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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의 관계술
중고도서

한비자의 관계술

: 허정과 무위로 속내를 위장하는 법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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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7월 0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660g | 160*230*30mm
ISBN13 9788960865457
ISBN10 896086545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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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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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소요유逍遙遊〉 편에서 장자의 친구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내게 큰 나무가 있는데 사람들은 그걸 가죽나무라고 한다네. 줄기는 울퉁불퉁하여 먹줄을 칠 수가 없고, 가지는 비비 꼬여서 자尺를 댈 수가 없다네. 길에 서 있지만 모두가 거들떠보지도 않지. 그런데 자네 말은 이 나무처럼 크기만 하지, 쓸모가 없어 모두 거들떠보지 않는 걸세.”
그러자 장자가 말했다. “자네는 너구리나 살쾡이를 본 적이 없는가? 몸을 낮게 웅크리고서 놀러 나오는 닭이나 쥐를 노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높고 낮은 곳을 가리지 않다가, 결국은 덫에 걸리거나 그물에 걸려서 죽게 되지. 그런데 검은 소는 크기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아 큰일은 하지만 쥐를 잡을 수는 없네. 지금 자네는 저 큰 나무가 쓸모가 없어 걱정인 듯하지만, 어째서 아무것도 없는 고을에 심고 그 곁에서 하는 일 없이 배회하면서, 그 그늘에 유유히 누워 보지는 못하는가? 도끼에 찍히는 일도 누가 해를 끼칠 일도 없을 걸세. 쓸모가 없다고 어찌 괴로워하겠는가?”
정신을 너무 낭비하게 되면 쓸모 있는 일이 하기가 힘들어지고, 제 아무리 쓸모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 자기 값어치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스스로 정신을 밝혀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p.42

길이가 천 길에 이르는 제방도 조그만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이며, 높이 백 척의 큰 집도 굴뚝 사이에서 새어나오는 불티로 재가 된다. 그래서 전국시대 초기 위魏나라 재상 백규白圭가 제방을 순시할 때는 작은 구멍을 발견하자 곧 막았으며, 노인이 불조심을 할 때는 반드시 틈바구니를 흙으로 바른다. 그렇게 함으로써 백규가 조사하면 수해가 없었고, 노인이 일을 하면 화재가 없었다. 제궤의공堤潰蟻孔, 또는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우리 속담에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이것들은 모두가 손쉬운 일에 대해서 경계를 하여 어려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사소한 일을 경계하여 대사를 그르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제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방심하지 말고 화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세한 조짐도 간과하지 말라는 것은 가능한 한 손을 써서 빨리 싹을 잘라야만 큰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차선의 방책이다. 어리석은 자는 일의 실체가 드러나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나 이에 비해 슬기로운 자는 일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그 움직임을 파악하여 대책을 간구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지혜다. ---pp.146-147

초楚나라 장왕莊王이 황하黃河와 형옹衡雍 사이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손숙오孫叔敖에게 상을 주려고 하자, 손숙오는 한수漢水 부근의 모래와 자갈이 있는 토지를 청했다. 초楚나라의 법에는 신하에게 봉록을 줄 때, 두 세대를 지난 후에는 영토를 회수하도록 돼 있었는데, 오직 손숙오만은 계속 갖고 있었다. 그 토지를 회수하지 않은 까닭은 그 땅이 척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홉 세대까지 제사가 끊이지 않았다. 노자가 말하기를, “잘 세우면 뽑히지 않고, 잘 끌어안으면 떨어져나가지 않아 자손이 대대로 제사가 끊이지 않게 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손숙오를 가리켜 한 말이다. 만일 손숙오가 욕심을 부렸다면 두 세대는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았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그 복을 길게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한비가 말하고자 하는 이면을 살펴본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모든 것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라는 뜻이다. “상대에게 취하
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주어야 한다.”는 한비의 말에는 때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일을 시작하면서도 큰 공을 세우는 미명微明의 지혜를 발휘하라는 그의 통찰력이 담겨 있다.
---pp.237-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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