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한 마리가 서서히 뜨거워지는 비이커 속에서 유유히 헤엄을 친다. 방금 전 뜨거운 물 이 담긴 비이커에서 튀어나온 개구리는 미지근한 물이 만족스럽다. 물의 온도는 서서히 올라가지만, 개구리는 변온동물답게 변하는 환경에 적당히 체온을 맞춘다.
시간이 지나고 물이 너무 뜨거워지면 개구리는 더 이상 체온을 높일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비이커 밖으로 튀어나가려 하지만 몸은 이미 익어버려 말을 듣지 않는다.
개구리가 끓는 물 속에 들어가면 곧바로 튀어나와 살게 되지만, 서서히 뜨거워지는 비이커 속에 담궈진 개구리는 환경에 적응해 가다가 곧 죽고 만다는 것이 ‘뜨거워지는 비이커 속의 개구리 신드롬(The Boiling Frog Syndrome)’이다.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서서히 올라가는 물가와 생활비를 이겨내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가 은퇴를 맞는다면 서서히 뜨거워진 비이커 속의 개구리 신세가 된다. 미리 준비를 안 해두면, 퇴직 후에는 높아진 물가 속에서 살 수가 없다. 아무도 끓는 물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물이 끊기 전에 탈출을 준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나간 20년은 눈 깜짝할 사이처럼 느껴지지만, 다가올 20년은 평생 찾아오지 않을 먼 날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비이커, 이 사회가 갈수록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불을 지피는 땔감이 자꾸 늘어만 간다. 물가상승은 기본이고, 외환위기(IMF)로 촉발된 경제위기가 저출산이라는 후폭풍을 가져왔다. 의료기술의 발달은 인간수명과 함께 준비 안 된 노년기를 늘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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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준비와 빨래는 닮은 점이 있다.
우선 간단하다. 빨래는 세탁기에 세재를 넣고 돌린 후 꺼내 말리면 된다. 빨래를 평생 한 번만 해도 된다면 이보다 더 쉬운 일이 없다. 그러나 빨래를 밀리지 않고 정기적으로 평생 해야 한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노후 준비도 간단하다. 돈을 계좌에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평생에 돈을 한 번만 넣어도 된다면 이처럼 간단한 일이 없다. 그러나 살아 있는 동안 꾸준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돼 버린다.
빨래는 미루고 쌓아두면 옷에서 냄새가 나고, 심하면 상하기도 한다. 입을 옷도 없어지고, 세탁하기도 힘들어진다. 은퇴 준비도 마찬가지다. 미래를 위한 저축을 미루면 미룰수록, 은퇴 후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줄어든다. 하고 싶었던 일 중에서 포기해야 할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 더 큰 문제는 밀린 저축과 늦어진 시간을 만회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돈도 더 많이 들어가고 힘도 더 들어 포기하기가 쉽다.
결국 노후 준비나 빨래나 미루지 않고 제때제때만 한다면 아주 쉬운 일이지만, 미루지 않는 것이 어렵다. 또, 한 번으로 끝난다면 아주 간단하지만 평생 동안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가령 65살에 퇴직하면서 5억 원의 목돈을 손에 쥐고 싶다. 어떤 사람은 매달 14만 원만 넣으면 되는데, 어떤 사람은 250만 원을 넣어도 약간 모자란다. 차이는 단 한 가지. 누가 미루지 않고 먼저 시작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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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뭔가를 하긴 해야겠는데 아는 건 없고 따져봐야 할 것이 너무 많다면 ‘어떻게 되겠지’라고 포기하거나, ‘누가 내 대신 다 해주면 안 되나’ 하고 구세주를 찾게 된다. 손가락만 한 번 까닥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되는 첨단 로보트가 아쉬운 상황이다. 마치 어느 영화 속 주인공처럼 아침에 일어나 자명종만 끄면 불이 켜지고, 커튼과 창문이 열리고, 음악이 켜지고, 커피에 물이 끓으면서, 토스트기에 빵이 넣어지고, 컵에 우유가 따라지고, 옷장 문이 사르르 열리면서 스케줄에 맞춰 입을 옷이 딱 골라져 나오는 걸 상상하게 된다.
노후 준비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다. 손가락만 하나 까닥하면, 본인의 투자성향과 투자기간, 퇴직시기 등을 감안해서 계획이 마련되고, 적당한 투자상품을 골라 자동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면서 투자가 시작되고, 퇴직 때까지 6개월 또는 1년에 한 번씩 자산할당을 검토해서 적절하게 자동적으로 자산 재조정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면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찾아보는 것이 좋다.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선택한다면 ‘계획짜기-투자하기-관리하기’의 세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계획을 어떻게 짜야 하나, 어떤 것을 골라야 하나, 고른 후에는 또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잘 설계된 라이프사이클 펀드를 고른다면 자신의 노후관리를 책임져주는 전문가를 한 명 고용한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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