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인 당신에게, 이 자리에서 말해두고 싶습니다. 혹시 만에 하나라도 이 책을 읽는 중에, 평소에는 느끼지 않을 시선을, 빈번하게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있을 수 없는 장소에서 누군가가 엿보고 있다, 그런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 없다.
이런 감각에 사로잡힌 경우에는 일단 거기서 이 책을 덮기를 권합니다.
대부분이 단순한 기분 탓이겠지만, 만일을 위해서입니다.
_[서장] 중에서(본문 48쪽)
“이건 자연적으로 붕괴한 게 아니라, 누군가가 부순 게 아닐까?”
“설마…….”
“그냥 썩어서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 처참하지 않아?”
“하, 하지만 불당과 사당이라고요.”
“물론 그것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에겐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부순 것처럼 보여.”
갑자기 섬뜩함을 느낀 시게루가 뒤늦게나마 조심조심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을 때였다.
“우와앗!”
벼랑의 묘지 오른쪽 아래에 모셔진 커다란 비석 뒤편에서 이쪽을 엿보고 있는 무표정한 얼굴을 깨닫고,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꺄악!”
거의 동시에 사이코도 비명을 질렀는데, 그녀는 저택 부엌문 쪽으로 눈길을 주고 있다.
_[엿보는 저택의 괴이] 중에서(본문 99쪽)
작은 산 너머에서 화악 하고 흐린 불꽃이 요사스럽게 반짝이고, 흔들흔들하고 기분 나쁜 누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저 작은 산의 뒤편으로 가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엄습했다. 정신이 들고 보니 나는 어느새 산길을 향해 걷기 시작하고 있었다.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깨닫자마자, 술기운이 확 깨는 것과 동시에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를 부르고 있는 건가…….’
_[종말 저택의 흉사] 중에서(본문 406쪽)
아이자와 소이치의 대학노트를 읽는 내내 나는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문장에는 기록되지 않은 뭔가를, 필사적으로 읽어내려 하고 있었다. 어떤 사실을 깨달은 탓이다.
사야오토시 소이치도 사야오토시 가의 토키코와 쇼이치 모자도, 조린 주지도, 토다테 카쿠조도, 모두가 아이자와 소이치에게 뭔가를 전하려고 했다. 마치 중대한 비밀을 몰래 밝히려는 듯이, 다섯 사람은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잘 읽어보면 그런 구석이 확실히 있다. 다만 대화의 흐름이 바뀌거나, 어떤 방해가 들어오거나 본인이 망설인 탓에 아무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그러면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밝히려고 했던 비밀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