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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막혔던 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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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막혔던 입에서

안지영 | 파란 | 2020년 09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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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90쪽 | 450g | 138*210*20mm
ISBN13 9791187756743
ISBN10 118775674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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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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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찾아온 사춘기―2000년대 시와 근대문학의 종언
1990년대 문학은 비로소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그 ‘나’란 허위에 다름아님을 직면하면서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1990년대 들어 문학의 위기니 죽음이니 하는 과격한 예언들이 난무했던 것도 이러한 딜레마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2000년대 이후의 시는 이러한 가운데서 탄생했다. 하지만 이들이 무슨 “진정한 ‘나’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라깡의 주체 이론으로 온전히 포섭되지 않는 2000년대 이후 시의 독특성은 그들이 이제 막 세계의 부조리에 눈을 뜬 사춘기적인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파’ 시를 대표하는 김행숙과 황병승의 첫 시집에는 그 어떤 전망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에 반항하는 태도가 나타난다.

*쓰레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김승일의 시에게
2000년대에 출현한 ‘미래파’ 시인들의 시가 다소 때늦은 아방가르드였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반드시 와야만 했던 존재들이었지만 그들이 당도한 현실은 이미 그들이 파괴할 만한 것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쓰레기장이었다. 그렇게 세계의 공통 지반이 이미 파괴되어 버린 한국 사회에서 미래파 시의 정치성은 발휘될 기회조차 잡지 못한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이후의 시들은 어떤 식으로 창작될 수 있는가.

*취향의 헤테로토피아―황인찬의 「희지의 세계」 읽기
2000년대 미래파 시인들이 ‘나’를 분열시키거나 우연한 ‘나’를 발명하는 방식으로 이질적인 것을 환대하는 양상을 보여 주었을 때 이는 ‘나’에 대한 심급을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하지만 미래파 시가 이질적인 것을 도입함으로써 끌어냈던 파괴성이 ‘낡은’ 것이 되어 버린 것은 그것이 일종의 ‘유행’으로 인식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아방가르드를 유행으로 인식하는 ‘낡은’ 현실 자체가 변화하지 않는 이상 아방가르드는 파괴력을 가질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포스트-미래파’의 전위성이 시와 (시가 읽히지 않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적극적으로 상기시키는 데서 발휘된다는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황인찬의 「희지의 세계」는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신해욱이 강박적으로 ‘나’를 탐구하며 “‘잃어버린 나’를, 더 나아가면, ‘잃어버린 나를 잊어버린 나’”를 탐구한다면, 황인찬은 ‘잃어버린 시’를, 나아가 ‘잃어버린 시를 잊어버린 시’에 대한 애도사를 쓰고 있다.

*진정성을 대리보충하기―안미옥 시를 경유하는 질문들
이전 세대가 경험하는 것과 같은 방식의 성취감을 결코 느껴 보지 못하리라는 열패감과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2010년대 시에 극도의 조심성을 장착시킨다. 황인찬, 송승언 그리고 안미옥의 시들에 나타나는 간결하고 정제된 표현의 이면에 세계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으리라는 추측은 젊은 세대의 보수화를 우려하는 비관적인 전망으로 이어진다. 이들은 체험도, 사유도 부족하다고 여기면서 그러한 사실을 부끄러워하면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으리라 여겨지는 자기 이야기를 읊조린다. 독백과 같이 이어지는 시적 발화에는 이 세계를 어쩔 수 없다는 무력한 우울감이 깊이 배어 있으며, 그렇게 변화 없이 진창과 같은 세계에 고여 있다는 사실을 몹시 끔찍해 한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배수연?문보영?장수진의 시와 ‘예술의 죽음’에 대하여
최근에 시집을 낸 세 명의 시인들 역시 ‘시는 재미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시는 가볍고 발랄해졌으며 거기에서는 “뭔지 모를 해방감”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대신 이들은 삶이든 열정이든 광기든 어떠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완성도 있는 최상의 (쓸모없는) 상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근대적 예술관과는 영영 이별을 고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것도 시가 될까’를 의심하면서 시를 쓰거나 메모장에 써 보니 시였다거나 자신은 시인이 될 운명이 아니었다고 전한다. 이들은 이렇게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심각할 게 뭐 있어, 그냥 즐기면 되지.’ 그런데 이 말을 과연 문맥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다음은 이 질문에 대한 조금 긴 해설이 되겠다.

