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할아버지는 항상 그렇듯 느릿느릿 말하기 시작했어요. 붕붕이는 모두 알아듣지는 못해요. 할아버지는 나이가 많아서 붕붕이가 알지 못하는 말들도 섞어 가며 말하거든요. 지난 시절, 그러니까 겉모습도 젊었던 시절에 대하여 이야기했는데, 그 시절에는 만나는 사람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고 했어요. 아는 사람이거나 가끔 함께 놀았던 사람이라도 말이에요. 그런데 그건… 그건 이야기하려면 아주 길어요. 그래서인지 할아버지는 그동안 단 한 번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요.
“알겠어요.”
붕붕이는 할아버지가 코를 풀고 있던 순간에 갑자기 끼어들었어요.
“그때는 그랬겠지요. 그런데 왜 지금도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지 않아요? 그런 시절은 지나갔잖아요.”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나한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걸 본 적 있니? 없지! 지금 이 자리에서도 말이야. 보렴, 시그네의 할머니가 나한테 인사하던?”
--- p.13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면 배우면 돼요. 우리 할아버지가 언제나 그렇게 말하셨다고요.”
붕붕이가 말했어요.
붕붕이가 세운 할아버지의 인사 연습 계획은 정말 간단했어요. 첫 단계로, 대답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걸로 시작하기. 그 다음 단계는 미리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첫 단계를 시작하기. 만약 인사를 받은 사람이 반응이 있으면, 할아버지는 그다음에 그 사람들을 또 마주쳐도 인사를 해야 해요. 할아버지는 뭘 보든 인사를 해야 해요. 하다못해 신문 가판대에라도요. 자동차가 됐든, 건물이 됐든, 고양이에게든, 개에게든. 아니면 동상에게라도. 동상은 어찌 보면 사람이나 마찬가지니까. 아니면 나무들, 덤불들, 그것도 아니면 물처럼 정해진 모양이 없는 것에게라도 해야 해요.
그러나 할아버지는 붕붕이의 계획에 다시 토를 달기 시작했어요. 그런 인사는 진정한 인사가 아니라고요. 왜냐하면 할아버지는 하고 싶지 않으니까, 예를 들면, 은행의 정문에 대고 눈곱만큼도 인사할 마음이 없으니까요.
“그러면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고 싶다고 상상을 하시라고요!”
붕붕이는 이것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할아버지가 올림픽 육상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해 준 거랑 똑같아요. 선수들은 모두 납으로 된 부츠를 신고 연습을 해서, 일반 러닝화로 갈아 신었을 때 발이 가벼워서 바람처럼 앞서 나갈 수 있다고 했잖아요. 할아버지도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할아버지는 붕붕이가 하는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반박할 말을 찾을 수도 없었어요. 할아버지가 거리에서 맨 처음 인사한 것은 주차되어 있던 녹슨 파란색 포드 자동차였어요.
“더 큰 소리로요!”
--- p.3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