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람들은 장사 시작하지도 마라
어떤 일이든 새로 시작하고 이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상당히 힘드는 일인데, 나중에 잘못되어 도중에 그만 두게 된다면 그 후유증도 크지. 인생을 연습삼아 살기에는 너무 짧잖아
음식점을 시작하는 사람 중에 일년 내에 문 닫는 사람이 절반은 넘어. 일년이 뭐야 서너 달 만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야. 조금만 관심있게 보는 사람이라면 식당의 간판이 새로 바뀌는 것을 자주 볼거야. 따라서 간곡히 말하건대, 다음과 같은 사람은 음식장사를 일찍 포기하고 딴 일을 찾아봐. 이 책을 더 읽을 필요도 없어.
-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
집에서 어쩌다 손님이라도 부르면 음식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골치 아픈 것은 물론이고 몸도 무척 힘든 경험들이 있지 음식 장사란 그런 손님 치르는 일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거야. 많은 일이 또 세세한 일들이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있어. 물론 손으로 하는 일이야.
“사람을 쓰면 되지!”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그러나 그건 고정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보다 아무리 일을 잘하는 사람을 써도 주인인 자기 몫은 따로 있어. 관리가 얼마만큼 힘드는 거냐는 단적으로 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업체의 경우 그 매뉴얼이 백과사전 정도의 양이라는 걸 보면 대충 알 수 있어.
- 단기간에 돈을 벌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흔히들 말하길 음식장사가 쑈부(일본어)가 빠르다고 하지 그러나 정말 그럴까
보통 음식점에서 가장 흔한 테이블 10개 정도를 기준해 계산해 보면
○ 10테이블 × 4인 = 40인
○ 점심, 저녁 3회전 한다고 보면, 40인 × 3회 = 120인
○ 제일 흔한 5,000원 정도의 메뉴 가격이라면, 120인 × 5,000원 = 600,000원
○ 한달 30일을 기준으로 하면, 600,000원 × 30일 = 18,000,000원
○ 대충 음식 장사는 절반은 남는 다니까, 18,000,000원 × 50% = 9,000,000원
그러면 “음식장사로 한 달에 900만원의 수입은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 만만에 콩떡이야….
여기에는 여러 가지 함정이 있어.
첫째, 음식점을 열어 다행히 인기가 있어서 손님이 꽉 찬다고 해도 테이블 당 평균 손님은 2.5인 정도야.
둘째, 일주일 내내 손님이 많은 곳은 아주 드물어. 주중에 비해서 주말이나 휴일은 30%정도 밖에 안 되니까 아예 따지지도 말아야 되는 거지.
이렇게 해서 다시 계산해보면
○ 10테이블 × 2.5인 = 25인
○ 25인 × 3회전 = 75인
○ 75인 × 5,000원 = 375,000원
○ 375,000원 × 25일 = 9,375,000원
이것도 상당히 잘된다는 가정하에 잡은 거야. 여기서 임차료, 종업원 급료, 원재료, 관리비, 세금, 소모품비 제하고 나면 얼마만큼 남는 지는 대충 느낄 수 있을 거야.
- 음식의 맛을 완전히 남에게 의존해야 하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 한 명은 형님네 갈 때마다 형수가 끓여주는 추어탕이 너무 맛있어서 그 형수를 주방장으로 모시고 추어탕 집을 시작했지. 이 사람이 어느 정도 열심히 했냐하면 다음의 두 가지 얘기만 들어도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6개월 동안 하루 세끼 모두를 자기 가게 추어탕만 먹었다는 거야. 물론 추어탕의 맛을 보기 위해서지…. 그리고 나니까 얼굴이 뽀얘지더라드군. 독자들 중에서 피부에 매우 관심있는 분은 한번 해 보시도록!
또 하나는 배추, 무청 시래기를 한번도 사지 않고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가서 직접 주워왔다는 거야.
그러면 이 사람이 과연 어떻게 됐을까
어떻게 되긴 성공했지. 장사가 잘 된 거야!
그런데, 그런데가 항상 문제야.
주방장인 형수가 덜컥 병이 난거야. 그래서 얼른 마누라를 주방장 대타로 내세웠지.
물론 마누라가 오랫동안 형수와 함께 일했었고 형수로부터 비법과 기타 모든 것을 교육도 받고 소위 부엌일도 해 볼만큼 해 본 노장 주부였지.
그러나 결과는 실패했어. 아무리 전문가로부터 재교육을 받아도 안되는 거야. 그 맛이 안나는 거야. 결국 추어탕집 문을 닫았어. 이렇게 음식 맛은 미묘한 거야.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