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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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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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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4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290g | 128*188*17mm
ISBN13 9791140708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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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어느 거리의 한구석, 나무들에 둘러싸여 호젓이 자리한 작고 비밀스러운 카페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가게 이름은 카페 도도. 역에서 곧장 이어지는 언덕길을 끝까지 올라간 다음 첫 번째 교차로에서 더 걸어 들어가면 맨 끝에 나오는 골목길, 그 막다른 곳에 있습니다. 골목 입구에 작은 간판이 나와 있는데도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겉보기엔 어디에나 흔히 있을 법한 주택가이지만 카페 도도만 유독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도시의 떠들썩한 소음으로부터 떨어져 조금은 고요하고 비밀스러운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숲속 부엌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카페 도도의 숲에는 단풍나무나 느릅나무가 든든하게 심어져 있습니다. 곧게 뻗은 나뭇가지에 무성한 잎들 사이로 밝은 햇살이 카페 도도의 정원까지 쭉 내비치곤 하지요.
--- 「1장 자기긍정력을 높여주는 주전자 커피」중에서

“저는요, 사람들이 소리 높여 주장하는 멋진 삶에 압도당할 것 같았어요. 꼭 저렇게 살아야 한다며 저 자신을 채찍질하느라 바빴거든요.”
SNS에 속박돼 있던 나날에 대해 가에가 고백한다.
“제가 생각하기에는요.”
조용히 듣고 있던 소로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기 자신을 포장하거나 잘났다고 뽐내는 일에는 에너지가 필요해요. 그러니까 SNS에서 그런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계속 받아들이는 건 아주 피곤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지나가다 잠깐 쳐다보는 정도가 딱 적당하죠. 다람쥐처럼 말이에요.”
웅얼거리는 듯한 낮고 조용한 목소리가 가에를 안심시킨다.
“다람쥐요?”
“네. 다람쥐는 겨울에는 구멍 속에 들어가서 웅크린 채 지내요. 가을에 양식을 모아놓은 다음 겨우내 동그란 털북숭이로 지내는 거죠. 그렇게 겨울이 다 지나갈 때까지 가만히 있는 거예요.”
양 볼 가득 나무 열매를 물고 보금자리로 옮기는 귀여운 다람쥐의 모습을 상상하다 보니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 「1장 자기긍정력을 높여주는 주전자 커피」중에서

“전화 바꿨습니다. 담당 스타일리스트 다니입니다.”
아야카의 말을 가로막는 듯한 날 선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저기요. 자세히 보니 색이 너무 약해. 다시 해줄 수 없나요?”
알레르기 체질이라서 가능한 한 두피에 손상이 안 가는 염색약을 원한다고 했다. 아야카가 추천한 염색약은 천연 소재로 얼굴에 묻어도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다만 색은 화학제품처럼 강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 뒤 시술을 했다. 이렇게 안전한 면을 중시하는 고객에게 맞춤한 처방은 업계에서도 수요가 많다.
“원래 자연스럽게 물이 드는 염색약이라서 시간이 좀 지나면 더 진해질 거예요, 고객님.”
색이 자리를 잡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만큼 적어도 다음날까지는 머리를 감지 않도록 권한다.
“미용실에서 볼 땐 괜찮다 싶었어요. 그런데 밤에 머리를 감고 말렸더니 완전 실망. 아무튼 당장 다시 해줘요. 몇 시에 가면 될까?”
당일 머리를 감았다면 염색약이 빠지는 것도 빠르다. 몇 번이나 설명했건만. 기운이 빠진다. 열심히 염색약을 바른 시간도 전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 다시 시술해달라는 손님은 기본적으로 불만을 품고 있다. 가능한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상책이다. 지금부터 영업이 끝나는 시간까지는 예약이 꽉 차 있다. 어쩔 수 없다. 시간 외지만 가게 문을 닫은 후에 다시 해야 할까. 아야카가 시계를 쳐다본다.
--- 「4장 숲의 선물 버섯 타르트」중에서

아야카가 웃는다. 이것은 틀림없이 맛있는 양송이버섯이다.
“버섯에는 영양분도 있지만 독도 들어 있답니다. 손님도 늘 착한 얼굴만 보여주지 말고 가끔은 독을 뿜어보시면 어떨까요?”
“독을요?”
“그래요. 기왕에 독버섯도 먹었겠다, 자요.”
아야카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뱃속 깊은 곳에서 버섯이 심술궂은 얼굴로 춤추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단…….”
“좋아요. 계속해봐요.”
소로리가 재촉한다.
“일단, 커피는 서비스예요. 왜 안 주냐고 불평하지 말라고요! 마스크가 더러워지는 게 싫으면 여분을 갖고 오라니까! 화학제품은 안 된다고 해놓고선 왜 불평하냐고! 기간 넘은 쿠폰은 제발 들고 오지 말라고요! 그리고 또, 내가 얼마나 조심하고 신경 쓰는데, 가게 물건 아무렇게나 만지지 마요, 좀! 내가 그렇게 만만해?”
한꺼번에 쏟아내고 말았다.
“음, 잘하시네요.”
소로리가 쿡쿡 웃는다.
“독도 가끔은 약이 된답니다.”
가슴속에 맺혀 있던 게 해소되었을까, 어쩐지 개운한 기분이 든다.
--- 「4장 숲의 선물 버섯 타르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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