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相撲) 대회의 관습
‘머리말’에서 이문화에는 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의 해석이 있고 이문화를 이해하려면 넓은 의미의 해석이 필요함을 설명하였다. 이 책에서는 이문화 커뮤니케이션를 논의하는데 그 전에 이문화의 기초가 되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이문화와의 교류라 하더라도 이문화의 전제가 되는 ‘문화’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면 이문화 커뮤니케이션을 논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평소 문화라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갑자기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곤란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도록 문화에 대한 인식 정도를 체크해 보도록 하자.
일본문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어떠한 것이라도 좋으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표적인 일본문화 3가지를 적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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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사용되는 것이 ‘문화의 빙산모델’이다. 문화를 바다 한 가운데 표류하는 빙산으로 간주하고 바다 위로 나와 있는 부분을 ‘보이는 문화’, 바다 밑 부분을 ‘보이지 않는 문화’로 나누는 방식이다.
즉 문화에는 후지산, 가부키, 기모노, 스모, 스시, 사무라이, 애니메이션 등으로 대표되는 ‘보이는 문화’와 무사도, 와비(わび)/사비(さび), 환상의 호흡(あうんの呼吸), 섬세한 감각, 미적인 센스,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같은 ‘보이지 않는 문화’가 있다.
문화를 생각할 때 많은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을 상상한다. 여러분이 떠올리는 문화는 어떠한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는 문화’를 괄호 안에 적었을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 이문화 커뮤니케이션을 배운 적이 없는데도 ‘보이지 않는 문화’를 적었다면 당신은 문화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보이는 문화’와 ‘보이지 않는 문화’는 본질적으로는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모 대회’는 성인 남성이 탈의한 채로 부딪히는 격투기라는 점에서 ‘보이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전통적인 관습이 있다는 점에서는 ‘보이지 않는 문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당시 모리야마(森山) 관방장관(여성)이 스모 대회 우승자에게 내각총리대신 우승트로피를 증정하고자 ‘도효(土俵, 씨름판)’ 위로 올라가려 했으나 일본 스모협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이것은 여성은 도효에 올라갈 수 없다는 ‘보이지 않는 문화’가 작용된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몽고 출신의 ‘아사쇼류(朝?龍)’라는 리키시(力士, 씨름꾼)가 도효 위에서 한 승리 포즈가 ‘요코즈나(?綱, 스모에서의 최고위)’의 품위를 해친다는 비판을 받은 것도 ‘보이지 않는 문화’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생각해 보면 하나하나의 문화 자체에 ‘보이는 문화’와 ‘보이지 않는 문화’의 양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음 질문에 답을 해보며 이 점을 조금 더 이해해 보자.
아래에 예로 드는 일본문화가 보이는 부분이 많다면 ○,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다면 ×로 표시하고,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이 혼재해 있다면 △로 표시하자.
(1) ( ) 신칸센(新幹線)
(2) ( ) 인사습관
(3) ( ) 생사관(죽음과 삶에 대한 인식)
(4) ( ) 가라오케
(1)은 눈에 보이는 부분이 크므로 ○이지만, 신칸센을 타는 방법, 승차 매너, 승무원의 서비스 등을 고려해 본다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2)는 표면적으로는 ‘보이는 문화’이지만 상대에 따라 머리를 숙이는 방법을 달리한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보이지 않는 문화’도 중요하다. 친구 사이에는 가볍게 인사하는 정도로 고개를 숙이지만 손윗사람을 만나면 머리를 좀 더 숙이게 된다. 사과를 할 때도 머리를 숙이면 숙일수록 상대방에 대해 사과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정도가 강해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측면을 고려했을 때 △가 적절할 것이다.
(3)의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개인에 따라, 국가에 따라, 종교에 따라 달라진다. 즉 겉으로는 알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문화’에 해당되므로 답은 ×가 된다.
(4)의 가라오케는 지금은 전 세계인이 즐기고 있는 오락문화가 되었다. ‘보이는 문화’의 대표적인 예이므로 ○가 될 것이다. 다만 각 나라마다 노래를 부르는 규칙이 다르다. 서양에서는 음식점 등의 가게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어지간히 노래에 자신이 있지 않으면 가라오케에서는 잘 부르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가라오케가 보급되기 시작한 무렵에서는 클럽이나 술집 등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본에 온 유학생들이 허물없는 친구들끼리 가라오케에 가고, 그다지 노래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서는 가라오케에 푹 빠져버렸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 ‘보이지 않는 문화’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빙산모델의 보이는 문화로 표시된 예에서도 보이지 않는 문화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이 질문들의 답은 어디까지나 참고적인 예일 뿐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요점은 문화에는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고, 양쪽이 표리일체가 되어 문화의 개념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