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새하얀 커튼자락의 눈부심을 사랑하는 주부라면 커튼 천을 고를 때 망설임이 없다. 화사한 꽃무늬도, 경쾌한 스트라이프도 흰색에 비할 수 없기 때문. 자칫 밋밋할 수도 있고 병원 같은 느낌도 들겠지만 그래도 서정희. 그녀는 맑고 간결함을 사랑한다.
층층이 접혀 올라가면서 주름이 잡히는 로만셰이드는 안정되고 차분한 멋이 있다. 화이트와 블랙 컬러로 마무리해 약간의 경직되고 차가워 보이는 거실에 내추럴한 색상의 로만셰이드가 부드러움을 더해 준다. 이 집 로만셰이드의 특징은 앞뒷면을 바꿔서 걸었다는 것. 주름을 잡아주는 와이어와 고리들이 앞쪽으로 노출되어 색다른 멋이 있다.
베란다 통창에 드리워진, 화사한 햇살을 가득 품고 커튼의 실루엣이 방 주인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 동주 방의 커튼은 핑크 톤이 주조색임을 고려해 아이보리 컬러로 정했다. 깔끔한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디자인을 단순화했고, 소재는 햇살을 실내로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는 마로 선택. 커튼 윗부분에 끈을 두 개씩 달고, 봉에 리본 모양으로 묶었다.
--- p.156~157
서정희의 집 안을 들여다보면 '이런 방법도 있었구나'.'이렇게 해도 되는구나'라는 감탄사가 끊이질 않는다. 흠집이 많이 생기는 방문 하단에 스테인리스 스틸을 덧대고 방 주인의 이름을 세겨넣은 아이디어, 욕조와 세면대를 과감하게 사선으로 배치한 것. 벽면에 갤러리 레일을 설치해 못 구멍 내지 않고 액자의 배치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한 것 등.. 그러느라 공사도 늦어지고 비용도 추가됐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다.
--- p.178
눈을 감으면 집하고 씨름하는 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철거할 때 엄청난 쓰레기더미를 사다리차로도, 엘리버이터로도 감당 못 해 앉아서 일일이 쪼개고 부수고 했던 모습. 표시해 둔 전기 콘센트 자리를 이리저리로 변경하느라 전기공 아저씨께 수도 없이 혼이 나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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