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채고,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말도 안 돼."
"뭐가?"
"넌 이 여학생이 혼혈 왕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오, 제발 그만 좀 해라."
"왜 안되는데? 해리, 마법사 세계에는 진짜 왕자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아! 그건 그냥 별명이거나 누군가가 스스로 붙인 호칭이 아니라면, 진짜 이름일 수도 있다고, 안 그래? 아니, 내 말 좀 들어봐! 만약 이 여자의 아버지가 프린스란 성을 가진 마법사고, 이 여자의 어머니가 머글이라면, 그럼 그때는 이 여자가 진짜 '혼혈 왕자'일 수도 있는 거야!"
"그래, 정말 천재적이다, 헤르미온느...."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얘기잖아! 어쩌면 이 여자는 자신의 반쪽이 프린스 가문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걸 자랑스러워했을 수도 있어!"
"이봐, 헤르미온느. 여학생은 분명히 아니야. 딱 보면 알 수 있다고."
"솔직히 말해서 넌 여학생이 그렇게 똑똑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내가 5년 동안이나 너랑 같이 어울려 다녔는데, 어떻게 여학생이 그렇게 똑똑할 리 없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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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뚝뚝 떨어지는 그들의 누더기 옷 사이로 얼어붙은 살갗 여기저기에 쫙쫙 깊이 베인 상처들이 드러났지만, 피는 한방울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시들어 빠진 두 손을 앞으로 쭉 내민 채, 무감각하게 저벅저벅 걸어올 뿐이었다. 계속해서 주춤주춤 물러서던 해리의 등 뒤에서 시체처럼 싸늘하고 뼈만 남은 가느다란 팔이 불쑥 나와 그를 껴안았다. 그리고 해리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천천히 호수를 향해 끌고 가기 시작했다. 해리는 더 이상 도망칠 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꼼짝없이 물에 빠져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도 역시 볼드모트의 쪼개진 영혼 한 조각을 지키는 시체 호위병이 되는 것이다...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팍 하고 불길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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