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크고 부드러운 손』이라는 제목의 목월시인의 유작시집을 펴내게 되었을 때 나는 며칠 가슴앓이를 했다. 누가 들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어머니는 평소 아버지가 쓴 시편들을 꼼꼼하게 정리해 두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그런 분이었다. 젊은 말 가난한 시인과 결혼하여 헐벗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시를 쓰는 남편의 뒤에서 살면서 아이들 다섯 형제를 키우는 것도 벅차하게 마련인데 이를 뛰어넘어 아버지의 시들을 일일이 정리하여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시집을 엮어낼 수 있었다는 것은 나에게 어머니의 아버지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큰 지를 잘 알 수 있었기에 이는 나에게 가슴앓이로 다가왔던 것이다.
박동규(박목월 시인의 장남, 서울대교수)
나는 기독교도가 아니지만 시단의 선배들이 기독교에 대한 신앙을 바탕으로 공간적으로 우주적이고 시간적으로 영원성을 종횡하는 시적완성에 배우는 바가 크다.
이 시집을 머리밭에 두고 몇번이고 새겨 읽으면서 선생의 기도 속으로 나도 들어가고 싶다. 기도의 시의 무한한 공간과 시간속으로.
이근배(시인, 재능대 교수)
목월시의 바탕에는 믿음이 향토적 바탕에 뿌리내려 있는것이다. 목마름으로, 일상적 어휘가 아니라 감정의 열도를 강조하는 어휘들로 검정이나 어둠을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초록의지로부터 비롯되는 자연의 소생으로 볼 수 있다.
나는 지금도 목월과 말을 하고 있다. "선생님"하고 부르면, "오냐, 이리 와 앉거라"하며 커다란 손으로 자리를 가리킨다. 내가 무엇을 여쭈면, 웃으시면서 그 문제는 "이리이리해라"하시는 듯하다. 키가 보통사람보다 휠씬 크고 말소리도 구수하고 약속해 주신 것을 잘 기억하신 목월, 정말 으뜸시인이다. 나무가 푸르러지면 질수록 선생 모습이 똑똑해진다.
이탄(시인, 한국외대 교수)
북에 소월이 있었거니, 남에는 박목월이가 날 만하다. 소월의 툭툭 불거지는 삭주구성조는 지금 읽어도 좋다. 목월이 못지않어 아기자기 섬세한 맛이 좋다. 민요풍에서 시에 진전하기까지 목월의 고심이 더 크다. 소월이 천재적이요 독창적이었던 것이 신경-감각-묘사까지 미치기에는 너무나 '민요'에 시종하고 말았더니, 목월의 민요적 데상 연습에서 시까지의 콤포지션에는 요가 머뭇거리고 있다. 요적 수사를 충분히 정리하고 나면 목월의 시가 바로 한국시이다.
정지용(시인)