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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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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과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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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36g | 110*179*20mm
ISBN13 9791189467555
ISBN10 1189467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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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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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만 부르고 싶은 돌림 노래였다. 우리는 혀 짧은 소리로 마음을 고백했다. 우리는 아무 데서나 졸고 아무 데서나 사랑에 빠졌지만 그게 가끔은 서로를 아프게 했다. 우리는 의미 없이 펄럭이다 끝내 찢어지는 만국기. 우리는 슬픔이 지루해질 때마다 숲에 불을 질렀고, 도망치는 패잔병이었다가, 서로를 유배지로 여기며 품 안으로 숨어들곤 했다. 우리는 오직 서로를 위해 반복되는 악몽이었을까.
---「돌림 사랑과 절망 노래」중에서

손거울을 깨뜨리고
이것 봐.
이것이 너다.
그리고 나다.
우리는 분열한다.
네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면
우리가 달려간다.
우리는 분열한다.
---「실패한 룸펜들의 밤」중에서

연인들은 왜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걸까.
증오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더 중요한데……
---「구정물이 흐르는 내리막에서」중에서

눈 감으면 언제든 어둠 속에 머무를 수 있지?
웃거나 울거나.
광대와 고양이.
불안,
그리고 우리에게 허락된 음악은 얼마 남지 않았다.
꿈에서는
눈보라를 맞으며 땀 흘리고.
죽지 마. 여기서 눈 감으면 안 돼. 그러나 너는
머릿속에서 쏟아지는 영상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목은 폭력적이잖아.
그래. 너는 물고기가 유영한다고 말했다.
두 눈을 감고.
두 눈을 감고.
인공 어둠 속에서 말했다.
---「one」중에서

“우리들은 아가미를 달고 태어났지.
고요하고 잔잔하게.
청력을 잃은 이의 죽음처럼.
열대어가 익사하는 방식에 대해.”
---「잉걸불」중에서

꿈 밖으로. 안녕.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자. 당장 죽어도 아름다울 장면을 우리가…… 해변이나 숲이나 그런 거 말고. 무너진 벽을 등지고 춤을 출래? 우리가 사랑하는 건 죽음 충동의 반대말. 우리의 전위서정을 위해.
---「xanax」중에서

저수지가 빛과 어둠 중 어느 쪽을 더 사랑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건 물의 역할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인간은 낮과 밤에 대해 무지했다.
새는 발자국도 모른 채 어떻게 무리를 찾아가는 걸까.
---「사계」중에서

흰 토끼는 눈길 속으로 달려갔을까.
―왜 겨울은 정서를 동반하지 않는 걸까요.
―사람들은 여름 색채를 사랑하는 법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언제나 겨울을 좋아했어요.
―흰 토끼처럼.
―흰 토끼처럼.
---「모래시계가 깨지고 난 뒤」중에서

마음이 무겁다. 마음이 나를 끌어내린다. 마음이 나를 형편없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나의 마음을 사랑했다.
---「데크레센도」중에서

폭우가 쏟아지면 창문을 두드리는 음악이 들린다.
그리고 숨소리.
눈 감은 네가 고요히 떨리는 걸 바라보면서.
너는 살아 있구나. 지금 너는 나와 함께 있구나.
꿈에선 행복을 느꼈어?
손가락으로 뺨을 눌러보면 네가 살아 있다.
그러나 잠든 너를 보며 죽고 싶은 생각을 삼킨 건 나였지.
젖은 마음을 우비처럼 껴입고 오래 울었다.
---「악보가 육체라면, 음악이 영혼이라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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