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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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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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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18g | 130*200*13mm
ISBN13 979116316583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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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현관에 들어서자 우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불길함을 감지했다. 오늘따라 실내는 음침하고 고약한 냄새로 가득했고, 불쾌한 기운이 와락 달려들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음을 직감했다. 나는 나무토막처럼 웅크린 채 그대로 굳어버린 아버지란 사람에게 다가가 임종을 확인했다. 그의 죽음이 선명해질수록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우리는 흐느끼기 시작했고, 나 역시 당장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지만 별안간 이럴 필요까지 있나 싶은 생각에 ‘눈물이 안 나오네’ 하며 정색했다. 가족들 또한 공감한다는 건지 고개를 끄덕였고 동생도 ‘우는 건 좀 오바지’라며 한마디 거들었다. “아빠, 이제 이 방 내가 써도 돼?” 그 와중에 딸이 눈치 없이 끼어들었고, 딸의 목소리 뒤로 사뭇 평온하다 못해 화색이 밝아진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머쓱했는지 마른기침을 내뱉으며 이내 돌아섰다. 우린 서로에게 슬픔보단 도리어 홀가분해진 감정을 들키기라도 할까 봐 시선을 피했다. 장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장례랄 것도 없이 돈이 들어가는 것은 최대한 생략하고 간소화했다. 어차피 찾아올 조문객도 없고 하니 구태여 돈을 낭비할 필요가 있나 싶어 유골은 뒷산 적당한 곳에 대강 뿌렸다. 그리고 사망신고까지 완전히 마무리하기 위해 다 같이 주민센터를 찾았는데, 센터 직원이 들려준 뜻밖의 말에 우린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 같았다. “망자께서 부동산이 있으시네요.”
---「숲을 벗어나려면 다른 길로 가라」중에서

하루 받은 휴가 동안 밀렸던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서둘렀다. 미뤄둔 할머니 사망신고부터 하기 위해 면사무소를 찾았다. 그런데 내가 할머니 신분증을 제출하자 면사무소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무 관심 없던 나도 그제야 이상한 걸 느꼈다. 할머니의 출생일이 1894년이었던 것이다. 책에서 본 적 있는 그날은 심지어 고종 황제가 재위하던 갑오경장 때였다. 막연히 옛날 분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해 태어났다니 정말이지 할머니의 긴 역사가 실감 났다. 찬찬히 날짜를 계산해보니 믿을 수 없는 숫자가 나왔다. 할머니의 나이가 90세가 아니라 무려 129세란 얘기인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출생신고가 잘못된 게 분명했고, 그래야 설명이 가능했다.
---「안티 바이러스」중에서

굽은 길을 계속 돌아 산언저리에 다다르자 살풍경한 별장 건물이 지붕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좁다랗고 길게 뻗은 자갈길을 지나 현관으로 다가갔다.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여긴 보안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현관을 통하지 않으면 절대 들어갈 수가 없어, 그런데 강제로 침입한 흔적이 전혀 없었어. 놈은 현관 비밀번호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거지. 비록 원하는 걸 찾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언젠간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뒀어.”
현관 앞에 멈춰선 나는 갑자기 돌변해 살기 어린 눈으로 태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명령조로 다그쳤다.
“뭐 해? 어서 문 안 열고.”
“어? 무슨 소리야? 내가 어떻게 열어? 번호를 모르는데.”
나는 해가 저물어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서녘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내를 살해한 그놈이 훗날 다시 나타날 거라 확신했어. 그래서 또다시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 안으로 침입하면 곧바로 놈의 낯짝이 사진에 찍혀 내 핸드폰에 전송이 되도록 해뒀지.”
나는 핸드폰을 내밀며 보여주었다. 거기엔 별장 현관을 열고 들어선 태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혀 있었다. 그제야 얼굴이 사색이 된 태수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나는 낚아채듯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 준비한 칼을 꺼내 위협했다.
“어서 열고 들어가. 번호 알잖아.”
“그, 그게……. 내 말 좀 들어봐. 너 지금 오해하는 거야…… 오해라고…….”
“그 혓바닥부터 뽑아버리기 전에 닥치고 들어가.”
---「조작된 기억」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숲을 벗어나려면 다른 길로 가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호화로운 저택 한 채. 그리고 그 뒤에 가려져 있던 아버지가 남기지 않은 무언가…….

「안티 바이러스」

나는 무(無)의 존재로 세상과 단절된 채로 자랐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남자가 찾아와 내가 세상을 구할 유일한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죽어도 좋아」

보험금을 노리고 전남편들을 살해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

「조작된 기억」

나의 아내와 딸을 잔인하게 살해한 놈에게 이제 막 복수를 마친 참이다. 그런데…… 기억이 흐릿하다. 이 남자가 정말 내 아내와 딸을 죽였나? 아니, 아내와 딸이 죽긴 했던가?

「우리 별엔 왜 왔니?」

지구인의 몸을 빌려 지구를 여행하던 꼴뚜기별 외계인. 어느 날 일생일대의 욕심이 생겼다.

「지극히 사적인 세계」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잘 구분해야 해! 하지만, 가상현실 게임 속에서 만난 남자가 어쩐지 옆집에 사는 저 남자 같단 말이야.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명함을 받고 망설이다 찾아간 ‘너바나 엔터테인먼트’.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기상천외한 일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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