*2층과 3층 사이에서
페미니즘은 비-정치의 영역에 있던 억압들을 정치적이고 미학적인 방식으로 사유하게 만든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경계선을 의문시하며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투쟁의 장을 가시화함으로써 말이다. 아무리 전위적인 정치나 미학일지라도 그것이 삶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무의미한 공회전에 그칠 뿐이다. 그러니 우리의 삶이 근본적인 질문과 계속해서 부딪혀 나아갈 수 있도록, 그리하여 낡고 식상한 반격에 허물어져 버리지 않도록 날선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예술이 계몽의 역할을 자임하던 시대는 한참 전에 끝났다. 하지만 예술의 종언은 새로운 싸움이 시작될 것임을 예고하는 초대장이기도 하다. 우리 앞에 도래한 페미니즘은 기존의 틀에서 배제되었던 몫 없는 자들을 그 싸움터에 불러 모으고 있다. 이제 정치와 미학의 새로운 연대를 고민해야 한다.

*가면의 고백―‘미래파’의 기원으로 여성시 다시 읽기
이러한 논쟁점을 화자와 주체에 대한 문제로 옮겨 가 보자. 화자를 시인이 쓴 가면으로 인식해 온 기존의 담론 안에서는 그 가면이 지니는 수행성의 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화자에 의해 어떠한 균열도 없이 매끄럽게 전달될 수 있다는 형이상학적 전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시적 주체’에 대한 담론은 화자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출현했다기보다 발화 행위 자체가 ‘가면’을 쓸 수밖에 없다는 수행성 자체에 주목한 것이다. 가면의 안과 바깥이 없다면 서정시의 화자가 거주하는 장소로 상상되었던 ‘내면’의 존재 여부 역시 문제시될 수밖에 없다. 젠더에 대한 논의는 서정시의 본질을 의심하며 그것의 범주를 열고 재의미화하여 봉합되지 않은 문제로 만든다. 여성에 대한 대상화와 마찬가지로 자연을 아름답게 노래하는 자기동일성의 미학이 무엇을 억압하고 있었는지가 의문시된 것도 이에 따라 가능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젠더 문제는 ‘여성들만의’ 문제이므로 시에 대한 논의 일반을 전개할 때는 제외되어야 할 것처럼 이야기해 왔다. 젠더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것은 소수자의 일부 이해관계만 대변하는 것으로 여기거나 혹은 다른 맥락에서 ‘정치적 올바름’의 차원에서 미학적 자율성을 억압하는 기제로 치부되어 온 것이다.

*퀴어비평은 어떻게 ‘클리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황병승과 김현의 시
2016년 이래 페미니즘과 함께 퀴어에 대한 비평적 기획이 문예지마다 앞다투어 다루어지면서 거의 폭발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들이 쏟아지고 있다. 일시적인 기획으로 소모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과 퀴어비평이 기존의 문학과 문학성을 해체하고 재정립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리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렇다면 퀴어문학이란 무엇인가/무엇이어야 하는가. 퀴어는 성적 소수자, LGBTIQQA(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gender), 퀴어(queer), 퀘스쳐닝(questioning), 그리고 그 동맹(allies)) 등과 바꾸어 사용될 수 있는 용어이자 규범적인 질서와 안정적인 정체성에 저항하는 실천을 가리키는 의미 역시 지닌다. 여기서 퀴어의 정치적 효능이 결코 ‘정체성 정치’를 공고히 하면서 성적 규범의 경계를 구획 짓는 데 달려 있지 않다는 점에서 후자의 의미는 전자를 보충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즉 퀴어는 LGBTIQQA 중 어느 하나의 정체성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집단을 협소하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들의 구역’이고 그 구역은 아직 정연하게 표현될 수 없는 잠재성에 의해 항상 변화하고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종언, 종말 그리고 미러링
더구나 자칭 ‘리버럴’ 예술가들 못지않게 정치적 올바름을 자처했던 소위 ‘진보’라고 불렸던 인물들까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었다는 사실은 이 사태를 보다 다층적으로 사유해야 할 필요를 일으킨다.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과 마찬가지로 이들이 “자신들의 덕행과 뛰어난 취향에 대해 연민의 눈물을 흘리면서 뒤틀린 도덕적 거울의 미로를 헤매고 있”음이 폭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까지 이들이 주장해 온 정치적 올바름의 범주 안에 젠더 감수성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반증한다. 이들이 말하는 ‘민중’에 여성의 자리는 없었다. ‘좌파’나 ‘진보’이기를 자처하는 이들이 페미니스트가 아니어도 정치적 올바름에 타격을 입지 않았다. 페미니즘 의제에 동의하는 이들을 ‘메갈’이라며 마녀사냥하는 일에는 ‘진보/보수’가 없다. 어쩌면 ‘페미니스트’에 대한 정의조차 좌파 진영 내에서 일관되게 통용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부터가 문제적인지도 모른다.

