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진즉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라고 중얼거리게 되면 좋겠다. 그리고 공부도 재미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한자를 쓸 줄 알아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쓰는 능력까지 갖추려 욕심내다가 한자 공부를 포기하게 될까 염려스럽기 때문이고, 쓰는 능력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말」중에서
어근, 어간, 어미. 어지럽지? 헷갈리지? 하지만 한자로 이해하면 아주 쉬워. ‘어’는 ‘말 어(語)’야. 그리고 ‘뿌리 근(根)’, ‘줄기 간(幹)’, ‘꼬리 미(尾)’지. 여기서 ‘뿌리’는 근본이야.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지. 줄기는 뿌리와 뿌리 위에 있는 몸통이야. 꼬리는 몸통의 끝에 붙어 있지. 이 순서를 기억하자.
---「어간語幹)」중에서
0.1이나 0.34 등을 소수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29나 31 등을 소수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그래. 나도 중학교 때 헷갈렸었단다. 0보다 크고 1보다 작은 수는 ‘작을 소(小)’를 써서 소수(小數)라 해. 그러면 1보다 큰 29나 31은 왜 소수라 하냐고? 이때는 ‘바탕 소(素)’의 소수(素數)야. 1과 자기 자신만으로 나누어떨어지는 1보다 큰 양의 정수를 말하지.
---「소수(小數)」중에서
‘피선거권은 선거에 입후보하여 당선될 수 있는 권리’라는 사전 속 설명은 이해하기도 암기하기도 어려운 설명이야. 하지만 한자를 따라서 ‘피선거권은 ‘당할 피(被)’, ‘선택할 선(選)’, ‘들 거(擧)’, ‘권리 권(權)’으로 선거를 당할 권리, 선택되어서 들어 올림을 당할 권리, 그러니까 후보자로 나설 수 있는 권리, 출마할 수 있는 권리‘라고 설명하면 외우기도 쉽고 완벽에 가까운 설명이 되는 거야.
---「피선거권(被選擧權)」중에서
가시광선(可視光線)의 한자를 보면 ‘가능할 가(可)’, ‘볼 시(視)’, ‘빛 광(光)’, ‘줄 선(線)’이야. 가시(可視)는 식물의 줄기나 잎에 바늘처럼 뾰족하게 돋아난 가시가 아니고 물고기의 잔뼈도 아니야.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보통의 빛이라서 가시광선으로 이름 붙였음을 알 수 있어. 광선은 빛이 나아가는 길을 나타내는 기하학적인 선이야. 즉 빛이 실제로 선(線)은 아니지만, 빛이 나아가는 곧은 길을 선에 비유한 거지.
---「가시광선(可視光線)」중에서
고려와 조선 시대에 물가 조절 기관이 있었는데 그 명칭이 의창일까, 상평창일까, 혜민국일까? 헷갈린다고? 알았었는데 잊어버렸다고? ‘평’이 ‘평평할 평(平)’인 것만 알아도 쉬운 일인데. 상평창은 ‘항상 상(常)’, ‘평평할 평(平)’, ‘창고 창(倉)’이야. 물가(物價), 즉 물건의 가격을 항상 평평하게 만들어 주는 창고지. 이제 확실하게 알 수 있고 헷갈리지도 않을 것 같지? 바로 이거야. 한자를 활용하여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상평창(常平倉)」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