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우주를 여행하는 비(非)지구인이 지구 속 한국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중략)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할 ‘보통의 한국인’이란, ‘한국에 거주하는 중장년 남성’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남성이라는 성별에 권력이 편중된 국가다. 남성 집단을 생애주기별로 유소년, 청년, 중장년, 노년 등으로 나눴을 때 ‘중장년’에 해당하는 남성일수록 성권력이 막강하다. 한국 사회 고위직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으므로, 그들의 시선에 어긋나지 않아야 우주 여행자 당신도 보통의 한국인이 될 수 있다.
---「서문」중에서
직업을 가지려면 특정 기업에 취직해야 한다. 직업군은 정말 다양하며,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직업군은 천차만별이지만, 전 직업군에서 우대하는 사항이 있다. 바로 ‘한국 남성’이어야 할 것. 남성이 여성에 비해 일을 더 잘한다는 객관적인 증명도 없고, 남성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도 아닌데 모든 직업군에서 한국 남성을 선호한다. 선호가 아니라 사랑하는 수준이다.
---「한국 남자로 시작하기」중에서
실제로 한국 보수 정당의 한 국회의원은 “임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중 정신질환자가 많이 나온다”라는 말을 사석이 아닌 공석에서 발설하기도 했다. 이 국회의원이라는 존재는 시민의 호감도에 따라 밥줄이 결정된다. 그런 사람이 ‘정신질환자’를 운운하며 무주택자 비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건 무얼 뜻하겠는가. 그 발언에 동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 확신 속에 오는 안정감이 밑바탕에 깔려있을 것이다.
---「부동산에 영혼 걸기」중에서
한국에는 ‘성평등’, ‘페미니즘’, ‘여성인권’을 입에 올리는 순간 자료와 근거에 기반한 토론이 아니라 드잡이와 우기기로 밀어붙이는 사람들, 아니 남자들이 너무나 많다. 논의 자체가 진전되지 않으니 설득의 기회도 없는 셈이다. 차라리 돌을 인간으로 만드는 게 나을 수준이다.
---「성차별에 찬성하기」중에서
한국에서는 이 영유아기 지구인, 즉 어린이의 입장을 거부하는 오프라인 매장들이 있다. 표면적 명분은 매장 내 위험한 요소가 있어서라고 하지만, 그냥 매장 운영자들의 나태함과 이기심 때문에 어린이 입장을 막고 있다. ‘아동 거부 업소’라는 정확한 명칭도 쓰기 꺼려져서 ‘노 키즈 존’이라는 타 국가 언어를 빌려 그럴싸하게 포장한다.
---「노 키즈 존 운영하기」중에서
한국은 음주 운전자에게 관대하다. 알코올로 인해 판단 능력이 떨어진 운전자가 자동차를 운행하는 게 자연스러운 나라다. 혹시나 검문이나 사고로 인해 발각된다 해도 초범이면 가볍게, 재범이면 약간 가볍게 처벌하고 끝난다. 보행자를 다치게 해도 아주 무거운 처벌은 내려지지 않는다. (중략) 우주 여행자 당신이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음주 운전자에게 피해당하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보행자보다 운전자」중에서
남성우월주의로 무장하고, 서울을 대한민국의 전부로 여기고, 학벌과 인맥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대놓고 차별하고, 공정과 정의의 잣대를 기득권 남성 중심에 두고, 공동체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내 이익’만 열심히 추구하면 대통령 되기 어렵지 않다.
---「집권하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