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오래된 아파트에서 새로 지은 테라스 하우스로 이사했을 때, 나는 깔끔하기만 했지 매력이라곤 전혀 없는 그 공간에서, 생길 수 있을 법한 거의 모든 인테리어 문제에 직면했다.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가로 일하며 유명 기업의 스타일링 작업을 맡아 성공하기도 했지만, 나의 공간을 내 삶을 품는 공간으로 디자인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힘이 쭉 빠지는 숱한 좌절의 시간을 경험하며 나는 새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늑하고 조화로우며 세심하게 계획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란 무엇일까? 우리의 영혼까지 따뜻하게 만드는 편안한 ‘집’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나는 노트에 그때그때 떠오르는 것들을 적었고, 표지에 ‘인테리어 디자인과 스타일링의 기본’이라는 제목을 써넣었다. 이 노트는 철저히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업계 동료나 다른 전문가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전문가들이 수없이 접하는 난감하고 다양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더 깊이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들이 경험과 학습을 통해 얻은 ‘직감’과 ‘통찰’을, 구체적이고 확실한 원칙 내지 지침으로 바꿔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냈다. ‘어떻게 하지?’ 하며 생각의 흐름이 막히거나,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게 될 때 이 책을 사용하길 바란다. 지금부터 소개할 많은 사례와 경험, 권장 사항이 기호와 취향을 넘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인테리어 디자인과 스타일링 영역의 여러 작업은 결국 균형을 만들기 위함이지만 ‘장식’에 관해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장식의 세계에서는 대개 홀수가 더 흥미롭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물건을 짝짓기 좋아하는 두뇌의 욕구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 두뇌는 같은 수의 짝이 아니면 남는 물건을 지우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이들은 세 개의 물건이 모여 있을 때, 두 물건 사이에 자연적인 중심이 만들어지며, 그렇게 만들어진 중심이 눈길을 더 잘 끈다고 이야기한다. ‘무엇이 옳은가’와는 별개로 홀수 배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이에서 매우 흔한 방식이다. 이 원칙은 사진과 건축에도 많이 응용된다. ‘어떻게 가구를 놓을 것인가’에서부터 ‘어떻게 소품들을 모아 놓을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에 적용가능하다. ‘3의 법칙’이라 불리는 이 원칙은 사실상 짝수를 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3, 5, 7의 개수로 물건을 모아 배치하면 구성이 더 흥미로워질 것이다.
--- 「홀수 규칙」 중에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조명 지점 수, 확산광과 간접광, 기능성 조명등의 적절한 높이 외에도 고려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방 안의 모든 조명 지점이 동일한 높이에 배치되지 않도록, 즉 조명의 높낮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체로 보통의 집에서는 천장등을 제외한 모든 조명이 대략 같은 높이에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뭔가 특별해 보이는 집은 조명등 중 하나를 올리거나 내리고, 위아래로 빛을 조절할 수 있는 스포트라이트를 활용한다. 어두운 구석에 있는 포인트 조명은 방을 실제보다 더 크게 보이도록 만들어주기도 한다. 만약 집에 들어섰을 때, 집이 여러분을 반기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다른 그 어떤 것들보다 먼저 조명을 바꿔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조명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아마추어들은 가장 소홀하고, 전문가들은 가장 드라마틱하게 활용하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여러분이 있는 공간, 그곳이 방이든 거실이든, 현재 어떤 높이(높은 곳, 낮은 곳, 중간)에 조명이 없는지를 신속하게 스캔하길 바란다. 어쩌면 천장등과 탁자 조명등만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높이로 배치될 수 있는 조명의 예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높이의 변주」 중에서
액자는 어느 정도 높이에 걸어야 할까? 미국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들은 액자를 걸 때 ‘중심까지 57인치(57inches to the center)’라는 경험 법칙을 자주 언급한다. 모티프의 중심이 바닥에서 145센티미터 높이에 오도록 액자를 걸면, 보는 이에게 왜곡 없이 보여진다는 것이다. 물론 천장 높이가 특별히 더 높은 방이나 등받이가 몹시 낮은 소파가 앞에 있는 벽에서는 그 높이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공간에 액자를 거는 최적의 높이를 찾아내야 할 땐 훌륭한 치수다. 기억하자. 145센티미터!
--- 「액자 걸기」 중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은 재미있고 흥미롭지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의 암묵적인 합의와 원칙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로 설명했다. 그리고 그것에 객관적인 수치를 더했다. 여기에는 오랜 경험에서 나온 법칙과, 건축 및 디자인 분야의 최신 이론,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합의 모두를 총망라했다. 인체 공학적 지식도 담으려 노력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멋져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편안하고 기능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모든 제안을 따라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여러분이 집에서 조금 더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집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