*틀어막혔던 입에서―임승유의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 다시 읽기
출간된 지 5년 정도 지난 지금 이 시점에 임승유의 「아이를 낳았지 나 갖고는 부족할까 봐」를 다시 읽어 보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임승유의 시집은 2015년에 출간되었음에도 미투 운동의 문제의식을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 이 시집에는 발화의 자리를 빼앗겼던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군데군데서 재생되며,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공동체의 억압이 폭로된다. 피해자성에서 탈피해서 새로운 주체성을 모색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은 시집 출간 당시에는 오히려 부각되지 않았다. 다시 강조컨대, 이는 페미니즘적 문제의식을 읽어 내는 비평적 작업이 “상투적 전형성”을 발견하는 데 머물러 시집의 미학적 가능성을 축소시킬 수 있으리라는 우려가 부지중에 작동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카메라 옵스큐라, 그리고 고독의 냄새들―이현승?송재학?김수복의 시
롤랑 바르트는 동질적인 것 속에서 비동질적인 것으로서 자신을 ‘찌르는’ 세부 요소로서의 푼크툼에 대해 말한 바 있다. 그것은 고통을 일으키는 무언가(something else)이다. 바르트는 상처를 주고 동요하게 만드는 것으로서 푼크툼이 없는 사진은 아무런 갈등도 교란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시도 마찬가지다. 푼크툼이 없는 시는 동질적인 시간에 머물러 있다. 명확한 목적의식과 단일한 주제 의식 아래 구성되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할수록 그것은 실패한 것이다. 좋은 시들에는 분명하게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 시의 순간에 머물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비록 그것이 자기 안의 상처를 아프게 건드릴지언정 그것은 어떠한 깨달음을 준다.

*역원근법 세계의 풍요로움―홍일표론
그는 사제이면서 동시에 제물이기도 하다. 시인이 작성하는 제문(祭文)의 말들은 그의 몸에 새겨지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말의 감옥에서 풀려나 몸에서 다채로운 무늬를 만들어 내는 요동치는 말들에 의해 “한 그루 몸 떠는 나무”가 된 이의 곁에는 “떠났던 새들이 다시 돌아와 지저귀고/몸 여기저기 붉은 꽃이 피”어 난다. “온전히 지워지기 위해 간신이 남아 있던” “죽은 빛들이 남긴 마지막 지문 같은” “몇몇의 희미한 무늬”를 그는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어느 날의 고백?). 자기 몸에 생채기를 일으키는 것을 느끼면서도 시인은 더듬더듬 다시 붉은 꽃을 피우는 길을 제 몸에 열어 간다. 이는 흡사 샤먼의 트랜스 상태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자신의 몸을 매개로 사물들을 소통시키며 새로운 차원으로 상승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쓸쓸한, 고통의 신비―유안진?최승자의 시
인간이 이성을 지닌 ‘합리적’ 존재라는 사실은 자본주의라는 종교에 의해 기회비용과 수지 타산에 맞춰 합리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제적 동물’로서 속성을 부각시켰다. 이에 따라 손해 보지 않는 삶을 추구하는 것, 그리하여 수많은 갑과 을로 이뤄진 이 세계에서 적어도 일방적으로 착취당하는 위치에 놓이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삶의 방식이 정당화되었다. 신에 대한 불신이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럴 때 “사랑의 방식이 바뀌는 것일 뿐” 사랑은 계속되는 것이라는 니체의 말은 얼마나 무색한가. 천상의 질서는 그것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이상,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합리적인’ 것으로 가정된 한정된 선택지를 앞에 두고 그 어떤 무질서와 혼란도 용납하지 못하는 삭막한 내면은 세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능력과 더불어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여유를 잃게 되었다. 이런 삶 속에서 사랑은 어떤 식으로 계속될 수 있는 것일까. 최승자의 「빈 배처럼 텅 비어」과 유안진의 「숙맥노트」를 통해 그 답을 구해 본다.

