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은 횟감이 크고 호화로웠다. 분명 비싼 것을 주문했을 것이다. 심홍색으로 반들대는 질 좋은 참치, 탐스럽고 촉촉한 성게알과 투명한 오징어에 벚꽃색 도미. 무엇부터 먹어야 하나 하고 젓가락이 허공을 헤매던 중, ‘생선인가’ 하고 생각했다. 아직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수습하지 못했다. 어제도 바다로 오염된 물이 유출되었다고 보도된 직후이다. 순간적으로 주저하는 리츠코의 마음을 간파하기라도 한 듯 TV 버라이어티 쇼를 보며 웃던 유키토의 어머니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리츠코, 그 초밥집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야. 게다가 제대로 검사받은 안전한 생선만 사용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먹어도 돼.”
“아, 네.”
‘믿어 줘’란 말을 들은 것 같아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 p.58~59
10년이나 떠나 있으면 완전히 변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타케후미는 목 언저리에서 바람이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센다이가 왕성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건 원래 살고 있던 주민 입장에서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조금 쓸쓸한 마음도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돌아오라며 말이 많았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나자 집은 완전히 모습이 바뀌었고, 거리 풍경마저 낯설게 변해 가고 있다.
이미 자신에게 고향이라 부를 수 있는 곳,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도 돌아갈 수 있는 곳이란 없어져 버렸는지 모른다. 산이나 바다처럼 변함없는 것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지역이라면 이야기가 다를지도 모르지만, 건물이나 사람처럼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것을 애착의 근본으로 삼으면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 p.102~103
“그럼, 절대로 안전한 거죠?”
곧바로 안전하다고 말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자는 입술을 내민 채로 다시 잠깐 뜸을 들인 뒤 고개를 갸웃거렸다.
“으음, 절대로는 아닐 걸.”
“네?”
“꼬마 아가씨, 어디까지 가지?”
“그게, ……하나마키?”
“토호쿠에 가는 건 처음이야?”
“네.”
“그래, 그렇구나. 음 있지……. 이런 말 하면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절대로 반드시 안전한 건 이 세상에 거의 없어. 사고도 말이지, 그때까지 계속 안전했어도 어느 날 갑자기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이유로 벌어질지도 모르고.”
이 사람은 왜 일부러 아이를 공포에 빠뜨릴 만한 무서운 말을 하는 걸까. 치사토는 뺨을 한 대 찰싹 얻어맞은 기분으로 예쁘게 화장을 한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생긋 하고 입술 끝을 올렸다.
--- p.139~140
“나 있지, 4년 전부터 신칸센을 타고 있잖아?”
“응.”
“거기서 많이 봤거든. 귀성이라고 해야 하나, 아, 지금부터 어딘가 인연이 있는 장소로 가는구나 하는 사람들. 왠지 들떠 있는 관광객들과도 표정 변화가 별로 없는 업무 중인 사람들과도 조금 다른, 어깨 언저리에 힘이 들어가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무장해제 된 느낌으로 바로 알 수 있어. 그렇게 귀성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 사람들의 고향은 어떤 곳일까, 어떤 사람이 있고, 어떤 풍경일까 하고 생각했어.”
--- p.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