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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천도룡기 6
중고도서

의천도룡기 6

: 명교의 비밀

김용 저 / 임홍빈 | 김영사 | 2023년 10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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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620g | 148*210*30mm
ISBN13 9788934920762
ISBN10 8934920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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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무기가 조민 앞에 몸을 굽혀 읍례를 건넸다.
“조 낭자, 오늘 여러모로 언짢게 해드렸소. 그럼 이만 실례하리다.”
그는 양소의 손을 잡아끌고 대웅전을 나섰다. 위일소가 이렇듯 강력하게 위협을 준 이상, 조민도 감히 주지약을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문턱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조민은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수치심과 분노가 들끓어올랐지만 그들을 가로막으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장무기와 양소가 돌아왔을 때 위일소는 이미 객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만안사에서 벌어진 일을 생각하니 장무기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위 복왕, 오늘 저 친구들에게 정말 호된 맛을 보여주셨구려. 아마 이젠 저들도 우리 명교를 섣불리 건드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을 거외다.”
---「26. 고두타는 옥같이 준수하던 용모를 훼손했네」중에서

조민이 방긋 웃었다. 얼굴에 발그레하니 달무리가 피어오르자, 그녀는 수줍음을 감추려고 머리를 숙였다.
“조 낭자, 제발 다시는 우리를 난처하게 하지 말고 육대 문파 고수들을 모두 석방해주시오. 그리고 우리 다 같이 즐겁게 친구가 되어 기쁨을 나눈다면 오죽이나 좋겠소?”
조민은 이 말뜻을 나름대로 새겨듣고 당장 얼굴빛이 환히 밝아졌다.
“좋아요! 나도 처음부터 그러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당신은 명교 교주이시니까 말씀 한마디가 곧 천만금보다 더 값어치가 있겠죠? 당신의 말이면 누구나 복종할 거예요. 정말 잘되었군요! 돌아가셔서 모든 분을 설득하세요, 조정에 귀순하라고. 우리 아버님이 황제 폐하께 아뢰면 모든 이에게 작위와 벼슬, 그리고 아주 큰 상을 내리실 거예요!
---「27. 100척 높은 보탑 위에서 새처럼 비상하니」중에서

장무기는 갑자기 마음이 서글퍼졌다. 자신도 어릴 적부터 신산고초를 무수히 겪어봤지만 진우량처럼 지독하고 악랄한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한참 만에 그는 조민에게 실없는 찬사를 던졌다.
“진우량의 그런 속셈을 한눈에 꿰뚫어보다니, 조 낭자야말로 그자보다 한술 더 대단한 인물인 것 같소.”
이 말을 듣자 조민의 얼굴빛이 당장 굳어졌다.
“날 비꼬는 거예요? 내 심보가 고약하고 험악하니까 싫다는 거죠? 그럼 내 곁에서 멀찌감치 피하는 게 상책이겠네요!”
“꼭 그럴 필요까지야 없소. 당신이 나한테 적지 않은 휼계를 부려왔지만, 나 역시 사사건건 적절히 막아왔지 않소?”
그러자 조민이 피식 웃으면서 반박을 했다.
“호호! 사사건건 내 휼계를 막아오셨다고? 그럼 어째서 내가 당신 손등에 무시무시한 독약을 발라놓았는데도 못 알아보셨을까?”
---「28. 자삼용왕은 동문 형제들과 의절하고 은원마저 끊었다네」중에서

그때 갑자기 뱃고물 쪽에서 수부들의 고함 소리가 왁자지껄 들려왔다.
“적선이 추격해온다!”
장무기는 황급히 뱃고물 조타석으로 달려갔다. 어렴풋이 수평선 아래 거대한 배 한 척이 다섯 폭이나 되는 돛을 활짝 펼쳐 쾌속으로 뒤쫓아오고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중이라 적선의 몸체는 똑똑히 보이지 않으나, 흰색 돛 다섯 폭만큼은 유난히 눈에 띄었다. 뱃전에 서서 한참 동안 바라보던 장무기는 차츰 초조해졌다. 돛이 여러 폭 달린 데다 선체가 가벼워 접근해오는 속력이 무척 빨랐던 것이다. 두 배 사이가 점점 좁혀들자 그는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고 자꾸 마음만 조급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선을 따돌릴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제 방법은 하나뿐, 페르시아의 세 사자가 이쪽 배로 오르면 갑판이나 선실 안에서 마주쳐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29. 네 처녀와 한배 탔으니 풍랑에 시달린들 더 바랄 게 무어랴」중에서

이윽고 떠날 배가 준비되었다. 금모사왕 사손, 은리, 조민, 주지약이 차례차례 배에 올랐다. 아소는 도룡도와 의천보검을 모두 장무기에게 넘겨주었다. 그러고는 처연히 웃으며 손을 흔들어 작별을 고했다. 장무기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모른 채 잠시 멍하니 서 있다 맞은편 배로 건너뛰었다.
“뿌우, 뿌우우……!”
페르시아 신임 여교주 아소가 탄 함상에서 뿔고둥 나팔 소리가 일제히 울려 퍼지고 때맞춰 돛을 올린 두 척의 배 사이가 점점 떨어져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아소는 뱃머리에 못 박힌 듯 고요히 선 채 장무기가 탄 배를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두 남녀 사이에 벌어진 수면이 갈수록 넓어지더니 마침내 아소가 탄 배는 하나의 흑점으로 바뀌고, 해상은 끝내 칠흑같이 어두운 장막에 잠겨들었다. 길게 불어닥치는 바닷바람이 돛대를 스칠 때마다 펄럭펄럭 나부끼는 돛폭 소리가 울음 띤 여인의 하소연처럼 끊이지 않고 한없이 오열하며 뒤따르기 시작했다.
---「30. 견우와 직녀, 은하수에 가로막히니 영이별이라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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