*그가 저녁에 이야기하는 것들―고영민의 시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은 사람들을 책을 읽는 사람과 읽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한다. 주인공 사내의 어머니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읽은 책으로는 싸구려 통속소설을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책에 파묻혀 사는 아들을 비난한다. ‘너도 아버지처럼 책 속으로 들어가려는 거구나’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는 커서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어머니가 했던 말을 기억해 낸다. 문자의 세계에 매혹되어 고전문헌학자가 된 사내는 어머니의 이 말에 담긴 쓸쓸함을 그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비난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로 사랑하는 자들이 떠나 버리는 것에 대한 외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사내는 그 사실을 너무나 늦게 깨우쳤고, 또 그것을 알았다고 해도 어머니의 외로움을 어찌해야 할지 알지 못했을 것임을 안다. 사내 역시 자신의 외로움을 감당하기에 벅차서 문자의 세계를 탐닉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리라.

*인간이라는 악몽에 대한 반성―허수경론
마치 지독한 사랑에 배반이라도 당한 것처럼 허수경의 단언에는 오기가 느껴진다. 화해할 수 없는 상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를 철저하게 배반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양 그의 태도는 단호하다. 파멸로 가서 ‘나’라는 종을 지우는 일이 있더라도 자연을 배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오기가 없이는 자유도 없다는 것일까. 내가 살아갈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결코 자연과 화해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인 것일까. 자기 자신도 인간이라는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독하게 인정하고 만 것일까.

*참을 수 없는 ‘돼지’의 불편함―김혜순의 「피어라 돼지」
어디 돼지뿐인가. 일본에서 매년 무차별적으로 학살되는 돌고래들은 어부들에게 혐오의 대상이다. 일본 정부는 돌고래로 인한 어획 감소량을 들어 돌고래 학살을 정당화한다. 혹은 돌고래를 보호하려는 외부의 압력에 저항하는 ‘애국적인’ 행위로 둔갑한다. 해서 어부들은 피 흘리는 돌고래를 보면서도 낄낄거리며 웃는다. 돌고래들의 죽음 역시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 모욕이 일상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맨살을 찢어발기고 뼈를 으스러뜨리고 피를 솟구치게 해도 괜찮은 것으로 지목되는 존재들이 있다. 돼지흥분제를 먹이고 강간을 모의하고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폭력에 대한 공포를 조성하고 그렇게 해서 한 존재가 다른 존재를 굴복시킨다. 여성은, 동성애자는, 유색인종은, 장애인은 혐오스러운 존재이기에 차별해도 된다는 용인을 해 주는 것이 권력이다. 인간으로 취급받기 위해 다른 존재를 인간 이하의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이 끝없는 비극에서 인간은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 김혜순은 이 무간지옥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친다.

*여성, 새하다―김혜순의 「날개 환상통」 읽기
시인은 발화기계이자 사랑기계이면서 고통기계이다.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병증을 알지 못하는 발화기계로서 시인은 이름을 가진 것들의 세계를 해체하는 주술의 언어를 내뱉는다. 고통과 불가피하게 맞닿아 있는 여성적 경험들은 그 지워진 이름들 안에서 증후로 방출되고, 거기에서 타자와 주체, 비실재와 실재의 경계가 무화되면서 사랑이라는 혼돈이 빚어진다. 여성시는 무명의 존재들이 고통이라는 어머니에 의해 새롭게 빚어져 사랑이라는 탈경계화된 뭉그러진 시적 현실을 생산해 내는 역동적인 현장에 다름 아니다. 그것은 정지되지 않고 끊임없이 유동하는 흐름이며 완성 불가능한 수행문이다. 김혜순은 ‘시하다’라는 동사를 통해 시적 현실의 영토를 두고 벌어지는 고통스러운 카오스의 시간을 소환한다. 여성은 고통을 초월하는 대신 고통을 유희한다. 여성의 고통이 히스테리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지는 역사 현실 속에서 여성시는 사물들 사이에서 여성을 구원해 내는 “고통스러운 유희”가 된다.

