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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대관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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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대관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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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128*188*30mm
ISBN13 9791192385198
ISBN10 1192385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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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그때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카야마는 반사적으로 돌아봤지만 모르는 얼굴이었다. 애초에 그는 딸의 얼굴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었다. 유이코와 헤어질 때 린은 고작 네 살이었다. 게다가 유이코가 아이의 사진을 보내준 적도 없다.
“아빠……라.”
린은 자신을 뭐라고 부를까? 아빠? 아버지? 그런 생각을 하는 나카야마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 p.17

“먼저 타시죠.”
“아닙니다.”
서로에게 양보하려 드는 나카야마와 노인을 보며 타키구치가 끼어들었다.
“실은 다음다음 차례의 곤돌라가 ‘실버 곤돌라’라고 해서, 60세 이상 고객님들 한정으로 두 바퀴를 돌 수 있는 특전이 있거든요. 고객님께선 예약 시에 나이를 기재하셨고 여기에 해당되는 연세이시니 이용 가능하세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아, 그런가요? 그렇다면 저희가 다음 걸 먼저 타는 게 낫겠네요.”
“그렇게 하시죠. 꼬마 아가씨는 다른 놀이기구도 타고 싶을 테니 빨리 타고 가는 게 낫겠지?”
“응! 다음은 회전목마를 탈 거예요!”
미소와 함께 부드럽게 말을 건넨 노인은 지팡이를 짚으며 길을 비켜주었다. 나카야마와 린은 타키구치의 안내를 받으며 탑승장으로 향했다.
--- p.30

“여어, 안녕들 하신가.”
나카야마는 위화감을 느꼈다. 방금 타키구치라는 여직원이 문제 발생을 안내하던 스피커에서 이렇게 익살스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는 게 이상했다. 게다가 음성변조를 사용한 듯한 기묘한 목소리였다.
“만나서 반갑군. 내 이름은 난쟁이일세. 방금 상영된 인형극에 등장한 키 작고 못생긴 난쟁이.”
“지금 난쟁이가 말하는 거야?”
린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곤돌라 안의 목소리는 스피커 너머로 닿을 수 없는 구조였다.
“방금 정오가 지났어. 이제부터, 당신들은 시곗바늘이 되어줘야겠어.”
나카야마를 포함해 곤돌라에 탄 사람들은 입을 멍하니 벌린 채 귀를 기울였다.
--- p.38

“오늘 밤은 크리스마스이브, 무슨 일이 벌어져도 사람들은 행복에 넘치며 꿈을 이야기하는 날이지. 그건 당신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자, 그럼 시작하지.”
갑자기 즐거운 음악이 흘러나오나 싶더니, 다음 순간 위쪽에서 곤돌라의 고정 장치가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여기보다 위에 있는 곤돌라는 하나뿐이다. 나카야마는 그곳에 자신과 순서를 바꾼 중년 부부가 탔던 것을 기억해냈다.
“설마…… 안 돼! 그만둬!”
나카야마는 스피커를 향해 소리쳤다. 다음 순간, 머리 위의 곤돌라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기세로 땅으로 추락했다. 나카야마는 그것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똑똑히 목격했다. 마치 슬로모션처럼 느껴지는 광경이었지만, 곤돌라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충격음과 폭풍이 주변을 휩쓸었고, 나카야마가 탄 곤돌라도 충격으로 크게 흔들렸다. 꺄아악, 하는 많은 사람의 비명이 울려 퍼지며 지상은 혼란에 빠졌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던 목소리는 거기서 끊기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39

“넌 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앞으로의 교섭 상대는 자네로 정했네, 나카야마 히데오 씨. 함께하는 건 고작 몇 시간일 테지만 즐겁게 해보세나.”
나카야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내가 왜 교섭 상대지?”
“이건 운명이 도출해낸 해답일세.”
“운명? 열두 대의 곤돌라에는 각각 사람이 타고 있었어. 왜 하나를 떨어뜨리고 지금은 나를 선택하는 거지?”
“운명이네. 아까 추락한 곤돌라에는 원래 자네가 탔어야 했지. 안 그런가?”
“이봐…… 그걸 어떻게 아는 거냐?”
--- p.80

“풀어야 할 숙제는 세 가지야. 곤돌라 안에 갇힌 승객을 구출하는 것, 드림아이를 탈환하는 것, 그리고 난쟁이의 정체를 밝히는 것. 이건 우리가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어.”
“협력 따윈 필요 없어, 나카야마. 이건 우리 경찰의 임무야. 넌 내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돼.”
“지금은 서로 으르렁거릴 때가 아니라고!”
나카야마는 미간을 찡그리며 언성을 높였다. 조금 흥분한 탓인지 무릎이 떨렸기에 꾹 참으며 주먹을 말아쥐었다.
“한 번 더 말하지. 나카야마, 넌 아무것도 하지 마.”
카이자키가 거듭 강조했다.
“수사는 우리 경찰에게 맡기고, 거기서 바깥 풍경이나 구경하고 있으면 돼.”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 너잖아, 카이자키. 또 다른 곤돌라가 눈앞에서 추락하고 사망자가 나올 때까지, 넌 계속 움직이지 않을 생각이겠지. 그러니까 아직도 사건인지 사고인지나 따지고 있고, 연쇄살인이라는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할 뿐인 거야. 5년 전의 그 사건 때처럼 말이지. 난 지금 네게 진실을 맡긴 거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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