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사랑 1 : 괴테, 혹은 문학이라는 반칙
천재 괴테의 사랑법은 비천재적인데, 그는 자신의 문학적 제능을 구애와 연정에 '직접적/일차적'으로 쏟아붓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반칙이 아닐까, 라고 나는 의아해하곤 했다.
문학적, 혹은 여타의 천재를 구애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지, 나는 꽤 오랫동안 아무런 연구없이 궁금했던 것이다. 천재를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천재를 연정의 아랫자리에 부복시킬 수 있는 또 다른 계산적 재능을 연상시키는데, 이 연상이 아무래도 밥맛 떨어지는 짓이기 때문이다. 그의 낭만주의가 그의 과장된 자서전에 의해서 부풀려지긴 했지만, 그의 고전주의적 책략은 내 눈에 얼른 들어온다. 그레첸, 운운하는 것은 희대의 사기극이었을 것이다.
천재라는 것은, 니체가 웅변했고, 미켈란젤로 등이 시연했듯이, '자신의 마력에 쫓길 수밖에 없는 고독한 자기동력'이 필요한데, 괴테에게는 이것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키에르케고르의 연정 아닌 연정이 더 연정처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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