*시가 당신을 쓴다
시인과 실제 발화된 내용 사이에서 발생하는 균열, 시인이 통제할 수 없이 텍스트 안에서 벌어지는 어떤 틈새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문학의 정치성에 대해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은 논의가 재생산될 위험이 있다. 시인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시적 실험을 시작할 때 시인은 자기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가 쓰인다고 해서 그것을 폐기하지 않는다. 그것은 황지우가 말한 것처럼 ‘시적인 것’이란 외부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인의 의도에서 벗어난 텍스트조차 시인 내면에서 발생한 주관성의 산물로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환원주의적 해석 방식이다. ‘시적인 것’은 결코 시인 내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아니다. 이와 같이 ‘시적인 것’을 신비화하는 태도를 경계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진전된 논의로 나아갈 수 있다. 발화 행위의 주체와 발화 내용의 주체 사이에 어떠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데서 나아가 둘의 관계가 텍스트 안에서 얼마나 복잡한 자장(磁場)을 형성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눈먼 사람들
눈먼 사람들에 대한 사진가들의 이례적인 관심에 대해 다이어는 그것이 비가시적인 존재가 되어 피사체의 눈이 되려는 사진가의 궁극적인 욕망이 투사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것은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세계의 일면을 그 자신의 눈을 가려서라도 드러내겠다는 야망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각자의 고유한 개성이 드러나 있는 이들 사진에서 어떠한 공통된 욕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알레프?에서 보르헤스가 말한 것처럼 문자를 읽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눈에 보이는 분명한 것을 읽어 내는 동시에(zahir), 숨겨진(batem) 의미 혹은 비밀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신이 사라진 시대에 예술가가 욕망하는 것은 그 자신의 고유한 능력을 벗어난 어떤 것, 자신의 눈이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서 재현할 수 있는 또 다른 심연의 차원일지도 모르겠다. 끝내 숨겨진 것으로 남아 있을 심연을 그는 그 자신의 역량을 넘어서는 언어의 힘을 빌려 그 언어의 눈으로 드러내려 한다. 피사체를 보는 것이 사진가의 눈이 아니듯, 시화되는 것은 시인의 언어가 아니다. 어떤 시들을 ‘현대적’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시선이 얼마나 사물의 편에 서 있느냐에 달려 있다.

*파편화된 신체와 완성되는 전율
한데 시작과 시론 사이의 긴장이 최근의 시들에서 위태로워지고 있는 듯하다. 이는 무엇보다 ‘시’라는 장르적 규정이 그다지 구속력을 발휘하지 않는 텍스트들이 출현하면서 비평적 시각에서 시적인 것의 본질을 논하는 자리가 무용해지고 있는 탓이다. 발화하는 시적 주체의 태도 자체가 중요시되면서 내용 면에서 시의 의미를 논하는 것이 다소 불필요하게까지 느껴지고 있다. 재현에서 비재현으로, 의미에서 감각으로 시적인 것의 자리가 이동하면서 시의 본질에 대해 구조화하는 시론의 모험은 입지를 상실하고 있다. 대신 시적인 것에서 벗어나려 하면서 시적인 것의 본질을 비시적인 방식으로 탐구해 나가는 메타시의 출현이 두드러진다. 문보영, 장수진, 이소호 등 일군의 시인들의 시가 그 범례다. 시인들은 시적인 것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발화들을 시 쓰기에 전면적으로 침투시킴으로써 감응하는 시의 몸을 탄생시키고 있다.

*시적 언어와 내파되는 상징
포스트-잇 주체들은 이 공간들을 단순히 트라우마적 공간으로 추모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가능성, 그 무서움을 회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죽음을 마주 보고 자신이 추모하려는 대상과 자신을 공속적 존재로 인식하였고, 죽은 자에게 말을 거는 행위를 통해 이들은 타자의 고통에 접속하고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몸-정동의 정치’를 보여 주었다. 무엇보다 이들의 발언은 하나의 목소리로 수렴되지 않았다. 언제든 붙였다가 뗄 수 있는 포스트-잇에 자신들의 견해를 표현함으로써 언제든 다른 기표가 도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이다. 어딘가에서 행방불명된 우편이 도착하기를 염원하면서, 누군가가 확인하지 않더라도 떠돌고 있을 그 편지의 도래를 기다리면서, 그들은 그것을 부친다(post it).

*‘슬픔의 근원’을 횡단하기―이수명론
놀이는 연대와 의존이 결합된 사회적 관계를 생산하려는 비자발적이고 비인격적인 필요성이라는 숨겨진 힘, 즉 상상적인 것의 힘에 의해 추동된다. 이러한 관계 방식은 아무도 손해를 입지 않으려 하는 자본주의의 적대적인 관계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이수명의 시는 전위적이다. 다만 그것은 오직 질서를 무질서로, 비주류를 주류로 대체시킴으로써 전복을 꾀하지 않는 방식으로만 그러하다. 그녀는 질서와 무질서, 비주류와 주류에 대한 개념을 상상적인 것을 통해 교란시킨다. 이를 통해 사물에서 구원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구원은 생의 언젠가가 아니라 바로 지금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수명의 소통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리하여 ‘슬픔의 근원’은 횡단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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