위에 길게 누운 그는 웃통을 벗고 머리에 아무것도 쓰지 않은 채 시선은 대각선 방향으로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몸에 걸친 것이라곤 땀에 절고 색이 바랜 베이지색 바지뿐이었고 그것도 무릎 높이까지 걷어올리고 있었다.
--- pp.13-14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그놈의 정신병리학뿐이군 - 내말은 - 이제 이해할 것이 아무것도 없소. 다 끝이야. 당신들은 당신들이고 나는 나요. 더 이상 내 입장에 서려고 애쓸 것 없소. 나머지는 다 하찮은 것이니까. 나는 지겨워요, 그리고 - 제발 부탁하건대, 더 이상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시요. 당신들도 알겠지만 - 난, 나는 창피한 말이지만 -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더 이상 그런 얘긴 꺼내지 마시오……」
--- pp.336-337
「지긋지긋해! 하루 종일 그놈의 정신병리학뿐이군 - 내말은 - 이제 이해할 것이 아무것도 없소. 다 끝이야. 당신들은 당신들이고 나는 나요. 더 이상 내 입장에 서려고 애쓸 것 없소. 나머지는 다 하찮은 것이니까. 나는 지겨워요, 그리고 - 제발 부탁하건대, 더 이상 이해하려고 애쓰지 마시요. 당신들도 알겠지만 - 난, 나는 창피한 말이지만 -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더 이상 그런 얘긴 꺼내지 마시오……」
--- pp.336-337
' 그래, 난 정말이야. 게다가 넌 될 대로 되라는 식이야. 왜냐하면 결국은 다 마찬가지가 되고 마니까. 나는 내가 하는 것을 그대로 믿어. 중요한 것은 항상 글을 쓰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지. 그렇게 하면 자유롭지 못한다고 느끼거든. 자기가 바로 자기 자신인 양 말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사람은 더 잘 뒤섞이는 것이지.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거야. 제 2, 또는 제 3이나 제4의 인자, 그리고 그 망할 제 1의 인자와 함께 존재하는 것이지. 알아들어?'
--- p.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